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재선 의원 공개토론회 지상중계

▲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초재선의원들이 당의 진로와 관련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모진수 인턴기자] 민주당 초·재선 의원 10명이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의 진로와 관련해 ‘평가와 전망’이라는 공개토론회를 가졌다. 김현미·김성주·김승남·민병두·신경민·유은혜·은수미·홍의락·홍익표·홍종학 의원(이상 가나다순) 등 10명은 지난달 24일 진행된 1차 토론회에서 대선 패배의 원인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자성의 시간을 가진 데 이어 이날 민주당 내부의 문제와 진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최근 2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 발족한 탈계파·혁신 연구모임 ‘주춧돌’에도 소속되어 있어 앞으로 민주당 개혁을 요구하는 커다란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시간에 걸친 토론 내내 참석자들은 18대 대선을 복기하며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전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의 패착과 한계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과 조언이 쏟아졌다.

대선 패배 원인은 “구 시대 넘지 못한 것”
“국민생활 속 공감하는 정책 쌓아야 승산”

▲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은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구시대의 막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사진=뉴시스

은수미 “통합 외치다 혁신 놓쳐”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은수미 의원(비례대표)은 “민주당은 시대정신을 구현할 정치세력으로서 ‘새로운 드라마’를 써내려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친노’와 ‘DJ’를 넘어서고 구태 민주세력도 넘어서야 하는 이중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통합’만 외치다보니 ‘혁신’을 찾아볼 수 없었던 민주당의 부족한 모습을 지적했다. 문재인 전 후보에 대해서도 “노무현으로 대변되는 친노의 수장이며 김대중을 잇는 구시대의 막내란 태생적 한계를 가졌다. 낡음과 새로움, 혁신과 안주, 과거와 미래의 경계선에 섰으되 그것을 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은 의원은 ▲단일화에만 매달린 민주당의 무책임과 연령대에 맞는 전략 부재 ▲저소득층과의 접근과 소통 부족 ▲잘못된 SNS 전략과 ‘안철수 효과’에 대한 대처 미흡 등을 대선 패배원인으로 거론한 뒤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민주당만의 이미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병두 “여당과 협력도 필요”

두 번째 발제에 나선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을)은 “민주당이 중간층 유권자를 사로잡기 위해 애매모호한 중도화를 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최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주춧돌>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차기 방향으로 제안한 ‘중도 자유주의’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민 의원은 하지만 민주당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는 “‘2012년을 점령하라’와 같이 거창한 슬로건보다는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구체화하여 ‘작은 점령’을 차근차근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소유구조와 재벌의 민주화 등 거대담론에만 집중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점을 거론하고, 때로는 탄력적으로 여당에 협력할 줄도 아는 ‘역발상의 정치’와 같은 초당적 지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민 의원은 70~80년대를 연상시키는 이른바 ‘나를 따르라’는 식의 일방적인 ‘동원의 언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는 언어와 태도의 변화가 있어야만 민주당이 국민에게 신뢰와 안정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 소장,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국장, 최태욱 한림대 교수 등 4명이 패널로 참석해 민주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철희 소장은 ‘DJP 연합’이 있었던 97년 대선을 정당 중심의 선거, 2002년 대선을 노무현이라는 철저한 인물 중심의 선거로 구분한 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민단체들이 벌인 이른바 ‘낙천·낙선 운동’을 기점으로 정당 중심의 선거운동이 뒤로 밀려나고 ‘운동 정치’가 주류를 이루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이처럼 민주당이 철저하게 운동 중심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선거법도 정당의 위상을 흔드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그 사례가 지역단위마다 있었던 지구당의 폐지와 정당 중심의 정치체계를 뒤흔들었던 국민경선제” 라며 대중과 철저히 유리돼있는 민주당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이 소장은 이에 따라 “민주당의 내부 개혁을 위해 전문가들끼리만 평가하고 움직일 것이 아니라 당원과 대중의 힘을 동력으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수세력과 연합정치도 모색해야”

전홍기혜 프레시안 국장은 먼저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에 부합했는지에 대해 자기중심적이고 협소한 개념이 아닌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문재인 전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지 않아 논란이 되었던 일을 민주당의 결정적인 패착으로 꼽기도 했다. 전 국장은 또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여성대통령론’을 비판했던 민주당의 ‘지나치게 과격한 태도’도 고쳐야 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1990년 노태우·김종필·김영삼이 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 여당을 조직했던 ‘3당 합당’ 이후로 늘 보수 우위의 정치구조가 지속됐다”면서 민주당은 이를 인정하고 연합정치와 세력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정당, 머지않아 세력을 구축할 안철수 전 대선후보 위주의 중도 보수 정당, 그리고 중도 진보 정당의 이른바 ‘3자 정립’이 제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토론회에 함께 자리한 다른 의원들도 지난 대선을 복기하며 민주당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홍익표 의원(서울 성동을)은 민주당을 ‘어느 한 쪽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철학과 정체성을 가진 정당’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소통1본부 홍보단장을 역임한 유은혜 의원(고양 일산동구)은 “단지 후보가 어떤 말을 자주 쓰는지를 가지고만 선거 슬로건을 논의하는 등 선거홍보 측면에서도 유권자에 대한 파악과 논의가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차세대 리더 키워야”

민주당 내 대선평가위원으로 활동하는 홍종학 의원(비례대표)은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다음 선거에서도 이기기 어렵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놓으면서, 과학적이고 시스템을 갖춘 민주당의 ‘현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양승조 의원(충남 천안)은 각각의 지역에 맞는 전략 부재가 충청권에서의 대패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 소속 문용식 위원은 “투표율만 높으면 이긴다고 다녔던 장본인으로서 대선 패배 이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면서 민주당의 현재 모습을 ‘품질은 좀 떨어지지만 왠지 물건을 사줘야 할 듯한 중소기업’, 새누리당을 ‘얄밉지만 일은 잘할 것 같은 대기업’에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많은 의원들이 지적한 것처럼, 보수 정당에 대항할 만한 진보정당의 ‘차세대 리더’가 아직까지도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민주당의 고민을 더욱 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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