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칙 지키며 보도…법적 대응 불사”
“유시민, 진영 논리에 매몰…파시즘으로 돌변할 수도 있어”

지난 8일 공개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캡쳐.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그간 일부 시청자로부터 ‘정권 입맛 따라 보도한다’고 쓴소리를 듣던 KBS가 조국사태에 휘말리면서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범여권 지지자들로부터 ‘기레기’라는 비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일선 기자들은 더 이상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저널리스트’ 본분을 다할 것임을 다짐하고 양승동 이사장이 밝힌 조국 사태와 관련 ‘조사위원회·특별취재팀’ 구성에 강력 반발했다.

지난 8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의 자산관리인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와의 인터뷰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공개하면서 김씨와 KBS 법조팀 간 이전 인터뷰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해당 인터뷰 내용이 검찰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KBS는 김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하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승동 KBS 사장을 직접 지목하면서 KBS 보도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이에 KBS는 9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 최근 의혹이 제기된 조 장관 및 검찰 관련 취재·보도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갑자기 입장을 선회했다.

또한 "진상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조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를 위한 특별취재팀'을 구성, 관련 취재 및 보도를 담당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지난 두 달 간 조 장관 의혹에 대해 취재해 온 법조팀 기자들을 사실상 조 장관 관련 보도에서 배제하겠다는 조치로 해석되면서 ‘조국 구속’을 주장하는 보수층과 일부 언론인들은 5공 시절 ‘땡 전 뉴스’ 때 ‘보도지침’이 떠 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 이사장의 관련 언급은 현 정부의 ‘적폐청산’ 국정과제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매우 부적절한 '내로남불' 표현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 지도자인 유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으로 국론이 분열된 현 시점에 오히려 분열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비판이다.

특히 일선 기자들은 양승동 KBS 사장의 이번 결정에 강력 반발하며 ‘저널리스트’로서 하던 일을 중단없이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KBS 담당 기자들은 내부 게시판에 김씨와의 인터뷰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인터뷰 전문과 보직사퇴 의사까지 밝히며 회사 측을 강력히 비난했다.

■ KBS 기자들이 내부 게시판에 올린 전문.

◆ A사회부장

애초부터 출연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구성물도 아니고, 취재였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취재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뉴스를 하려는 것이었지, ‘시청자 세상’을 만들고자 한 게 아닙니다. MB 집사가 아무리 MB를 감싸며 말을 하더라도 ‘DAS’는 MB 것이라는 단서가 나오면 이를 보도하는 게 저널리스트라 생각합니다.

맥락을 왜곡했다고 합니다.

우선 당시 녹취록 전문을 첨부합니다.

꼭 한 달 전이네요. 지금은 많은 사실 관계가 더 드러났지만 당시 조국 장관과 부인은 사모펀드 투자과정에서 운용사의 투자처와 투자 내역 등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계속 주장해왔습니다. 사전에 알고 돈을 넣었다면 자본시장법이나 공직자윤리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시 인터뷰 취재 과정에서 부인 정 교수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 증언이 정 교수 자산 관리인 입에서 나온 겁니다. 더구나 자신의 펀드도 아닌 해당 운용사의 다른 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성장 가능성까지 타진했다는 증언까지. 저희가 보도한 건 이겁니다. 인터뷰의 90% 이상은 정 교수의 펀드 투자와 관련된 얘깁니다. 그러한데 이 얘기보다 중요한 다른 맥락이 있는지 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출입기자의 통화가 출입처와 내통한 것이라 합니다.

이번 검찰 수사가 순수하다고 법조팀 기자 어느 누구도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순수하지 않다고 해서 검찰을 상대로 취재조차, 보도조차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자산관리인이 장관 부인의 법 위반 정황을 처음 밝혔습니다. 자 그럼 이제 취재가 끝났으니 방송하면 되나요? 혹시 착오나 다른 의도에 의해 부풀려지거나 허위가 아닌지는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취재의 원칙은 무엇입니까?

근데 왜 하필 검찰에 그걸 확인하냐고 말합니다.

취재원이 수사 과정에서도 일관성 있게 같은 진술을 하는지는 증언의 신뢰도를 확인해볼 수 있는 수단입니다. 수사 기관이 이 증언의 신빙성 관련해 또 다른 근거들을 갖고 있는 지도 알아봐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혐의를 적용하려는 지도요. 물론 정경심 교수 당사자에게도 물었습니다. 하지만 장관 측도 정교수도 답하지 않습니다. 뉴스가 나간 이후에도 단 한 번의 이의조차 제기하지 않습니다.

조사 받는 사건 피의자인데, 피의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일부라도 검찰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합니다. 저희는 자산관리인의 피의사실 즉, ‘증거인멸’ 혐의를 검찰에 물은 게 아닙니다. 자산 관리인이 말한 장관 부인의 의혹을 검찰에 물은 겁니다.

MB 집사에게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MB의 집사의 의혹’이 아니라 ‘MB의 의혹’과 관련된 증언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수사 중인 검찰에 확인 시도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당시에도 그랬구요.

더구나 자산관리인은 저희와 인터뷰하기 전에 이미 검찰 조사를 한,두 차례 받았고 우리와 인터뷰한 내용, 보도 내용을 검찰에 먼저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검찰에겐 당시 우리 보도 내용이 별반 새로울 게 없다는 겁니다.

물론 우리가 자산관리인과 인터뷰했다는 사실을 갖고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자산관리인을 압박했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며 우리도 검찰에 항의해야 할 일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취재 과정에서 검찰이 인터뷰한 사실 자체를 알아챘다고 해서 그걸 마치 기자가 인터뷰 내용을 통째로 검찰에 넘긴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억지고 ‘거짓 선동’입니다.

기존 취재 관행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였다면 수긍할 수 있는 정도만큼만 해야 합니다. 더구나 대상이 된 뉴스도 잘못 골랐습니다.

정경심 교수는 이제 자산관리인을 놓아 주어야 합니다.

정 교수의 다른 의혹은 앞으로 재판에서 가려질 것입니다. 다만 수사가 시작된 이후 정 교수 때문에 형사 처벌의 위기에 빠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입니다. 증거인멸의 죄는 징역 5년형까지 처해질 수 있는 가볍지 않은 범죄입니다.

다른 혐의는 몰라도 한 사람을 이 같은 범죄에 몰아넣었으면 적어도 반성은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이젠 자산관리인이 모든 걸 꾸미고 숨겼다고 합니다. 자신은 시킨 적이 없다며 모든 잘못을 자산관리인에게 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신에게 향하는 비판을 막아줄 총알받이가 돼달라고 합니다.

취재를 할수록 이 사람이 Pb로서 고객을 상대한 건지 아니면 한 집안의 집사였던 건지 점점 더 헷갈립니다. 심성이 착하다고 합니다만 무슨 이유로 어떻게 젊은 사람이 정 교수와 그런 관계까지 된 것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정 교수는 자산관리인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합니다. 자산관리인의 변호를 정 교수 측 로펌 변호사가 아닌 다른 변호사가 맡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사실입니다.

어렵지만 ‘저널리즘의 원칙’은 지켜나가야 합니다.

세상이 변했습니다. 새로운 저널리즘을 말합니다. 그런데도 지난 10년간 우리는 무기력했습니다.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기성 저널리즘, 기존의 취재 관행은 대중에게 부정되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취재 과정조차 이젠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짜장면 배달부를 붙잡고서라도’ 한 조각의 팩트라도 건져보려는 행위와 방법은 이제 대중의 감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교과서에 적힌 빛바랜 저널리즘 원칙들은 대중에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닌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유튜브가 지상파를 기성 언론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좌우 진영 모두 그렇습니다. 유시민 이사장의 ‘알릴레오’도 그중 하납니다. 유 이사장 스스로 ‘어용 지식인’을 자처했고, 자신의 진영을 위해 싸우며 방송합니다. 자이트가이스트, 시대정신.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같은 것이 시대정신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성 언론, 우리 KBS뉴스엔 이런 시대정신이 담겨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현 정부 또한 작금의 ‘시대정신’일 수 있습니다. 야당이나 반대진영 측의 말과 행동을 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집니다.

하지만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하는 저널리즘이라도 지켜야 할 원칙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 이사장은 엊그제 방송에서 정경심 교수의 자산 관리인을 내세워 정 교수 측의 여러 의혹에 대한 방어에 나섰습니다. 이 자산관리인이 정 교수 때문에 ‘증거인멸’의 범죄자로 떨어질 위기에 몰려있다는 사실은 유 이사장에게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오직 조국 장관과 정 교수만 중요할 뿐입니다.

진영의 이익과 논리를 대변하는 방송과 언론이 때에 따라선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 개인의 인생을 제물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한 진영의 실력자가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면서 ‘시대정신’을 앞세운다면 그건 언제든 ‘파시즘’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진영 언론’들과도 달라야 합니다. 진영 언론의 공격을 받아도, 대중의 손가락질을 당해도 지켜야 할 저널리즘 원칙은 지켜나가야 합니다. 어렵지만 싸우면서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합니다.

지난 10여 년, 많이 싸우면서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책임감도 가졌습니다. 마음의 짐도 많았습니다. 파업이 끝난 이후도 이런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짐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10.10. A(사회부장) 올림

◆사회부 B기자

사회부 법조팀 B입니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께 설명을 드리고, 아울러 저희의 의문점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여쭤보려 합니다.

1. 김00 PB 인터뷰 관련

(1) 섭외 경위

김 PB는 사건 초기 핵심인물로 떠오른 사람입니다. 5~6년 동안 조국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뿐 아니라 사실상의 ‘집사’ 역할을 맡아온 인물입니다. 김 PB의 신원을 확인한 뒤 접촉을 위해 본인과 변호인을 설득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했고, ‘사실관계만 있는 그대로 말해 달라’는 며칠에 걸친 설득 끝에 9월 10일 인터뷰가 성사됐습니다.

(2) 인터뷰

-인터뷰는 보도국 인터뷰룸에서 오후 1시쯤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김 PB는 자신이 보고 들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여러 질문에 대해서도 답을 했습니다. 일부 질문에는 카메라가 꺼진 뒤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정경심 교수에게 불리한 정황에 대해서는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태도였습니다.

-김 PB에게는 저희 보도 방향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얘기한 부분 가운데 정 교수 측에 불리한 내용이 있다, 우리는 정 교수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그대로 보도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했고 김 PB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아울러 검찰 조사에서 아직 얘기하지 않은 부분은 우리와의 인터뷰에서도 말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향후 본인의 방어권 행사에서 불리할 수도 있으니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3) 검찰 확인 과정

-이 부분이 가장 쟁점이 되고, 내부 구성원 분들도 궁금해 하시는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검찰에는 인터뷰가 끝나고 녹취를 풀어 확인한 뒤 두 차례 전화를 했습니다. 각각 오후 4시, 7시쯤입니다.

-먼저 검찰에 인터뷰 내용을 크로스체크하기 위해 전화를 한 이유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김 PB는 이미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피의자로, 당시 한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얼마든지 정경심 교수나 본인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김 PB는 기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내용을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습니다. 피의자이자 사건 일방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크로스체크는 취재의 기본이라 배웠습니다. 이 주장이 그대로 보도될 경우 차후에 우리 보도의 신뢰도는 물론, 조사를 받고 있는 인터뷰이 역시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김 PB가 정 교수에게 불리한 이야기도 했기 때문에 이를 우리가 확인 없이 그대로 쓸 경우 방어권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 불리한 부분을 확인해야겠다고 봤습니다. 이를 방지하고자 큰 틀에서 확인하기로 한 것입니다.

-검찰에 확인한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정경심 교수가 2017년 초 자산관리인에게 먼저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왔다는 내용이 취재됐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나 수사 내용에 비춰 사실에 부합하느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오후 4시쯤 확인한 내용입니다. 검찰은 구체적인 확인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보도가 나간다면 정경심 교수에게 불리한 내용인데도 말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구절절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정경심 교수가 사전에 사모펀드 내용을 알았다면 이것이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변호사들에게도 똑같이 물어봤고 검찰에도 추가 확인한 것입니다. 검찰의 답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에 추가 확인한 이유는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외부 변호사들이 해당 질문에 대해 명확히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검찰 확인 과정에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얘기했다거나, 검찰이 알지 못하던 내용을 전달한 바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검찰도 바보가 아니라면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에게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갔다’는 내용을 저희가 어디서 취재했을지, 눈치 챘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산관리인을 만나 들은 이야기냐고 해서, 그렇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이 잘못이라면, 자신관리인의 주장을 아무런 확인도 없이 그냥 내보내야 했던 걸까요? 차라리 그렇게 할 것을 괜히 발을 동동 구르며 귀찮게 그랬나봅니다.

-추가로, 정경심 교수 측과 조국 장관 측에도 물론 확인을 했습니다. 정 교수 측은 연락을 아예 받지 않았고, 조 장관 측(법무부)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만 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정 교수 측 이인걸 변호사는 저희 취재진에게, ‘우리가 대답 안 하는 건 확인이 안 된 거니 쓰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의혹이라도 자신들이 해명하는 내용만 쓰라는 취지입니다. 정말 그렇게 해야 하는 건가요?

(4) 이후 보도 과정

-D, E 기자가 인터뷰 내용과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리포트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8시를 조금 넘어 ‘오늘 9시 뉴스에서 빠졌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11일 방송됐습니다. 그 이유는 저희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5) 인터뷰 내용 선별 논란

-유시민 이사장은 애초 ‘김 PB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가 안 됐다’고 했다가, 방송 된 사실을 뒤늦게야 알고는 ‘일부 내용만 검찰 입맛에 맞게 보도한 게 어떻게 보도한 거냐’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조국 장관은 9월 2일 기자간담회와 6일 인사청문회에서 ‘블라인드 펀드’를 언급하며 자신과 가족은 사모펀드 운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당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주장과 배치되는 이야기가 자산관리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김 PB는 오프를 전제로 정경심이 WFM 경영에 관여한 보다 자세한 정황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인터뷰의 핵심은 '정 교수가 조범동(5촌 조카)이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는 점을 알았다'(조 장관은 5촌 조카는 이름만 잠시 빌려주고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습니다.), '자신의 펀드가 투자하지도 않은 회사 WFM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으며 깊숙이 개입을 했다'(블라인드 펀드라는 주장에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이 같은 사실을 조국 장관은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에서 부인했다' 이 세 가지라고 판단했습니다.

-김 PB 전체 인터뷰의 취지는 ‘정 교수가 코링크도 알고 있었고, 코링크가 투자할 회사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범동이 다 꾸민 일이고 정 교수는 속았던 것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당하신 것 같구나.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는 일을 당하신 것 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조금 더 제가 더 알아보고 확인했었어야 되는데 그게 좀 후회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건 김 PB가 보거나 들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의 ‘당하신 것같구나’라는 이야기는 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으로, 이후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김 PB는 사모펀드 투자 초기 내용에 대해서만 보거나 들었을 뿐, 이후 정경심 교수의 역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주관적인 판단은 가급적 배제하고 직접 보거나 들은 이야기를 보도한 것입니다.

-김 PB의 주관적인 판단을 그대로 전달한다면, 이후 그것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주관적 판단이었다는 게 드러난다면, 그때 우리 보도는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요?

-‘앞에 가던 사람이 누군가 흘린 지갑을 줍는 것을 봤어요. 그런데, 돌려주려던 것같아요’라는 말이 있다면, 팩트는 ‘지갑을 줍는 것을 봤다’는 부분인가요? 아니면 ‘돌려주려던 것같아요’라는 부분인가요?

-이에 대한 저희 판단은 비판받을 수 있고 논쟁적인 부분이라는 점 인정합니다. 다만, 이런 것을 ‘검찰 내통’이라는 지극히 자극적인 언어로 재단할 수 있나요?

2. 회사의 대응

-지금부터는 회사의 일련의 대응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취재기자에 대한 보호

-김 PB 인터뷰뿐만이 아니라 조국 장관 수사와 관련한 보도를 한 법조팀 기자 전원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포함한 악성 댓글과 메일에 시달려왔습니다. 여성 기자들에게는 성폭력성 댓글, 메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참으라’는 말 말고, 기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조치를 하셨습니까? 단지 조국 장관 수사 관련 취재를 하고 보도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자들이 집단 린치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동안 회사는 어디 있었습니까? 모 언론사처럼 취재도 하지 말고, 나오는 거나 따라가고, 조국 장관 검찰개혁이나 열심히 다뤄주고, 그럴걸 그랬습니다. 무능하다 욕은 먹었겠지만 성희롱에 부모, 자녀까지 들먹이는 상스러운 욕은 안 먹었을 텐데요.

(2) 유시민 이사장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대응

-유시민 이사장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회사는 왜 민형사상 조치를 망설이고 있습니까?

-일부 기자들의 얼굴과 전화번호가 인터넷 상에 공개돼 조리돌림 당할 때 회사는 어디 있었습니까? 무엇을 했습니까? 그저 개인이 참고 감수해야 하는 겁니까?

-법조팀을 취재에서 배제한다는 조치는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었는데 어떤 과정으로 결정된 건가요? 이는 유시민 이사장의 주장을 회사가 수용한다는 뜻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데, 그런 뜻입니까? 납득할 만한 설명은 누가 할 겁니까? 저희는 단 한 번도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공식적인 전달을 받은 일이 없습니다.

-저희도 알지 못하던 회사의 공식 입장문이 나가던 시각, 유시민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우 공교롭게도, 유 이사장이 이런저런 조치를 해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이 회사 입장문에 고스란히 들어있었습니다. 이번 결정은 사회부장도 사전에 모르던 것으로, 회사 임원진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유 이사장에게 이런 조치를 미리 알려줬거나, 유 이사장과 상의를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람과 사전에 상의를 하거나 조치 내용을 미리 알려주셨습니까? 정작 당사자들은 알지도 못하던 내용을요? 책임 있는 분의 명확한 설명 기다리겠습니다.

-유 이사장은 사건 초기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의 플레이어로 의심받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을 회사가 수용한 것입니까?

◆사회부 C기자

사회부 C기자입니다. 법원 취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KBS는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를 위한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겠다고 어제(9일) 일방적으로 대내외에 발표했습니다.

유시민 씨가 '알릴레오' 방송으로 KBS의 김경록 인터뷰에 대한 일방적 주장을 내보낸 지, 겨우 하루가 넘은 시점이었습니다.

사장 주재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들었습니다.

법조팀원은 물론 팀장, 사회부장도 전혀 모르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른 회사 기자를 통해, KBS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받아보기 전까지는요.

저는 법원을 취재하기 때문에,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에 관여해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로, 현재 온라인에서 욕설·조롱과 함께 유포되고 있는 'KBS 법조팀' 명단에도 제 이름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조팀원으로서 회사 조치에 도저히 납득가지 않아 글을 씁니다.

본부장에게 묻습니다.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를 위한 특별취재팀"을 구성하시겠다고요?

"통합뉴스룸 국장 직속"으로, "분야별 담당기자들을 망라하여 구성해",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에 기반한 취재와 보도를 계속하겠다"라고요?

책임지지 못할 단어를 써서 밖에 급한대로 말해놓고, 실제로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을 위해 하고 계신 건 대체 뭐가 있습니까?

당장 오늘부터 어떻게 하실 겁니까?

법조팀 전원은 오늘 출입처가 아닌 회사로 출근했습니다.

명확한 인사조치도 그 어떤 구체적 지시도 없었지만, 회사에서 저렇게 질러놓은 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취재도 하지 못합니다.

법무부와 검찰, 법원에서 실시간으로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고 있는데, 오늘 뉴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뉴스가 나가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건가요? 그건 우리 시청자가 알 필요 없는 뉴스인 건가요? 그렇게 강조하신,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의 대상이 아닌 건가요?

대통령, 청와대, 유시민 씨, KBS가 거짓말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시민들, 아니면 당장 국감을 앞두고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장과 간부,

그 누구를 의식한 조치인지는 도통 모르겠으나,

적어도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을 고려한 조치라고는 결코 볼 수 없습니다.

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기자들을 조사 대상으로 만듭니까?

한번이라도 E, D 기자의 입장을 들어 보셨나요?

두 기자가 9월 10일 김경록 PB를 인터뷰한 영상을 사장 주재 회의에서 같이 보셨다고요?

(다같이 영상 시청했다는 게 사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KBS 소식에 정통한 유시민 씨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그러하다고 하니 믿어보겠습니다.)

그 영상을 다 보셨으면, 사건의 전말을 다 파악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렇게 신속한 조치를 취할 정도로 모든 게 명료해지던가요?

언론사가 추구해야 할 진실이 그토록 간단한 것이던가요?

회사를 살리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 판단으로 인해, 회사는 묵묵히 제역할을 해온 훈련된 기자들을 한순간에 질낮은 '기레기'로 만들었습니다.

적어도 그 판단을 한 사장과 간부들보다는, 지금 '기레기'로 낙인찍힌 그 기자들이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을 훨씬 더 염려해 왔습니다.

이 모든 일을 다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이라는 단어를, 기자의 역할을,

언론사의 책임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오염시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해명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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