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첩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27일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광주전남 핵심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1박2일 문재인이냐 2박3일 안철수냐
문재인 광주 공략에 안철수 맞불 방어


'호남의 아들'vs '호남의 사위' 구도
현지 지지율 오차범위내 접전 양상


호남민심을 잡으려는 대선후보들의 경쟁이 뜨겁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11월 중 펼쳐질 단일화 이벤트를 앞두고 야당 표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호남을 공략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추석에 앞서 1박2일 동안 호남을 방문해 세를 과시하며 민심을 흔들어놓자 안철수 후보도 추석 직후 2박3일 동안 전남북을 두루 훑으며 지지율 방어에 나섰다. 경남 거제가 고향인 문재인 후보는 난데없이 “호남의 아들”을 자처하고 있고, 처가가 전남 여수인 안철수 후보는 “호남의 사위”라며 지지를 호소한다. 호남은 과연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장면 하나. 추석 직전인 지난 9월 27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 모인 인사들은 문재인후보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강운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인 우윤근 의원, 광주시당 위원장인 전병완 의원 등 호남지역의 현역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기초의원, 기초단체장 등 민주당 핵심 당직자 3백여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가 호남에 드린 서운함을 잘 알고 있다. 호남에 상처를 안겨줬고, 참여정부의 개혁역량을 크게 떨어트렸다. 제가 사과를 드리겠다” 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참여정부가 호남에 진 빚을 갚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호남에 사과드린다”

그러자 민주당내 호남세력의 맹주인 박지원 원내대표가 답사에 나섰다. 그는 “문재인 후보께서 솔직하게 이곳 호남에 와서 특히 지난 참여정부 때 우리가 섭섭하게 느끼던 여러 가지 사안을 적나라하게 말했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DJ계가 어디 있으며, 친노계가 어디 있나. 모두 일치단결해서 박근혜 후보를 이기고 반드시 우리 호남의 자랑인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뭉치자”고 단결을 호소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장병완 의원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문 후보에게 “호남의 아들이 돼서 호남역사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낙후된 지역발전을 뒷받침하고 인재등용에서도 우선 배려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겠나?”라고 물었다. 문 후보는 기다리기나 한듯 “광주전남 경선에서 광주전남의 시민이 저를 후보로 선택해준 그 순간부터 저는 호남의 아들이 됐다는 말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호남지역과의 인연이라고는 해남 대흥사에서 고시공부밖에 한 적이 없는 문재인 후보가 “호남의 아들”이 되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9월28일 광주 말바우시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참여정부가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반드시 빚을 갚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지역 언론들은 문 후보의 이같은 겸손한 사과와 읍소에 광주시민들의 응어리가 어느 정도 풀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날 1박2일 호남방문을 계기로 문재인 후보가 호남지역 지지율을 회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홀대의 뼈아픈 추억

문재인후보가 그동안 호남에서 고전하는 데는 호남출신 인사들의 친노계에 대한 뿌리깊은 상처의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광주는 2002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후보를 1위로 만들어준 ‘노풍’의 진원지였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뒤 “호남이 날 좋아서 찍었느냐, 이회창이 싫어서 찍었지”라는 발언으로 호남 지역민들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문재인 후보 역시 “참여정부는 부산정권이다”고 발언해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 호남민심은 ‘대북송금 특검’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광주지역의 한 민주당 인사는 “참여정부시절에 인사나 지역 현안 등과 관련해 호남이 번번이 물을 먹었지 않았느냐”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고위 공직자로 일했던 한 인사는 “참여정부에서 호남출신인 이병완씨가 대통령비서실장을 맡았을 때 노대통령은 동향인 문재인 민정수석과는 수시로 만나면서도 비서실장과는 술 한 잔도 안 한 것으로 안다. 청와대에서 부산 사람들은 광주 사람들과 따로 놀았다.”고 전했다. 문재인 후보가 “상처, 사과”를 운운하며 호남민심을 다독인데는 이런 사연이 숨어있다.
문후보는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 같이 호흡을 맞추었던 정찬용 전 인사수석 영입을 추진하고 조직과 직능을 담당하는 민주캠프의 동행1본부장에 우윤근, 동행2본부장에 강기정 의원을 각각 임명해 호남출신들을 포진시키는 등 호남배려 인사로 지지율을 바짝 높여가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1박2일이 힘을 발휘하며 호남 민심이 요동치자 안철수후보는 추석 직후 2박3일 동안 광주와 전남북을 방문하며 집토끼 단속에 나섰다. 안후보의 방어무기는 “호남의 사위”를 강조하는 감성정치였다. 호남방문 첫날인 10월 3일 안후보는 여수를 찾은 뒤 “제 처가가 여수에 있습니다. 지난주 장인어른께 태풍 피해가 굉장히 크다고 들었습니다”라며 자신이 호남의 사위임을 적극 강조했다. 안 후보의 처가는 여수시 중앙동으로 안후보는 9월 27일 부인 김미경씨와 함께 여수를 방문해 장인 김우현 씨, 장모 송복자 씨에게 문안 인사를 한 뒤 귀경한 바 있다. 10월4일에는 광주 구도심의 한복판인 충장로 3가 입구에서부터 광주우체국, 옛 삼복서점 앞까지 도보로 이동하며 환대하는 시민의 손을 맞잡으며 스킨십으로 광주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안후보는 추석 직전인 9월 28일에도 호남선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귀성객들의 손을 잡고 버스에 탄 귀성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스킨십 행보를 보였었다.

안철수, 스킨십과 감성정치

안후보의 감성정치는 5.18항쟁 때 사망한 윤상원씨의 생가 방문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 윤상원 열사는 5.18 시민군 대변인으로 공수부대의 도청 최종 진격때 공수단의 총격에 산화한 인물이다. 윤상원 열사의 아버지 윤석동씨는 누추한 집을 찾은 안철수후보에게 “상원이가 살아온것 같다”며 반겼고, 집에서 담근 매화차를 내왔다. 윤열사의 모친도 아들을 대하듯 “이번에 대통령에 꼭 성공하셔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시기고 후세에 길이 남은 성공한 대통령이 꼭 되시기를 축원합니다.”라는 편지까지 써서 건넸다.
안후보는 윤상원열사의 생가를 찾은데 대해 “마지막까지 열심히 노력하셨고 정말 상징적 의미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되어서 생존해 계시는 부모님들 찾아뵙게 됐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언론들은 9월 28일 광주방문 때 5.18국립묘지를 방문해 윤상원 열사의 묘비앞에서 묵념하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한 문재인 후보와는 차별화된 행보라고 평가했다.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한 인사는 “안후보가 출마선언 전인 9월14일에 광주 5.18묘지를 찾고 이번에 윤상원 열사의 생가까지 방문한 것은 안후보가 광주정서의 핵심을 잘 어루만졌다고 보여진다.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건설현장을 찾은 것도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비전에 맞는 행보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철수 후보는 호남인들의 민감한 부분을 어루만지는 데도 능했다. 그는 10월 4일 조선대학교 강연에서 “저는 호남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호남 사람들이 소외를 넘어서 좌절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뿌리깊은 호남소외론의 미묘한 정서를 건드린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안후보는 “호남은 역사의 고비마다 정말 중요한 변화를 선도해온 곳이다. 민주화의 성지, 호남과 광주가 낡은 정치의 틀을 깨고 새 정치를 여는 성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10년 전 노무현을 선택했던 광주시민에게 이제는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안철수캠프는 이처럼 광주와 전남북을 훑는 안후보의 2박3일 강행군을 통해 호남지역 지지율이 요동치는 ‘발등의 불끄기’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교체냐 새정치냐?

안철수 후보가 앞서갔던 호남지역 지지율은 추석을 거치면서 이제는 두 후보가 엇비슷하게 바뀐 상태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의 조사를 보면, 9월 24~26일에는 호남지역에서 안철수 51%, 문재인 42%로 안철수 후보가 9%나 앞섰다. 하지만 10월 1일에는 안철수 47%, 문재인 43%로 좁혀졌다. 전북 지역도 문재인후보가 맹추격을 하면서 격차를 좁히고 있다. 전북은 10월4일 현재 안철수 49%, 문재인 41% 지지율을 기록중이다. 9월 24~25일 안철수 53%, 문재인 32%에 비교하면 격차를 크게 좁혔다.
민주당은 당연히 반색하고 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추석 이후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뒷받침 하고 있는 건 호남지역에서의 지지율 상승”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연장인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을 막아달라는 것이 호남민심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측이 이처럼 ‘정권교체’로 호남공략의 화두를 삼는데 대해 안철수후보측은 “정권교체보다 새정치가 상위개념”이라며 의제설정의 변화를 통해 지지율을 방어하려 애쓰는 형국이다.
호남은 야권 민심의 풍향계다. 역대 대선에서 야권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인 선택을 해왔다. 호남 민심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1박2일의 문재인일까? 2박3일의 안철수일까? 정권교체가 가능한 후보, 박근혜후보를 확실히 꺽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하나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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