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20일 저녁, 그야말로 난폭운전을 경험했다.

버스나 택시가 아니었다. 지하철도 급가속과 급제동, 여기에 급코너링까지 한다는 사실을 난생 처음 알았다.

앞뒤좌우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심한 요동에 따라 짐짝처럼 흔들리던 승객들은 이내 불평과 짜증을 토해냈다.

하늘거리는 봄옷을 이쁘게 차려입은 한 여성은 옆 아저씨에게 하이힐을 두 번이나 밟히면서 울상을 지었다. 급기야 한 승객은 넘어지기까지 했다.

마침 옆 승객의 도움으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통상 물리치료 2주 정도의 타박상을 당했다. 하지만 무척 착해 보이는 그 승객은 주위 사람들에게 연신 ‘죄송합니다’만 반복하며 거듭 사과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을 처음 겪은 필자는 별안간 전동차를 운전하는 승무원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음주운전? 아님, 초보운전? 어쩌면 과도한 업무로 집중력이 떨어진 탓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때마침 한 기사를 봤다. 공공기관 인력감축으로 심지어 무자격자가 지하철 운전을 하는 경우마저 있다고 한다. 아찔했다.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수백의 승객 안전이 달린 문제다. 속으로 육두문자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승무원의 상태와 정체를 살피고 싶었지만 일단 꾹 참고 내렸다. 목적지인 상록수역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11시55분이 조금 지나서였다.

19일 또 다른 일이 있었다. 필자는 그날 지하철에서 뜻밖의 사우나 체험을 했다.

좌석 아래에선 열기가 쉬지 않고 올라왔다. 종아리는 뜨겁고 땀이 줄줄 흘렀다.

옆 승객은 “덥다 더워”라며 연신 탄식을 내뱉었다. 어서 다음 역에서 문이 열려 환기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금정역에서 환승한 걸로 보이는 한 커플은 올라타자마자 “헐~ 완전 사우나야”라며 놀랐다. 전동차 유리창은 습기 때문에 진작부터 뿌옇게 변해 창밖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이미 신용산역 즈음부터 그 용하다는 ‘지하철 불편해’ 어플을 이용해 ‘히터 온도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곧 조치하겠다는 답장이 왔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알려진 바, 어플 민원이 발생하면 해당 전동차에 안내방송을 하고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이에 일행들이 총 여섯 번을 계속 요구하며 실험했다. 역시나 답장만 올 뿐이었다. 아마도 자동 응답 시스템이 작동한 모양이다.

만일 온도의 문제가 아니라 응급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역시나 아찔한 일이다. 분명히 그 어플엔 응급상황에 준하는 신고항목이 버젓이 있었다. 취객, 싸움, 성추행, 불법촬영 등이다.

분명히 다른 승객들도 어플로 민원요청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컨데 이제는 그 승객들 폰엔 더 이상 해당 어플이 깔려있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앞으로도 그 지하철을 계속 이용해야 한다. 씁쓸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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