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세계 등 대부분 제외 ‘실효성 의문’

▲ 내년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이사의 연봉 공개가 의무화되는 가운데, 삼성, 신세계 등 범삼성가의 대주주 경영진은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조영곤 기자] 내년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이사의 연봉 공개가 의무화된 가운데 공개대상 기업은 176개사, 53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주주 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는 기업은 96개사, 9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 공개가 등기임원으로만 한정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대주주 경영자들이 등기이사를 사퇴하고, 미등기이사로 옮겨가면 공개의무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총수의 연봉 공개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고액연봉으로 논란을 빚었던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부인 이화경 부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전 회장 등이 등기이사직을 사퇴했다.

18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이달말부터 5억원 이상 등기이사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비상장사를 포함해 국내 500대 기업의 등기이사 보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500대 기업 가운데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으로 범위를 좁히면 등기이사 평균연봉이 5억원 이상인 기업은 117개사이다. 이중 대주주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은 57.3%인 67개사, 인원은 60명이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 신세계 등 범 삼성가는 대주주 일가 대부분이 미등기 임원이어서 여전히 연봉이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의 경우 연봉공개 대상자는 호텔신라 등기이사인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사위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 등 나머지 일가는 모두 비등기 임원이다.

신세계그룹 대주주 일가는 모두 미등기 임원으로 빠져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명희 회장, 정재은 그룹 명예회장,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역시 미등기 임원이다.

현대차 등 주요 그룹 대주주 등기이사 등재

반면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한진, 한화 등은 모두 대주주가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4개사,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3개사, 사위 정태영 사장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2개사, 조카 정일선 사장은 현대비앤지스틸, 사위 신성재 사장은 현대하이스코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SK도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C&C 3개사,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SK네트웍스. SK이엔에스 2개사, 사촌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SK가스. SK케미칼 2개사, 역시 사촌인 최신원 회장이 SKC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LG,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쇼핑, 롯데제과, 호텔롯데 3개사, 차남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3개사, 장남 신동주 부회장이 호텔롯데,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롯데쇼핑, 호텔롯데 2개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의원의 사촌인 정몽혁 회장이 유일하게 현대종합상사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한진도 조양호 회장이 한진·대한항공 2개사, 아들 조원태 부사장이 한진·대한항공 2개사, 장녀 조현아 부사장이 대한항공, 제수씨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한화의 경우는 김승연 회장만 한화·한화건설·한화케미칼·한화엘엔씨 4개사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GS는 허창수 회장이 GS, GS건설 2개사,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GS, GS칼텍스 2개사, 허진수 부회장이 GS칼텍스, 허명수 사장이 GS건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은 GS홈쇼핑과 GS리테일 2개사,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도 GS홈쇼핑과 GS리테일 2개사 등기이사로 올라 있다. 반면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은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연봉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두산은 박용만 회장이 두산, 박용곤 전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두산, 차남인 박지원 부회장이 두산중공업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반면 박용곤 명예회장은 두산,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3개사의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총수가 있는 나머지 20대 그룹중 조석래 효성 회장의 3남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 영풍그룹의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 3명을 제외하고는 대주주 일가가 모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어 보수가 공개될 전망이다.

부영, 한진중공업, 미래에셋, 대성은 등기임원 평균 연봉이 5억원을 넘는 500대 기업 계열사가 없거나 대주주가 등기이사로 올라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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