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만 사회팀 기자

일부 대학이 발급한 취업용 성적표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70곳의 대학이 성적표를 ‘열람용(교내용)’과 ‘제출용(대외용)’으로 구분해 발급했다는 것. 제출용 성적표에는 F학점 과목이나 수강포기 과목이 반영되지 않아 학생들의 성적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붙었다. “F학점이면 수업을 듣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굳이 성적표에 넣을 이유가 없지 않나”란 의견과 “대학들이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란 상반된 입장이 부딪힌다.

물론 ‘이중 성적표’는 잘못된 행위다. 하지만 대학들만 손가락질 받을 일인지 곱씹어봐야 한다. 문제의 시작은 대학의 ‘이기심’이 아니다. 취업이다.

요즘같은 취업난에 학생들은 1차 서류전형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이에 조금이라도 높은 학점이 필요하다. 대학은 취업률이 높을수록 신입생 유치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학생과 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산물이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 교수는 “대학은 이미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말한 바 있다. 99%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대학 진학률과 이로 인한 극심한 취업경쟁에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 아닌 ‘취업의 전당’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2009년에 대학생 사교육비가 고교생을 웃돌았고, 학부모들의 ‘치맛바람 현상’까지 일어나는 상황이다.

대학들의 ‘이중 성적표’에 대한 지적이 불편한 이유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적표를 발급해주는 대학이 아니라 ‘이중 성적표’라는 ‘기형아’를 만들어 낸 우리 사회에 있다. 손가락만 쳐다보느라 달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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