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1 소부장뿌리기술대전’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21년 10월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1 소부장뿌리기술대전’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특국’

방일 전인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발표하며 이 같은 수식어를 동원했다.

용인뿐만 아니라 전국 15개 지역에도 첨단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투자규모는 향후 20년간 5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장밋빛 희망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우려로 바뀌었다.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돌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했다.

일본기업 유치 자체는 우려가 아니다. 세계 최대 산업 단지에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하는 건 오히려 당연한 풍경이다. 문제는 국내 소부장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삭감이 선행됐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은 죽이고 일본기업을 키우는 결정” “기술독립을 위한 지난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 됐다”는 등의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지난 정부는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에 나섰다. 소부장 특별법을 만들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소부장 특례보증 사업을 통해 2020년부터 3년간 매해 800억원을 투입했다.

덕분에 국산화율은 높아졌다. 신용보증기금 측은 지원 대상 소부장 기업들이 일반보증 기업보다 3년 연속 낮은 부실률을 보였다며 이 산업군을 기술력 기반의 강소기업 비중이 높은 우량산업군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전까지 일본에 전적으로 의지했던 일부 소재는 그 의존도를 최대 66%나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올해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또 2023년도 예산안에서도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을 5.7% 삭감했으며 중기부 소부장 예산은 38%나 깎았다. 이제 막 국산화를 치고 나가는 시점에 닥친 의외의 결정이었다.

다만 중기부는 “지난 3년간 충분히 지원해 예산 지출을 재구조화한 것”이라며 “기관 예산으로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에선 윤 정부의 결정을 옹호하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많은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일본의 원천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는 게 사실이다.

서울에 소재한 한 반도체 연구소 관계자는 “소부장 관련 연구과제가 넘쳐 그동안 굵직한 과제를 수행했고 실제 많은 성과를 이뤘다”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일부 과제는 홀드되고 나머지 과제는 다 날아갔다”고 밝혔다.

또 그는 “예산 삭감은 시기상조”라며 “순풍에 돛 달아 이제 막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배에 구멍을 낸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선 시기 윤 대통령은 ‘반도체 노동자 백만 양성’ 등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모르겠다.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한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는 신모 변호사는 모 방송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소부장 관련 기업의 한 대표는 ‘일본 총리나 할 소리’라며 격분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선 기업들은 몸을 바짝 엎드리는 분위기다.

소부장 관련 대표기업으로 불리는 A사, H사, J사, S사, P사, W사 등은 22일 ‘정부의 이번 결정이 업계에 끼칠 영향’에 관한 <위클리오늘> 질문에 대체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 “조심스럽다” 등으로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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