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굴기…한국 기업 간 갈등 국면 틈타 어부지리 움직임

[위클리오늘=손익준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끄는 LG 사단의 칼끝이 SK‧삼성 등 국내 기업을 잇달아 정조준한 가운데 치열한 ‘혈투’가 예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연이은 국내기업 고발로 LG 역시 ‘싸움닭’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일본 수출 규제와 중국의 기술 추격 시도 등 불안한 시장 환경에서 ‘국내기업 간 의미 없는 전쟁’을 우려하는 시각 때문이다.

■ LG화학, 돌격 앞으로…전기차 배터리 전쟁

LG그룹의 계열사 LG화학(대표이사 신학철)은 현재 SK이노베이션과 국내외에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영업기밀 침해 혐의로 美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이어 5월엔 관련 혐의로 SK이노베이션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급기야 이로인해 SK이노베이션이 이달 17일과 20일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 마저 희박해졌다. 때문에 양사의 관계는 갈 수록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LG화학과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1차전이 끝나기도 전에…LG전자, TV 전쟁

이런 가운데 LG 사단은 전장(戰場)을 TV로 확대했다. 계열사 LG전자(대표이사 조성진)가 QLED TV와 관련해 삼성 측에 ‘선공(先攻)’을 날린 것.

하지만 삼성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구광모 사단은 향후 삼성과 SK이노베이션 양쪽 전장에서 ‘동시에 작전을 통제’해야 하는 부담도 떠안게 됐다.

LG전자는 지난 19일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고발했다. 삼성 QLED TV가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자발광 기술(QLED)이 적용된 것처럼 허위로 광고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어려운 국내외 경제상황에서의 소모적 논쟁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며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퀀텀닷 기술의 QLED TV를 2017년 선보였고 전 세계 TV 시장에서 13년째 1위를 달성하고 있다”며 LG전자의 주장을 일축했다.

▲LG전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열고 8K TV 제품들의 해상도를 비교하며 올레드 관련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내 기업 간 유구한 '비방'의 역사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이번 비방전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양사는 흑백 TV 시절부터 50여 년에 이르는 유구한 '비방'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1990년대 초 브라운관 TV 특허 침해 소송전을 비롯, 1990년대 말엔 완전평면 TV를 놓고 자사 제품이 진짜 평면 TV라며 서로를 비방한 바 있다.

이어 2012년엔 삼성이 OLED 기술을 고의로 빼내 갔다는 혐의로 LG디스플레이를 고소했다. 이에 LG는 삼성 스마트폰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이외에도 삼성과 LG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서도 비방과 고소 등 진흙탕 싸움을 보여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사장(현 LG전자 대표)은 2014년 독일 베를린 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당시 조 대표는 전시장에 있던 삼성 드럼세탁기의 세탁기 문 경첩을 고의로 파손했다는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이 문제로 삼성은 LG 임원들을 재물손괴 등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조 대표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의 이 같은 행위는 국내 대기업의 이미지 실추 사례로 지속 거론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이 지난 5월 “TCL이 올해 1분기 삼성을 제치고 북미(北美)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은 신흥강자로 부상한 중국의 TV 제조업체 TCL. <사진= TCL홈페이지 캡처>

■ 한국 기업 간 싸움 틈 타 어부지리 노리는 중국

국민들이 LG-삼성, LG-SK이노베이션 간 다툼을 곱게 보지 않는 이유는 현재 한국이 처한 경제 위기상황과 무관치 않다.

현재 한국은 중국의 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신기술 분야의 추격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 수출규제 등 글로벌 경제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디스플레이를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의 금자탑이 중국에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내 전자과학기술 전문 매체 <전과기(电科技)>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국면에서 "중국은 한국과 달리 OLED 재료‧기술을 일본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체는 “중국 기업이 OLED 업계를 장악해야 한다”며 해당 분야 한국 초월을 위한 중국 궐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또 <시나닷컴(新浪網)> 등 중국 언론들은 5월 24일 “TCL이 올해 1분기에는 삼성을 제치고 북미(北美)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대대적으로 전했다.

이에 국내 한 가전 업계 관계자는 “TCL이나 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이미 OLED‧QLED 제품도 생산한다”며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음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가 한국의 배터리 인력 유출도 시도하고 있다. 한국보다 최고 4배 높은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헝다(恒大)신에너지차는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분야에서 8000여 명 규모의 글로벌 인재채용에 나섰다. 한국 업체 끼리 싸우는 사이 고급 인력이 유추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서로 비방하는 사이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도 있다”며 “이 때문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내 기업 간 싸움이 곱게 보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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