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니나 내나'의 한 장면

[위클리오늘=이주현 기자] “같은 출발지를 삼았지만 다른 목적지를 향한다. 다른 누구보다 가깝지만 그만큼 상처주기 쉽고, 그러면서도 화해하기는 어렵다.”

이동은 감독은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영화 '니나 내나' 언론시사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족’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니나 내나'는 떨어져 살고 있는 세 남매에게 오래전 가족을 떠난 어머니가 보낸 편지가 도착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떠나간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노력하는 첫째 ‘미정’ 역은 배우 장혜진이, 치매 걸린 아버지를 챙기며 곧 아버지가 될 거라는 부담감을 안고 사는 둘째 ‘경환’ 역은 태인호가 맡았다. 이가섭은 말 못할 고민거리를 짊어진 채 가족과 소통하지 않고 사는 셋째 ‘재윤’을 연기했다.

이번 작품은 '환절기', '당신의 부탁'을 잇는 이동은 감독의 세 번째 가족 이야기다.

'환절기'는 성소수자인 아들을 둔 엄마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다. ‘동성애’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택했지만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가족 관계에 집중하며 등장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세세히 묘사했다.

'당신의 부탁'은 죽은 남편의 배 다른 아들을 키우게 된 여성,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 보낸 여성 등 다양한 ‘엄마’의 형태를 그리며 ‘어떤 사람을 어머니로 규정지을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영화 '환절기'의 한 장면
영화 '당신의 부탁'의 한 장면

이처럼 그가 그리는 가족의 모습은 일반적인 ‘정상 가족’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들의 갈등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거나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지는 않는다.

'니나 내나'라는 제목에서도 ‘정상 가족’이든 ‘비정상 가족’이든 별다를 것 없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시나리오가 쓰인 2014년 당시 제목은 ‘정분’이었다. 가족 간에 정 때문에 생긴 일을 그려서다. 하지만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고,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 돼 바꿨다고 이 감독은 설명했다.

이 감독은 영화 제작 의도를 묻는 질문에 “2014년에 아주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며 “그 커다랗고 비극적인 사건을 목도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글을 쓰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니나 내나는 상처를 이겨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당시 사건으로 힘들었을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기를 바랐다. 동시에 ‘잊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영화에는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의미인 ‘노란 리본’이 자주 등장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로 죽은 막내 수완도 자주 회자된다.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무언가를 시작하기 두렵다’고 말했던 경환이 가족의 사진을 찍고 카페에 전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장혜진은 “괜찮다고 생각하며 지내다가도 응어리진 게 문득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다"며 "니나 내나는 그런 부분을 섬세하게 잘 짚어낸 영화”라고 말했다.

또 “저예산 영화라 주변 도움을 많이 받아야 했다”는 이 감독의 말에 장혜진은 “작은 영화지만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니나 내나'는 지난 3일 개최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달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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