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청문회 사전검증 강화를 주장하는 민병두의원 (맨 왼쪽)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모진수 인턴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사청문회’ 늪에 빠졌다. 새 정부를 이끌어갈 총리후보를 내놓았지만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6일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인사청문회가 개인의 인격을 과도하게 상처내지 않고 실질적인 능력과 소신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협조요청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박 당선인이 내리는 ‘특명’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 총리 인사청문회 단단히 별러
혹독한 ‘검증 미션’ 통과할 수 있을까?

새누리당에서는 박 당선인의 주문에 따라 청렴성과 도덕성 등을 포함한 ‘신상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능력과 정책 검증은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규정,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용준 전 총리 지명자의 청문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했던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의 ‘신상 검증 비공개’ 논의에 대해 “인사청문 제도는 3권 분립이 엄격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해 국회가 견제하는 기능”이라며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민병두 “사전검증 더 강화해야” 
 
민 의원은 오히려 청문회 이전에 이루어지는 사전 검증 과정을 더욱 구체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후보자의 사전 검증에만 2~3개월이 소요되는데, 그 기간 동안 연방수사국과 국세청,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의 국가기관이 233항목에 달하는 개인의 일생을 일일이 확인한다. 후보 지명자가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 사실을 말했을 경우에는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사하게 200가지에 이르는 사전 질문서를 포함시켰으나 법적인 효력이 있는 공식문서가 아니라서 정확한 사실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따라서 더 철저한 검증을 위해 현재 20일로 규정되어 있는 인사청문 기간을 확대하고 사전 검증자료의 국회 제출 의무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경민, 인사청문회강화 법안 제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아예 공직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임명철회는 물론이고 수사기관에 고발해 1년 이상 10년 미만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6일 대표 발의해 박 당선인측을 초조하게 하고 있다. 개정안은 공직후보자의 10년간 금융거래 내역, 국민연금 납부내역, 병역이행 검증을 위한 진료기록 등의 서류를 제출하도록 해 철저한 청문회가 열릴 수 있도록 했고, 증인이 이유 없이 청문회에 나오지 않으면 강제 소환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다. 신 의원은 “제2의 ‘고소영·강부자’ 정권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사청문회 제도를 강화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새누리당 ‘인해전술’로 돌파?

새누리당은 정부 출범에 맞춰 정부 구성을 완료하겠다며 인사청문회 기간을 줄이기 위해 야당의 협조를 얻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철저하게 인사 검증을 진행할 의지를 내비치면서 전의를 다지고 있다. 고민을 거듭하던 박 당선인측은 설 직전에 국무총리 후보를 선보이고, 설 연휴 직후에 17개 부처 장관을 한꺼번에 발표해 설 연휴 기간에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공세를 완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연휴 직후에 조각 명단을 일괄적으로 발표해 야당과 언론이 여러 명을 동시에 검증토록 하는 ‘인해전술’로 인사청문회를 쉽게 돌파하겠다는 노림수다. 아직 공직에 임명된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박근혜 정부가 민주당의 철저한 인사검증 과정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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