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 은행권, 정책·관세 영향에 ‘부정적 전망’ 유지…부정적 스프레드 확대 우려도
무디스, 2026년 한국 은행권 전망 ‘부정적’ 유지 신정부 정책, 미국 관세 등 은행권 리스크 높여 증권사 IMA 출시, 은행권 수익성 일부 압박 분석도 최근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 부정적 신호 우려도
[위클리오늘=김현태 기자] 우리나라 은행권에 대한 전망이 신정부 정책과 미국 관세 여파에 따라 부정적 전망을 유지한 가운데, 최근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가 부정적 신호일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25일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는 '2026년 한국 신용전망' 공동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국내 금융기관 및 비금융기업의 신용 전망을 발표했다.
이날 무디스는 ▲신정부 정책 ▲미국 관세 등을 근거로 국내 은행권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먼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은행권에 강조되고 있는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이 자산건전성·적정성 및 수익성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금융'은 기존에 금융권이 자금을 부동산이나 이자 장사 등 비생산적인 영역에 투자하는 것을 벗어나 첨단 산업, 벤처 기업 등 생산적인 영역에 투자해 실물 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5대 금융그룹(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총 508조원 규모의 자금을 국민성장펀드, 중소·중견기업 대출, 자체 투자 등 생산적금융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포용금융’은 저소득·저신용자 등 금융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대출 연체자의 채무를 조정해주거나 탕감하는 새출발기금·새도약기금과,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저금리 대출 등이 있다.
무디스는 이 중 새출발기금과 새도약기금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자산 리스크를 확대하고, 은행의 대손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 관세의 경우 상품 가격 상승과 기업의 매출 감소를 발생시켜 자산가치 하락 및 금융여건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외에도 최근 국내 증권사에 허용된 종합투자계좌(IMA) 상품이 은행권 자금 조달에 일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가 취급하는 투자상품으로, 사실상 원금보장의 성격을 갖추면서도 시중금리 이상의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은행 예·적금 대비 차별점을 갖고 있다.
이날 무디스 손정민 연구원은 IMA에 따른 은행권 자금 조달 부담 여부에 대한 [위클리오늘]의 질문에 “이미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발생하고 있고, 이것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2020년 초반에 보았던 머니무브 당시 은행권의 자금조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닐 것이고, 순이자마진(NIM) 하락 압박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최근 금리인하 사이클에도 신정부의 재정 확대 등에 따라 장기채 금리가 높아져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점은 은행권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손 연구원은 “스프레드 확대가 되면 은행권 수익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 부분이 있다”며 “다만 대손비용 증가라던가 저이자 대출 확대, 금리인하 사이클이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이 있어서 NIM이 압력을 받는 부분을 일부 완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가 부정적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904%, 10년물 금리는 3.289%를 기록했다.
장단기 스프레드는 장기물 금리와 단기물 금리 간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적으로 장단기 스프레드가 커지는 것은 경기 회복을 의미하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지만 저성장, 고환율, 재정 확대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칠 경우 부정적 신호로 보일 수 있다.
우리나라 장단기 스프레드(10년물-3년물)는 정부의 재정 확대 내용이 담긴 ‘2026년 예산안’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9월 1일 41.2bp(0.412%p)를 기록한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기록한 이달 20일 41.7bp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도이치뱅크는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재정적자를 동반한 국채 발행으로 장기물 금리가 상승해 베어스티프닝(장기물 금리 상승이 단기물보다 가파른 현상)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금융 안정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높아진 환율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에 영향을 미쳐 장기물 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