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나의 것을 나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

▲ 지난달 29일 재즈보컬리스트 박예슬과 재즈피아니스트 김보경이 삼성동 Ntvliveclub(엔티브이라이브클럽)에서 협연하고 있다. <사진 = 류봉정 기자>

[위클리오늘=전재은 기자] 언제부턴가 카페나 거리에 재즈 음악이 넘쳐나고 있다. 어려운 듯하지만, 재즈가 전하는 향기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딱히 재즈곡이 아니더라도 매일 듣는 다양한 대중음악에도 재즈적 성향은 똬리를 틀고 있다. 공기처럼 항상 곁에 있는 재즈, 하지만 딱히 정의하기 어려운 재즈. 이런 장르에서 언제부터인가 출중한 실력으로 대중을 유혹하는 이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피아니스트 등 팔색조 재능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재즈보컬리스트 박예슬’을 지난 2일 본지가 만났다.

Q 재즈 보컬리스트의 길에 들어선 계기는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피아노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중학생이 돼선 밴드부 활동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서서히 뮤지션에 대한 꿈을 키웠다. 시간이 날 때면 좋아하는 아티스트 곡을 무작정 따라불렀다. 돌이켜보니 이때부터 피아니스트보다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다."

"꿈은 대학에 입학하며 구체화됐다.  동덕여대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던 터라 3학년 때부터는 바비킴, 홍경민, 플라워 등 여러 유명 가수의 콘서트에서 연주자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다."

Q 공식 데뷔 앨범은 언제 내놨나.
"2015년이다. 신인 아티스트의 작품을 모아 출시한 옴니버스 앨범에 ‘허해’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앨범명은 Mint Paper bright #4이다. 이 곡은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믹싱 등 전 과정을 직접 했다. 이 곡의 가사를 들으면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곡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당시 반복되는 일상의 무력감을 곡으로 표현한 것이다. 매일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무언가 허하다’라는 느낌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새벽 시간 작업실에서 느낀 감정을 가사로 썼다. 곡은 10분 만에 쓸 수 있었다. 곡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함께 앨범에 곡을 수록한 멜로망스가 요즘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어 덩달아 신난다."

Q 왜 재즈 보컬리스트인가.
"특별한 이유는 없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 여러 뮤지션이 함께 무대에 서길 원했고 자연스레 무대에서 노래하게 됐다. 주어진 무대가 재즈에 기반을 둔 환경이라 노래도 재즈적인 곡들을 부르게 됐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재즈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원래는 앨리샤 키스(Alicia Keys)나 노라 존스 (Norah Jones)처럼 팝 성향이 있는 노래를 좋아했다."

Q 불후의 명곡 출연 당시를 회상하면.
"내겐 너무 큰 무대였다. '이런 무대에서도 떨지 않고 당차다'라고 주변에서 말했지만, 사실 나는 당시 무대에서 어떻게 피아노를 치고 노래했는지조차 기억에 없다. 그저 플레이어가 자동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오히려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편곡 등 여러 준비로 바쁘게 보낸 일들만 떠오른다. 1회전에서는 왁스 선배와 대결 구도였다. 음악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은 자못 우스운 일이지만, 이날 만큼은 내가 부른 심수봉 선배님의 '그때 그사람'을 관객이 선택해줬다. 2번째 방송에서는 조용필 선배님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탱고 풍으로 편곡해 반도네온 악기와 협연했다. 고배를 마셨지만, 당시 패널로 참석한 선배 뮤지션들이 직접 편곡한 곡의 칼라에 갈채를 보내줘 나름 감동의 무대였다."

"지난달 25일에는 KBS 열린음악회에 재즈밴드로 무대에 올라 CAN'T TAKE MY EYES OF YOU를 불렀다. 이날 결성한 재즈팀에는 드러머 김종현, 콘트라베이시스트 최준혁, 피아니스트 오환희, 소프라노 색소포니스트 정동규 등 국내 정상급 재즈 뮤지션들이 함께 했다. 특히 이날 무대는 평소 존경하던 최백호 선배님도 초대돼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 홍경민 콘서트에서 즉흥 연주로 인연을 맺은 혜은이 선배님도 다시 만날 수 있어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이날 녹화분은 3월 22일 오후 6시 KBS를 통해 방영된다."

▲ 재즈 보컬리스트 박예슬. <사진= Youtube KBSKpop 권피디의 Cover Story>

Q 신보는 언제 출시하나.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미니앨범을 출시하려 한다. 대략 2~3곡 정도가 수록된다. 이번 작품은 트렌디한 재즈 앨범으로 기획하고 있다. 재즈에 기반을 두더라도 일반 대중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곡을 쓰려고 매일 잠을 설치고 있다."

Q 도대체 재즈란 무엇.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는 음악. 그 것이 재즈다. 재즈는 테두리가 없다. 사실 재즈는 누구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나는 재즈를 ‘나의 것을 나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쯤으로 이해하고 있다. 나는 재즈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려 한다."

Q 뮤지션으로서 꿈이 있다면.
"다른 뮤지션이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하고 싶어 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이 꿈은 모든 음악인의 원초적인 꿈이기도 하다."

"또 다른 꿈은 전 세계 재즈 거장이 무대에 오르는 일본 도쿄의 ‘블루노트’에서 노래하고 싶다. ‘박예슬 밴드’라는 이름을 걸고 언젠가 재즈 거장과 같은 무대에 서고 싶다. 나중에는 유학은 아니더라도 재즈의 고향인 미국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 다양한 클럽이나 콘서트 현장에서 재즈 본고장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다."

Q 유독 재즈클럽 공연을 많이 다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재즈를 공연할 수 있는 무대나 들을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하다. 과거보다 재즈 뮤지션이 많이 늘고 있어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 그렇기에 재즈클럽 공연조차 내게는 소중한 기회이자 아름다운 무대이다. 사실 매일 하는 클럽 공연은 고된 일정이다. 하지만 나는 대중과 소통하는 보컬리스트를 꿈꾼다. 이런 이유가 힘들고 바쁘지만, 클럽 공연을 계속하는 이유다. 라이브 무대에는 다양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여러 돌발상황이나 환경을 체험하는 것도 재즈 클럽에서 공연하는 또 하나의 묘미다. 이런 경험은 집에 앉아 익힐 수 없는 수업들이다. 그동안 이런 경험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더 중요한 점은 내 자신이 매일매일 무대 위에서 팬들과 만나 소통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Q 독자들에게 ‘인생곡’을 하나를 소개한다면.
"프렌시스(frances) Don’t worry about me.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한 방 먹은 느낌이었다. 목소리 하나가 소위 음악하는 사람을 제압했으니. 악기 연주가 거의 없는 곡이지만, 이 곡이 주는 꽉 찬 느낌. 뭐라 설명하기 힘든 곡이다. '음악 자체가 사람을 충격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내게 알려준 곡이다."

Q 삶의 버팀목은 무엇인가.
"가족이다. 어쩌면 우리 가족은 피아니스트가 아닌 가수의 길을 걷는 내게 실망했을 수도 있다. 이런 것이 때론 맘의 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뒷편에서 노래하는 나를 묵묵히 바라봐 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을 땐 처음 알았다. 부모님은 방송 화면을 보지도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문자나 통화로 딸 자랑 늘어놓느라 바빴다. 그 모습이 지금도 아련하다. 늦었지만 어린 딸아이의 손을 이끌고 피아노 학원으로 이끌어줬던 어머니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매일 공연 중에 만나는 좋은 관객도 나의 버팀목 중 하나다. 공연 중 진심 어린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무대 위의 나와 호흡해 주는 관객은 무뎌지는 나의 열정을 다시 달아오르게 한다."

"나의 좌우명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이다. 알 수 없는 미래지만 부단히 뛰려한다. 무대에 서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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