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인심과 잊지 못할 풍광이 함께하는 곳

 

▲ 숲체원의 나무데크로 이어진 산책로는 경사도가 낮아 노약자가 이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풍광  먹거리  인심  넘쳐나는  횡성 트레킹

가을은 사색으로 가는 긴 여정이다. 청아한 날씨에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 상큼한 풀 냄새 가득한 여행길에서는 문득문득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된다. 마음을 씻어내고 깊이 성찰하기에 횡성만큼 좋은 여행지가 어디 또 있을까? 아름다운 풍광과 풍부한 먹을거리가 있고 따스한 인심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푹신거리는 황톳길을 걷노라면 어느새 웃음소리가 발걸음보다 앞서 달음박질한다. 느린 걸음으로 유유자적 숲길을 거닌 뒤 숯가마에서 흠뻑 땀을 빼고 얻는 상쾌함은 덤이다. 여기에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우고기와 명물 안흥찐빵은 입을 한없이 즐겁게 한다. 

횡성 여행의 발걸음은 국내 유일의 숲문화체험장인 숲체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4차로로 새롭게 뚫린 영동고속도로는 구불구불한 옛길을 기억에서조차 지우게 했다. 하지만, 숲체원으로 가는 길은 잊힌 옛 영동고속도로를 만나는 추억 서린 반가움이 있다. 우리가 옛날에 오갔던 영동고속도로였다고 하기에는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좁다란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좌측으로 숲체원이 나온다. 영동1터널을 조금 못 미친 지점이다. 

요즘은 캠핑이 대세로 자리 잡은 탓에 조금만 산세 좋고 숲 울창하면 어김없이 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다. 휴양림은 주말마다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국민 사랑을 받고 있다. 

대개는 자연휴양림에서의 ‘쉼’조차 일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나무로 지어진 숙소 주변을 잠깐 걸으며 자연과 수인사를 나누고는 바로 기름진 고기에 술잔 기울이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도시 삶을 벗어나 먼 길을 달려 찾아온 숲에서의 생활은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이를 고려해 숲체원은 특별한 자연의 흥취가 느껴지도록 설계됐다. 탐방로와 식용식물원, 버섯원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코스가 마련돼 있다.

     행복 만드는 숲체원 산책로

우선 숲과 교감하며 탐방로를 따라가는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숲은 6개의 탐방로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편안한 등산로’에서 시작해 4~1코스, 5코스 순으로 돌아보는 게 좋다. 타박타박 느린 소걸음으로 걸어도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나무데크로 이어진 1km 정도의 편안한 등산로는 천천히 걸어야 제 맛이다. 

탐방로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보편적 디자인)이 적용돼 유모차나 휠체어를 밀면서도 산책이 가능할 정도로 경사도가 낮다. 어린이와 어르신,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 어린이나 청소년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사전예약을 통해 숲 관련 교육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숲체원을 본격적으로 탐방하려면 방문자센터 맞은편에 있는 나무데크로드로 가야 한다. 눈부신 가을 햇살을 뒤로하고 산 그림자 짙은 숲으로 걸음을 옮기면 일순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폭우와 거센 바람을 이겨낸 커다란 회나무가 붉은 열매를 탐스럽게 달고 여행객을 반긴다.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열매들이 참으로 곱다.

산책로 주위에는 다람쥐, 청설모들이 겨울 준비로 분주하다. 사람에 낯이 익은 탓인지 피하려는 기색도 전혀 없다.  탐방로 곳곳에는 나무, 곤충, 새, 도토리 등에 관한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담은 작은 탑들이 서 있다.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산로 끝에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키 큰 나무들이 사방을 가려 탁 트인 전망을 기대하긴 어렵다. 장대한 산세보다는 빽빽한 숲을 보고 소박한 자연을 느끼면 그만이다.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 버섯원, 식용식물원을 지나 ‘탐방로4’로 접어들어 역방향으로 내려가면 숲체원의 여정은 끝이 난다. 황홀한 단풍과 우람한 나무에 반한 여행자라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숲속 숙박시설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도 우아하다. 이른 아침 새소리가 잠을 깨운다. 산중턱을 휘감아 도는 안개는 숲이 주는 청량감과 함께 황홀경으로 안내한다.

▲ 숯가마의 원조인 강원참숯에서 30년 넘은 경력의 숯장이가 숯을 굽고 있다. 숯을 구운 뒤 2~3일간 숯가마는 명품찜질방으로 변신한다.

     명품 찜질방이 되는 숯가마

숲에서 나왔다면 철철 끓는 숯가마로 가서 건강을 챙길 시간이다. 숯가마의 원조인 강원참숯은 횡성군 우천면 반곡리에 있다. 1960년대 초반에 정착한 유서 깊은 숯가마에서는 참나무를 고열로 가열해 백탄을 생산한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숯을 구워 온 노련한 숯장이들이 부장대와 부삽으로 숯을 꺼내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나의 숯가마에서 숯을 모두 빼는 데 12시간 이상 걸립니다. 참숯의 질은 꺼내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좌우되죠. 발갛게 익은 숯이 은빛깔로 변할 때 꺼내면 강도가 아주 센 최상품이 됩니다.” 

숯장이의 투박한 음성이 오히려 정겹다. 숯가마는 5일 동안 불을 땐 뒤 하루 동안 숯을 꺼내고 다음날부터 2~3일 동안은 ‘명품 찜질방’으로 변신한다. 도시 주변에 찜질방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둘 들어선 숯가마들에 비해 세련된 맛은 없지만 분위기와 전통 면에서는 단연 최고다. 강원참숯은 횡성에 2직영점과 함께 원주와 문막에도 위탁 숯가마를 운영하고 있다. 숯의 탈취, 정화, 독소제거 작용 등이 알려지면서 숯 찜질체험은 날이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숯가마 찜질을 하고 나면 몸이 가뿐하고 개운해 몸속의 유해물질이 모두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든다.

찜질을 마치면 허기를 채우게 된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만 하면 고열의 숯불에 순식간에 넣었다 꺼내는 ‘30초 삼겹살’을 먹을 수 있다. 숯불구이 삼겹살은 온 가족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이곳에선 찜질복도 빌려주고, 꽝꽝 얼린 식혜도 판다. 저렴한 비용에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코스이다.

     한우축제장 체험도 일품

최고의 명품 한우를 저렴하게 먹으려면 횡성축협 한우프라자가 제격이다. 직접 고른 한우를 그 자리에서 구워먹을 수 있다. 횡성읍 섬강둔치에서 열리는 횡성한우축제장에서는 적당한 마블링으로 혀끝에서 살살 녹는 횡성한우를 맘껏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한우축제는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열린다. 축제기간 중 축협에서 운영하는 횡성한우브랜드 판매점 3곳과 농협에서 운영하는 횡성암소판매점 1곳에서 한우 구입은 물론, 택배코너도 마련된다. 평상시보다 20% 정도 싸게 판매하는 데다 ‘반짝할인’ 이벤트를 통해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횡성한우축제장에서는 살치살, 꽃등심, 안창살, 토시살, 제비추리 등 부위별로 최고의 한우고기를 맛볼 수 있다. 

축제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려면 다양하게 준비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외양간과 소 밭갈이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목장’, 횡성5일장에 남사당놀이의 신명이 가미된 ‘추억의 시골장터’, 로데오게임과 소꼬리잡기 등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워낭 만들기와 달구지타기 등을 통해 한우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횡성한우랑 추억 만들기’도 눈에 띈다. 이 밖에도 한우 소시지를 안주 삼아 다양한 맥주를 마셔볼 수 있는 ‘세계맥주시음회’와 ‘가족요리체험’도 빼놓지 말아야 할 프로그램이다.

횡성 여행에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유혹이 있다. 안흥면 국도변에 줄지어 선 17개의 가게에서 내놓는 안흥찐빵. 추억의 명품 먹을거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국산 팥에 소금과 설탕으로만 간을 하고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것이 이른바 ‘오리지널’ 안흥찐빵이다. 반죽 후 30분간, 빵을 빚은 후 온도 40도와 습도 70% 상황에서 40분간, 찌기 전 30분간 숙성 과정을 거친다. 귀갓길에 안흥찐빵 한 박스를 들고 오면 여행의 행복도는 한층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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