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비서실장' 한광옥 새누리당 입당 막후

박 후보 직접 한 전 실장 만나 합류 제안
당내 쇄신요구에 '동서화합 프로젝트'로 대응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사진=뉴시스]

박근혜후보의 오랜 구상이 현실화됐다. 군사정권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처를 딛고 화합하고 상생하는 ‘동서화합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한광옥 전 김대중대통령 비서실장(70)을 비롯한 구 동교동계 인사들의 새누리당 집단 입당은 그 상징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다. 사실 박근혜 후보측은 오래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그것도 박근혜후보가 이번 대선의 핵심의제이자 과거사 문제 해결의 화두로 제시한 ‘국민대통합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한 전 고문은 10월 5일 입당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후보에게서 국민대통합 지역·계층·세대간 갈등 해소 전향적 남북통일 등 3가지 공통된 의견과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대탕평책을 실현시켜 국민 대통합의 바탕 위에서 남북통일을 이루는 과업에 한 몸 헌신하기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도 이에 대해 “이 시대가 가장 요구하는 것은 통합과 화합이라는 취지에 한 전 실장이 동의하고 그 시대적 요구를 이루기 위해 기여하고 헌신해보겠다는 큰 결단을 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 전 실장의 영입은 박근혜후보로서는 비주류의원들의 당내 쇄신 요구를 상쇄할만한 이벤트였다.

‘DJ 비서실장’ 상징성 커

한 전 실장은 권노갑·한화갑 전 의원과 함께 한국 정치의 양대산맥인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인사다. 10년 전에는 지금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의 대표까지 지낸 야권의 거물이었고, 지금은 박근혜 후보 측근 그룹의 원로에 해당하는 김용환 전 의원과 1997년 대선 국면에서 단일화 협상을 벌여 ‘DJP연합’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때문에 한 전 실장의 박근혜 캠프 합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사적 화해를 상징하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게 여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번에 한광옥 개인의 입당이 아니라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 이윤수 전 의원, 안동선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20여 명이 박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로 한 것도 국민대통합과 화해라는 시대적 흐름에 동의한 것이라는 평이다.
박근혜캠프 선대위 구성의 화룡점정이라고 할만한 한광옥 전 실장의 입당은 기자회견 하루 전인 10월 4일부터 정치권에서 확정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박근혜 후보는 남경필 의원과 유승민 의원 등이 제기한 당 내부의 쇄신 요구를 누르면서 한편으로 지역감정 타파와 동서화합의 상징성이 큰 인물이 국민통합위원장을 맡기를 원했고, 한 전 실장이 이에 들어맞는 인물로 낙점돼 박후보가 직접 설득과 영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한광옥 김경재 동시 물망 
                                                     
여권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동교동계 인사들의 영입을 추진한 박근혜 캠프쪽에서는 처음에 ‘리틀 DJ’로 불리는 한화갑 전 의원과 접촉했으나 기대한만큼의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한화갑 전 의원이 친노인사인 양경숙 전 라디오21 대표와 연관된 금품 스캔들이 터진 것도 불발의 이유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캠프 내부에서는 국민통합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 전 실장과 동갑내기 인사인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70)이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여권의 한 인사는 “우리의 제안에 대해 한 전 실장은 민주당 인사들의 반대를 이유로 머뭇거렸고, 상대적으로 김경재 의원쪽이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박후보가 ‘DJ비서실장’이라는 상징성이 더 큰 한 전 실장에게 기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캠프 내부에서는 한광옥 공동선대위원장, 김경재 국민통합위원장으로 교통정리를 시도했지만 한광옥 전 실장이 공동선대위원장 보다는 입당 명분이 확실한 국민통합위원장 자리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막판까지 자천타천으로 국민통합위원장을 희망한 김경재 전 최고위원이 많이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뉴데일리>나 <브레이크뉴스> 등 인터넷 매체들은 김경재 전 최고위원의 국민통합위원장 내정설을 미리 앞서 보도하기도 했다.

한 전 실장이 이번에 박근혜 캠프 합류를 결정한 것은 현재의 민주통합당이 친노패권주의로 변질됐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실장은 지난 4월 총선 때 민주당에 서울 관악갑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하자 “개혁 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친노 세력이 당권 장악을 위한 패권주의에 빠졌다”며 탈당하고 정통민주당을 창당해 출마했으나 낙선한 바 있다. 한 전 실장과 가까운 이훈평 전 민주당 의원도 한 전 실장의 입당에 앞서 “한 전 실장이 민주당을 버린 게 아니라 민주당이 그를 내쳤기 때문”이라며 “지금 민주당은 여기저기에서 다 힘을 끌어 모아도 될까 말까인데 우리 같은 구민주계 인사들은 완전히 배척하고 있다”고 서운함을 토로한 바 있다. 이정현 박근혜후보 공보단장은 한 전 실장의 영입과 관련해 “박근혜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새 출발을 하는 국민대통합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한광옥 전 비서실장이 국민대통합과 100% 대한민국을 위해 일익을 담당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철지난 인물 영입”?

하지만 이번 동교동계 인사들의 입당을 두고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특히 “야당에서 용도 폐기된 인사들만 끌어 모았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한 전 실장 개인의 과거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한 전 실장은 지난 2003년 3월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사건때 불법정치자금 3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당시 한 전 실장을 구속기소한 중수부장이 바로 안대희 새누리당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었다. 안대희 위원장은 “비리인사 영입은 정치쇄신특위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 전 실장은 이에 대해 “그때 허위 증언을 했다고 한 것이 드러나서 재심 청구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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