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은행 업권에 맞는 새로운 법규정 도입 '시급'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1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창업공간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증권업 및 인터넷은행 진출 포기 가능성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제3인터넷은행 인가 신청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접수대는 한산한 모양새다.

유력 ICT업체들이 불참을 선언한 데다 특히 참가가 유력시됐던 토스마저 당국의 과도한 주문으로 인터넷은행 진출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인가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지나친 규제가 인터넷은행 업권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초기단계인 국내 업권에 맞춘 새로운 법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서울 강남구의 창업공간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증권업 진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금융당국이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며 “이는 인터넷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이 부문(인터넷은행)의 진출도 멈출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 발언이 제3인터넷은행 신청까지 3주 남은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번 제3인터넷은행 인가 신청은 다음달 10일에 실시되며 지난 3월에 있었던 상반기 제3인터넷은행 예비 인사 심사의 후속이다.

당시 심사에 참가한 컨소시엄은 토스·키움·애니밴드 총 세 곳이었지만 애니밴드컨소시엄의 서류 준비 부족으로 사실상 나머지 두 컨소시엄이 심사대상이었다.

두 컨소시엄은 각각 혁신성과 안정성에 강점을 갖고 있었으며 앞서 금융위는 최대 두 곳의 인가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에 두 컨소시엄 모두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시 금융관계자들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5월 심사 결과 두 컨소시엄 모두 탈락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토스는 부족한 자금조달능력과 건전성을, 키움은 부족한 혁신성을 탈락 이유로 설명하며 하반기 심사에는 해당 문제점을 보완해 재참가 해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하반기 인가 신청이 3주 앞으로 다가온 현재 두 컨소시엄 모두 신청 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가 확정된 곳은 서울시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패션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축이 된 소소스마트뱅크 한 곳 뿐이다.

◆부진한 인터넷은행 업권, 당국의 과도한 규제 원인

국내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지 2년이 넘었지만 금융혁신을 내세운 금융당국의 당초 계획만큼 업권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적격성심사 통과에 맞춰 계획한 6000억원 규모의 증자 계획이 황창규 KT 회장 비리의혹으로 심사가 중단됐다.

그 결과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큰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일부 대출상품을 중단하고 사업을 축소시켰다. 현재 새 주주영입을 비롯한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카카오뱅크 역시 적격성심사로 곤욕을 치뤘다. 지난 4월 김범수 의장의 공시누락 혐의로 대주주 적격성심사가 중단됐다가 결국 7월에서야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금융회사지주법 적용으로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한 16%의 지분 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국내 인터넷은행 고전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지적하며 업권 활성화를 위해 관련 특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당초 제3인터넷은행 출범 당시 기대를 모았던 곳은 네이버나 NC같은 대형 ICT기업이었지만 이들이 불참을 선언한 데에는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금융규제로 주주구성부터 난항을 겪는 모습이 크게 작용했다고 금융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금융당국의 심사는 출범 후의 상황을 미리 예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초기에 해당하는 인터넷은행법은 오히려 출범 후 시장이 판단하는 게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현행 금·은산분리법은 인터넷은행과는 ‘맞지 않는 옷’인데도 억지로 입힌 상황”이라며 “심사기준을 낮춰 제 3·4의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키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관계자는 “앞서 출범한 미국이나 유럽의 인터넷은행들은 ICT 뿐만 아니라 자동차, 유통, 제조 등 다양한 업권에서 비롯된 만큼 규정이 자유롭다”며 “이를 바탕으로 기존 은행과는 다른 형태의 혁신적인 금융상품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금융법 완화에 중점을 뒀지만 기존 금융법이 자리잡은 안정된 금융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출범 단계인 국내 인터넷은행과는 맞지 않아 법 개정보다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게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