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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표규 군사 칼럼] ‘창의적 해법’과 ‘새로운 계산법’ 등 미·북의 북핵 접근법
   
▲ 이표규 교수 / 단국대학교 군사학과

[위클리오늘신문사] 지난 6월 30일 한·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8월 한미 연합훈련만 종료되면 미·북 간 실무협상이 곧 개시될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하더니, 드디어 오늘(9월 10일) 아침 미국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창의적 해법’에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실무협상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며,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미국이 응답하면서 조만간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북핵 협상이 고착상태에 머물렀던 이유로 차기 대선에 필요한 업적 챙기기가 목적이었던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일정 수준의 핵전력만 내어주고 국제사회 제재해제를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상이몽’식 접근의 결과라는 것에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질서(실리)’와 ‘정의(명분)’라는 두 축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전자는 강대국이 가진 힘과 지분을 가지고 행하는 ‘질서’ 유지 노력이며, 후자는 국가 간 합의, 국제기구, 비정부 기구 등이 주도하는 핵 비확산체계, 전략무기감축(제한)협정, 핵실험금지조약 등이다.

먼저 북핵문제 해결의 정체 상태의 원인을 미국의 외부적 측면에서 보면, 쉽사리 미국의 의도에 복종하지 않고 질질 끄는 김정은의 협상태도에 추가해, 국제사회에서 점점 더 치열해 지고 있는 미·중 간 무역 분쟁, 이란의 핵 합의 이행중단 선언 및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 고조, 베네수엘라 사태 등으로 인해 미국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난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 보다는 내부적으로 냉전시대 종료 시 우크라이나 등의 구소련 연방의 독립 국가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여 핵 폐기를 추진하던 때와는 달리 북핵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바꾸어 말하면 자국 중심의 질서 유지를 할 수 있는, 미국의 정치·경제적 여력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이런 원인을 잘 인식한 트럼프 정부는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북핵 문제해결보다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로 한국에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기세를 보이며, 피아 구분 없는 자국 중심 실리추구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추가하여 북핵 대응 수단의 하나로 야당 등 일부에서 전술핵 무장을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급기야는 실무협상의 미국 측 비건 대표까지 나서, 한일 핵무장문제를 입에 담고 있다. 한일 핵무장은 북핵문제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한 수단일 것이다.

이러한 힘에 기초한 ‘질서’ 유지 노력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핵전쟁 예방을 위해 국가, 비정부단체, 학계 등이 노력하여 온 수많은 노력이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어, 다시 한 번 ‘정의(명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1945년 핵이 사용된 이후, 오늘날까지 핵의 유·무용론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핵의 유용성은 1950년대에 극대화되었으나 쿠바미사일 위기 등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강대국 간 핵전쟁 발발 가능성이 극도로 약화되어, 현재에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나마 유효할 것이라고 여겼던 강압수단으로서의 가치도 카네기재단의 지원을 받아 실시된 한 연구결과가 중-소 국경분쟁,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들, 인도-파키스탄 분쟁,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소련의 아프간 침공 등 다양한 사례에서 일방이 보유한 핵은 상대방에게 거의 효력을 발휘할 수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실제 미소 핵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냉전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되지 않은 이유도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결과 때문이라기보다는 핵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별다른 논쟁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핵무기의 등장으로 주권이 우선시 되던 횡적 국제질서체계가 미·소를 중심으로 한 종적체계로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핵사용과 확산을 제어하려는 국제사회의 정의구현 노력은 핵무기가 실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이론적 발전결과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정의’의 편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미국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러시아가 가진 6천 개의 통제된 핵탄두보다 북한이 가진 예측불가의 수십여 개가 더 위협적이라고 인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러시아, 중국에 인접하여 있고, 한국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위협의 근원인 북핵문제를 힘으로 뿌리 뽑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미국은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8·18도끼만행사건 등 수십 년 간 지속된 북한의 도발에 대응, 수많은 전략자산을 운용하면서도 실질적인 응징을 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북핵이 자국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으로 발전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역사적 사건과 인식을 가진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새삼스레 ‘질서’ 유지를 위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북한이 가진 핵 기술수준을 고려하더라도, 미국이 북핵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국에 위협이 되어서라기보다는 핵 비확산체계 구축이라는 국제사회에서의 ‘정의’구현 측면이 강하다. 북핵문제의 이러한 점들이 CVID, FFVD를 주창하고 있는 미국으로 하여금 오히려 딜레마에 빠져들게 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 미신고 미사일 기지를 발표하는 등 북한을 압박하고는 있지만, 경제제재나 군사적 수단 동원 등을 통해 북한을 강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 해법’을 제시하였을 것이다.

북한 역시 미국 등 국제사회가 경제제재 등을 풀어주지 않는다고 한국을 핵 인질로 삼거나 지난번처럼 ‘괌’ 등을 대상으로 한 공격위협 등의 방법처럼, 핵무기를 강압수단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지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의 원칙적 해결입장을 천명하였듯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체제에 드러내 놓고 반대하기 어려운 중국과 러시아가 ‘정의’라는 축을 버리고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고 옹호할 힘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한국을 비난하면서도 속내는 강압적인 미국이나 우방이면서 미적거리는 중국, 러시아 보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상대로 남한을 마음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비난을 하면서도 북한은 동족의식에 기초한 ‘우리끼리’란 프레임에 기대어 남한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계산법’이란 지금까지의 비핵화와 보상이란 불공정한 게임보다는 자신들의 체제보장이란 실리를 챙기면서, 단계적 비핵화에 따라 상호 약속한 것을 지키는 공정게임으로 변화시키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미국은 지금까지의 ‘질서(실리)’란 축을 버리고, 핵 비확산 체제 유지란 ‘정의(명분)’을 택하고 있고, 북한이 오히려 비핵화 할 테니(정의) 보상하라는 입장에서 체제 보장과 경제문제를 해결하여 현 질서체제에서 살아남으려는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통상적인 국제체제 운용 원칙과 조금 상반되는 양상이다.

결국 미국은 과거에 비해 국제질서 운용을 위한 힘이 많이 약화되었고, 북한 역시 계속되는 경제난에 핵개발만 지속하며, 강대강 대결을 지속하기 어려운 시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북한 경제회생 지원 등의 문제에 있어 우리의 역할을 대신할 국가는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당장 임기 내 북핵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여유를 가지고 힘과 노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 최소 한동안은 관조적 입장에서 미·북 대화를 지켜보아야 하며, 북한과도 대화단절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팃포탯’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정부에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여 최종적인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달성할 것이라는 의지자체를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북핵 위협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온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일부세력에 대응하여, 핵의 무·유용성을 국민에게 설명 및 홍보하고, 최소한 북핵 위협으로부터는 국민의 안전을 확실하게 지켜낼 것이라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폐쇄주의 경제체제로 인해 맷집이 강한 북한과는 달리 우리 남한이 핵무장을 선언하여,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된다면, 최소 몇 십 년 이상의 국가 발전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설사 전술핵 몇 십 개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유용성은 거의 전무할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국제사회의 ‘정의’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자원이 빈약한 우리 한국이 이만큼의 성장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며, 앞으로도 우리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믿음은 유지하고 싶다.

단국대학교 군사학과 이표규 교수

※ 본 기고는 <위클리오늘>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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