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들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지만 상위 10개 저축은행이 절반 넘게 차지하면서 이른바 ‘빈부 격차’가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격차가 갈수록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소형 저축은행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의 당기 순이익이 597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순이익이 증가했음에도 상위 저축은행과 하위 저축은행의 순이익 격차가 커져 불균형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총 자산규모는 33조4346억 원으로 다른 69개 저축은행 총 자산 규모인 37조3618억 원보다 4조 원 가량 적다.

상반기 저축은행 순이익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반면 순이익은 오히려 상위 10개 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 모두의 순이익을 앞지르고 있는데 상반기 기준 10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3515억 원으로 다른 6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인 2462억 원을 큰 격차로 상회하고 있다.

특히 순이익 기준 업권 1위인 SBI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724억 원으로 2위인 OK저축은행(282억 원)과 세배 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7년 3분기까지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상·하위 가릴 것 없이 전체적으로 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3년 간 상·하위 저축은행 순이익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또한 3분기 기준 6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1734억 원으로 상위 10개 저축은행 순이익(1495억 원)을 상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4분기에 들어서며 하위 6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이 급락하며 10대 저축은행의 순이익이 이를 추월하기 시작했고 이후 해당 격차는 올해 상반기 들어 더욱 벌어졌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기준 10대 저축은행의 순이익이 2281억 원인 반면 6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1634억 원을 기록하면서 이른바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한 금융관계자는 “2017년 하반기는 가계대출 총량제 같은 대출 규제와 중금리 대출이 가시화된 시점”이라며 “일반 가계대출 의존도가 큰 소형 저축은행일수록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1500조 원을 돌파하며 비대화된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를 엄격히 하고 있으며 사잇돌대출이나 햇살론 같은 정책성 중금리 상품을 종용하고 있다.

해당 상품의 특성 상 기존 일반 가계대출 대비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대형 저축은행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영업력을 확대시킨 반면 가용여력이 부족한 소형 저축은행들은 기존 영업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업권에 중금리 대출 공급이 늘면서 낮아진 수익성을 비대면 채널을 통한 영업력 확대로 충당하고 있다”며 “대출수요는 변화가 없는데 영업영역이 증가하며 소형 저축은행보다 대형 저축은행에 대출이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바일·인터넷뱅킹 등은 단기간의 투자로 성과가 나기 어렵기 때문에 가용여력이 부족한 소형 저축은행에겐 부담될 것”이라며 “인적 영업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형 저축은행과 비대면 채널을 내세운 대형 저축은행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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