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비친 폭력으로 재해석 되는 여성혐오'

[위클리오늘=임수예 기자] 최근 온라인 상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집단인 메갈리안들의 행보를 뒤쫓아봤다.

 

▲ <사진='행동하는 메갈리안' 제공 '메갈리안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손 제스쳐, 이퀄 마크(=)를 상징한다'>

 

<메갈리안?>

 

국내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온라인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그 내부에 위치한 '메르스 갤러리'에서 자신들을 *(1)'메갈리안'(Megalian)이라고 칭하는 여성들이 나타났다.

'메갈리안'이란 소설의 제목인 *(2)'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의 합성어다.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던 여성 유저들에게 한 네티즌이 "이갈리아의 딸들 같다"고 발언한 것이 그 유래다.

*(1)'메갈리안' : 메르스(MERS)+이갈리아(Egalia)=메갈리안(Megalian) 초반에는 '메갈리아의 딸들'로 불렸으나, 페미니스트들 중에 남성도 포함되어있다는 의견을 수렴해 '메갈리안'으로 호칭을 변경했다.

*(2)'이갈리아의 딸들' : 여성성과 남성성의 인식이 뒤바뀐 새로운 세계에 대해 쓰여진 소설(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저, 1996)

 

<메갈리안들은 왜 메르스 갤러리에서 모습을 드러냈나?>

 

메갈리안들의 활동 계기에 대해서는 몇몇의 가설이 존재하지만, 그중 정설로 통하는 것은 '메르스 의심환자 여성 두 명의 격리 거부 사건'으로 빚어진 여성혐오 여론에 대한 반박을 위함이다.

홍콩에서 격리를 거부하고 탈출하던 중 연행된 메르스 의심 환자 여성 두 명의 사진이 온라인 상에서 '김치녀'와 같은 여성 혐오성 발언들로 큰 질타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두 여성이 의사소통

▲ <사진=디시인사이드 '결혼 못하는 남자 갤러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들을 비난하던 이들은 메갈리안으로부터 역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메갈리안은 본디 '메르스 갤러리'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소문을 듣고 몰려온 타 커뮤니티 유저들이 작성한 여성 혐오 게시글로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새롭게 정착할 '갤러리'를 유랑하던 중 '동남아 갤러리'를 거쳐 현재 '결혼 못하는 남자 갤러리'에 정착해 원만한 활동을 펼치고있다.

 

<메갈리안의 폭력성>

 

▲ <사진=결못남 갤러리에 게시된 메갈리안의 글들 중 하나. 의지적으로 보이는 사진(짤방)의 첨부와 디시인사이드 특유의 비속어가 포함됐다. 이 게시물은 302건의 추천을 받았다.>

많은 네티즌들은 메갈리안이 작성한 글들을 보며 이들의 폭력적인 성향에 대해 비판한다. 실제로 이들의 여성 운동은 '자애로운 설득'과는 거리가 먼 공격적인 성향을 띄고있다.

이들은 높은 수위의 욕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가 하면, 기존에 없던 남성 비하 단어를 창조해 사용하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예) 실*지 : 성기가 실처럼 가늘다

이처럼 무척이나 과격하게만 보이는 이들의 문화는 '일베'를 비롯한 *(3)'남초 커뮤니티'의 폭력성과 혐오사상을 비추는 완벽한 거울이 된 셈이다.

지금껏 일베는 '김치녀'와 '탈김치녀'를 구분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자만하며 여러 과격한 표현들을 통해 온라인 상에 잘못된 인식을 퍼뜨렸다.

이는 젊은 세대들의 의식속에 고스란히 자리잡아 온라인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스며들었다. 한 여성 개인에게 발생한 문제를 '여성 문제'로 확대시키는 불평등을 일상적인 것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여성 운전자가 교통 사고를 저지르면, 이에 대해 '김여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여성 운전자 전체의 무능력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 통해 '여성은 운전 실력이 미흡하다'는 사상이 퍼지고, 사실 무근의 헛소문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인 양 사실화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4년 한 해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2만3천552건이지만 이중 여성 운전자가 발생시킨 교통사고 건수는 4만943건에 지나지 않는다.

▲ <사진=도로교통공단 제공 '여성운전자 교통사고 발생건수(위)와 2014년 한 해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아래)'>

*(3)'남초 커뮤니티' : 주로 남성 유저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지칭. 여성 유저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는 여초 커뮤니티라 칭한다.

<일베와 메갈리안, 모두 반대하는 사람들>

메르스 갤러리 사태에 대해 어떤 네티즌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여성 혐오에 대한 대처로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이하 여혐혐)를 시작한다면 그것은 결국 또다른 여성 혐오를 낳는 것이 아닌가?" 메갈리안들은 이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360도가 원점이라는 건 모르나?" '여혐혐혐'이 바로 '여성 혐오' 그 자체라는 당연한 사실에 대한 재치있는 답변이다.

애초에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여성'은 즉 여성 전체이며, 여성 혐오를 선호하는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존재 한들 이는 자해성향이 높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상담 치료를 받아야 옳다.

메갈리안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이런 질문도 있다. "일베가 싫다면서 그들을 따라하는 것은 결국 둘이 똑같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 아닌가?"

이에 대해 메갈리안들은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4)'미러링(Mirorring)'이다"며 "그들은 거울에 반사 된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여성 혐오에 대한 그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고 자신들의 표현 방법이 폭력적인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일부 메갈리안은 "우리가 일베와 같아 보인다면 그렇게 생각하라"며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팽배한 곳이 있다면 여성우월주의 사상이 팽배한 곳 또한 존재 할 거라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웠다.

이와 같이 단단히 뭉쳐있는 메갈리안들에게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활동을 저지시키려는 행동은 무의미할 뿐이다.

오히려 "당신이 지금까지 남초 커뮤니티에서 열정적으로 그들의 여혐사상에 대해 반대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주눅이 들 뿐이다.

메갈리안들이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 자신들의 평등사상을 폭력적인 방법을 빌려서라도 퍼뜨리겠다는 신념이다.

*(4)미러링 : 거울 효과

<메갈리안의 업적>

커다란 주목을 받으며 공격에 시달리기 시작한 메갈리안들은 현명하게도 그로부터 자신들의 행동이 '먹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여혐혐'운동이 보다 구체적으로 여성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사색의 결과로 지난 13일 네이버의 기부 시스템인 '해피빈'을 통해 '행동하는 메갈리안'이라는 콩 저금통을 개설했다.

이들은 현금으로 환전 가능한 '콩'을 기부하기 시작했고, 콩 저금통이 개설된지 7일만인 오늘 총 12만3천여개의 콩을 모아 약 천이백만원 상당의 금액을 마련했다.

이는 메갈리안이 성평등을 추구하기 위해 내딛은 첫 발걸음이다. 기부된 콩들은 현금으로 환전되어 코피노, 성폭력 피해자, 미혼모, 성범죄 피해 아동, 여성 인권단체 등에 지원될 예정이다.

▲ <사진=메갈리안들이 개설한 콩 저금통>

메갈리안들은 기부 외에도 유저들간의 담론을 통해 다양한 활동 계획을 구상해왔다. 그들은 "기존의 올바르지 못한 성 인식('남성은 성충동을 억제 할 수 없어 여성이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과 같은)을 적용한 성교육의 개선이 그 계획들 중 하나이며, 이 외에도 많은 활동들을 통해 생활속에 녹아든 남성우월주의를 박멸하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말한다.

메갈리안은 지금 본진인 '결혼 못하는 남자 갤러리'에서 자신들의 투쟁을 이어나가고있다. 이들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도 그들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 코리아'와의 마찰을 빚게된다.

<페이스북 코리아와의 마찰>

▲ <사진=페이스북 커뮤니티 표준 항목>

페이스북이 지키는 커뮤니티 표준에는 '보호받는 소수 그룹(유색인종,여성,동성애자 등)을 향한 적개심을 조장하는 단체나 개인은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없다'는 항목이 포함돼있다. 문제는 이들이 그 표준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호모포비아 사상을 가진 페이스북 페이지를 신고하자 오히려 그 신고자를 차단해버리겠다며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김치녀'라는 여성혐오 페이지는 여러 차례의 신고에도 삭제 되지 않았다. 그러나 메갈리안들이 개설한 '메갈리아' 페이지는 여성평등 강연 영상과 같은 게시물이 주로 업로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 숫자가 많다', '이용자들의 반감이 크다'는 이유로 관리 계정을 차단당했다.

이에 메갈리안들은 "페이스북 코리아의 운영진부터가 여성혐오를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며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페이스북 본사와 접촉하며 사태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이는 효과를 보이며 김치녀 페이지를 비활성화 시키는데 성공했으나, 이내 다시 복원됐다. 한편 '메갈리아' 페이지는 신고로 인해 세번이나 계정을 차단당해 현재 네번째 페이지인 '메갈리아4'를 운영하고있다.

<앞으로의 방향>

메갈리안의 역사는 매우 짧다. 그들이 활동한 기간은 기껏해야 이번달 한달 정도지만, 이 짧은 기간동안 그들이 펼친 행보는 국내의 어떤 여성집단보다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있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를 말하는 그들을, 우리는 과연 '폭력적이다'는 시각 안에서만 바라봐야할까?

▲ <사진='행동하는 메갈리안' 제공 '메갈리안 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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