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대회에 참가한 약속의 자전거 오영열 대표 <사진=약속의 자전거 제공>

[위클리오늘=박소희∙이장준 유스프레스 청년기자] “‘자전거를 통해 반드시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회와의 약속, 세상과의 약속’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약속의 자전거’ 오영열 대표는 자전거 아마추어 리그에서 활동했다. 특히 최소 200km 이상 장거리를 제한 시간 내에 도달해야 하는 대회 ‘랜도너스’에 도전해왔다.

오 대표는 자신이 느꼈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작년 약속의 자전거를 설립했다.

자전거와 얽힌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다음은 오영열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약속의 자전거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A 약속의 자전거는 자전거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작년에 설립했어요. 자전거를 통해 반드시 세상을 바꾸겠다는 세상과의 약속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청소년 자전거 안전 교육, 맞춤형 자전거 제작, 리사이클링 수업이 있어요. 리사이클링 수업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주로 대상으로 해요. 자신이 직접 자전거를 만들고 가져가도록 하죠. 이외에도 세월호 추모 라이딩, 위안부 나눔 라이딩 등 사회적 문제를 자전거와 결합해 알리는 ‘소셜 라이딩’을 정기적으로 진행해요.

Q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A 아무래도 자전거 리사이클링 수업이 국내 최초였기 때문에 선례가 없어서 힘들었어요. 특히 자전거 리사이클링이 주로 비영리 쪽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자도 많이 봤죠. 처음에는 학교 측에 연락해서 강사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까지 홍보했어요. 다행히 서울시에 사업 사례로 보고되면서 올해에는 교육부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어요.

Q 사업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A 작년 ‘서울시 자전거 축제’라는 행사에 나가서 자전거 무료 정비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곳에 87세 할아버지께서 정비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셨어요. 나이가 있으시다 보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으셨죠.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포기하지 않으시고 저한테 천천히 불러달라며 열심히 적으시는 거예요. 정비를 배우고 싶어 하시는 열정과 끝까지 도전을 하는 모습에 뭉클했죠. 그래서 할아버지께 제 사비로 물품도 사드리고, 많이 챙겨드렸던 기억이 나요.

Q 꼭 자전거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A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탔으면 좋겠어요. 도로가 막힐 때 차로 가는 속도나 자전거로 가는 속도나 비슷하니까 이왕이면 자전거를 이용하자는 거죠. 자동차, 버스, 지하철은 모두 기계가 가진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지만 자전거는 타는 사람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가잖아요? 그만큼 자전거가 더 스릴 있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죠.

자전거를 타면 그 동안 바쁘게 사느라 지나친 모습을 볼 수도 있어요. 오가는 사람들은 물론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게 되죠. 안장 위에서 만나는 사람끼리만 통하는 동질감도 있고요. 지금 저희는 직접적인 소통이 단절된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전거를 통해 다시 인간 본연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Q 현대인의 건강한 삶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A 한 달에 한 번 가량 자전거 모임을 가져요. ‘은평을 바꾸는 자전거 라이딩’이라고 내 생애 첫 도로주행을 추구하는 프로젝트예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해서 자전거 주행을 포기하거든요. 우리나라 차도는 지나치게 위험하고, 자전거 도로마저 여건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전문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옆에서 보조하면서 은평구 차도를 달리는 모임을 기획했어요.

Q 계획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우선 해외 자전거 행사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 300여 국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자전거 행사)’를 본 따 프로젝트를 계획했어요. 1000km 코스를 6박 7일간 자전거로 나눠 달리는 프로젝트를 하는 거죠. 달리는 거리에 따라 받은 후원금을 기부하거나, 자전거만이 할 수 있는 후원 사업을 통해 자전거가 가진 힘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프리카에 자전거를 수출하는 일도 오랜 꿈이에요. 두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타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우선 국내 상황이 해결되면 이를 아프리카로 확대하고 싶어요. 아프리카에서는 대안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탄다고 해요. 하지만 자전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저희만 하더라도 방치하는 자전거가 800대 정도 있으니 아프리카에 수출하면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요?

Q 약속의 자전거가 나아갈 방향은?

A 요새는 사이클복을 입고 타는 경기용 자전거, 소위 말하는 빠른 자전거가 유행이에요. 우리나라 ‘빨리빨리’ 문화가 자전거에도 스며든 거죠. 심지어 경기용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외딴 사람 취급을 하는 사회문제도 나타났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빨리 달리고 싶어 하지는 않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생활 자전거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어요. 누구나 건강한 삶을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요. 사실 저희가 해온 모든 일들이 생활 자전거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죠.

오 대표가 이끄는 약속의 자전거는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3번 ‘모두를 위한 전 연령층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웰빙(well-being)을 증진한다’를 위해 힘쓰고 있다. 누구나 두 페달을 밟아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돕는 일이 약속의 자전거가 걸어온 길이다. 약속의 자전거가 시민을 위한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

<박소희∙이장준 청년기자는 유엔해비타트 유스프레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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