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열풍·대호황 끝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에 분주

[위클리오늘=문성희 기자] 지난 3~4년 간 지속된 주택 호황이 끝나면서 건설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부진했던 해외건설을 국내 주택 호황이 받쳐주고 있었는데 주택시장마저 하락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과 국내주택 사업의 매출 비중이 각각 50% 내외를 차지하고 있던 이른바 '건설 빅5'인 현대건설, 삼성물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은 그간 상황에 따라 사업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왔다.

하지만 해외건설과 국내주택 부문 모두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당장 내년부터 먹거리를 찾아 나서야 할 절박한 형편이라는 업계의 진단이다.

최근 한남3구역 재개발을 놓고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과열양상을 보인 이유도 앞으로 먹거리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해외건설도 아파트 분양도...호황기의 1/3 수준

2010년~2014년 건설사들은 해외건설에 주력했다. 특히 중동지역의 대형 플랜트 사업과 토목 공사를 통해 외형을 키워왔다. 하지만 2015년부터 유가 하락과 정쟁으로 중동 수주가 5분의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전체 해외수주도 급속히 감소했다.

2010년 716억 달러를 기록했던 해외수주 실적이 2014년까지는 6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5년엔 462억 달러로 30%나 감소하더니 2016년엔 282억 달러, 2017년엔 290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올해는 11월말까지 180억 달러에 그쳐 연말까지 20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황기의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2019년 수치는 11월말까지 누계실적. 자료 : 해외건설협회 DB

이렇게 해외건설이 2015년 이후 부진을 보였지만,  건설업계로선 다행히 '국내 주택시장 열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15년부터 전에 없던 대 호황을 맞으며 해외부진을 대체했다.

국내주택은 일반적으로 연간 20만 세대가 분양되고 있었는데 2015년부터 연간 40만~50만 세대가 분양되고, 곳곳마다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 수십 대 1을 기록할 만큼 청약 광풍이 몰아쳤다.

당연히 분양 가격도 함께 치솟아 당시 건설사들로선 새로운 역대 최고 이익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자료 : 국토교통부 민간아파트 신규분양 DB

 

하지만 이렇게 열풍이 불었던 주택시장도 지난 3~4년 동안 300만 세대가 넘게 공급되고, 현 정부가 과열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면서 주택시장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올해 3분기까지 신규분양 아파트는 11만5000세대로 2015년, 2016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최근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몰린 분양을 제외하면, 지방은 물론 수도권과 서울 외곽마저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 '건설 빅5' 증가세 주춤...주택비중 큰 건설사는 실적 감소

'건설 빅5'도 이같은 건설환경 변화에 따라 경영실적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회사의 사업구조와 수익구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증가세가 꺾인 모양새다.

지난 3~4년 주택사업에 힘을 쏟았던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은 지난해까지 역대 최고 이익을 실현하는 등 큰 성장을 이뤘지만, 올해 들어 외형·수익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료 : 각 사 사업보고서

올해 1~3분기 매출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을 제외하곤 모두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동안 연간 2만 세대 넘게 주택을 공급하면서 매출 중 주택비중을 60% 수준까지 늘린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은 매출이 크게 줄었다.

대림산업은 매출이 전년보다 16% 줄어들었고, GS건설은 23%, 대우건설은 24% 감소했다. 매출 변화치고는 큰 폭의 감소라는 평가다.

반면, 상대적으로 주택비중이 적은 현대건설은 미미하나마 매출이 증가했고 삼성물산-건설은 매출이 감소하긴 했지만 감소폭이 미미했다.

자료 : 각 사 사업보고서

영업이익은 삼성물산-건설이 33% 감소했고, GS건설은 31% 감소, 대우건설이 40% 감소하면서 매출보다 더 큰 감소폭을 보였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2% 증가, 대람산업은 12% 증가했다. 대림산업은 이익 증가에 대해 외형보다 수익중심 사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 3분기 현재 영업이익이 7616억 원으로 1조 원까지 2400억 원을 남겨놨다. 때문에 대림산업이 2015년, 2016년 현대건설, 2018년 GS건설의 뒤를 이어 2019년에 1조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해외건설 비중이 큰 현대건설은 국내주택 하락세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삼성물산-건설은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의 큰 감소폭으로 수익구조가 환경변화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주택경기 침체 영향이 영업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향후 먹거리 고민 중...신년사와 사업계획 발표 때 윤곽 드러날 듯

해외건설 호황기에 몸집을 키우고 국내주택 호황기에 높은 수익으로 내실을 다졌던 건설사들이 국내외 부문 모두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래 먹거리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설사들은 해외건설 부문에서 탈(脫)중동을 통한 시장확대를 언급하지만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중국 건설사들의 위력이 막강하고, 국내 주택부문은 정부의 강경정책 외에도 그간 대규모 공급에 따른 수급조절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건설 빅5'도 이같은 흐름에 따라 기획과 전략 부서에선 향후 먹거리에 대해 다양한 대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에 갖고 있는 건설 외 사업부문 투자를 늘리는 한편, 태양광 등 전혀 새로운 사업으로의 진출을 검토하기도 한다. 내부적으론 영업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단행 뿐 아니라 AI나 드론을 활용한 관리시스템 효율화도 힘쓰고 있다.

'건설 빅5'는 구체적인 경영방향이나 사업전략을 아직까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나 향후 먹거리의 대안 제시는 내년 CEO 신년사와 사업계획 발표 때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 빅5' 한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 찾기가 쉽지 않아 섣불리 발표할 수 없지만, 회사 내부에서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올해말 사업계획 보고 과정에서 향후 경영방침과 전략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건설업계를 이끌고 있는 '건설 빅5'가 녹록치 않는 국내·외 사업여건을 타계할 대안과 전략을 과연 내놓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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