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신한은행이 베트남 호치민 소재 롯데 레젼드 호텔에서 베트남 현지 경제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신한은행>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저금리기조로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해외진출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 지역의 디지털 금융 규모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금융권의 이목이 동남아로 집중되고 있다.

12일 ‘2019 동남아시아 디지털 경제 보고서’ 따르면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싱가폴 등 동남아 6개국의 디지털금융 수익이 현재 110억 달러에서 2025년 380~600억 달러로 최소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금융 서비스는 전자결제·해외송금·대출·보험·투자 등 5개 부문으로 정부의 인프라 투자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6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전자결제 부문은 2025년까지 매출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전자지갑의 경우 올해 220억 달러에서 2025년 1140억 달러로 5배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동남아 디지털금융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두고 하나금융경제연구소는 동남아의 낮은 금융접근성과 취약한 금융인프라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동남아 6개국의 성인 인구 약 4억 명 중 50% 가량이 은행계좌를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25%가량은 은행계좌는 있지만 대출·보험 등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 현지 금융사들은 자금 부족으로 오프라인 지점 개설에 매우 소극적이며, 정부차원의 금융규제가 강력해 주민등록이나 신용정보 수집에 애를 먹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모바일 보급이 확대되며 전자지갑 앱 ‘모모(MoMo)나 ’오보(Ovo)’ 같은 핀테크 서비스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 때문에 동남아 시장은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된 국내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이 가장 주력한 지역은 베트남으로 베트남 내 신한은행 점포는 37개다. 이는 외국계 은행 최다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역에 걸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신한 계열사인 카드·투자·생명보험 등과 연계한 다방면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데다, 광고모델로 계약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영향으로 고객 1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캄보디아의 모빌리티업체 엠블(MVL)과 협업해 전자지갑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타행 대비 동남아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이다.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의 GNL(Global Loyalty Network)를 통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GNL은 별도 앱 설치나 가입없이 파트너사의 앱을 통해 이용 가능한 해외결제서비스 플랫폼으로 지난달 말 기준 14개국 58개사와 제휴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태국에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말까지 베트남·일본 등 GLN서비스를 런칭하고, 내년에는 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국가들까지 확대해 현지 결제뿐만 아니라 송금·ATM 인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강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네트워크다. 우리금융의 해외 네트워크는 10월 기준 26개국 463곳으로 국내 금융지주사 중 최다 지점 및 네트워크를 보유했다.

이 중 동남아 비중이 약 80%에 달하며, 최근 베트남 다낭지점을 개점하는 등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내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베트남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 고도화와 자산수탁업무를 시행할 예정이며, 2021년 까지 현재 10개인 영업점을 2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전체 순이익 중 해외 순이익 비중이 2%대로 타행 대비 내수시장에 주력해 온 만큼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에 취약하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최근 캄보디아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KB국민카드와의 협업을 통해 동남아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며 다른 은행들 역시 동남아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국내은행의 주수익원인 이자수익이 저금리기조로 전망이 어두워지며 수익 다각화가 필요한 상태”라며 “하지만 지난 DLF사태로 수수료 수익이 위축되며 해외진출, 그 중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게 평가된 동남아 지역 진출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가장 빠른 금융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은 베트남과 인니지만 빠르게 선점되고 있는 만큼 다른 동남아지역이나 신남방 진출과 특화된 서비스 개발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은행은 현지의 유망 핀테크사와 협업하거나 M&A를 통해 접근성이나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한 철저히 현지화된 서비스를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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