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경쟁사 주택사업 이익 8~30배 증가, 현대건설은 2배 증가에 그쳐

[위클리오늘=문성희 기자] 지난 4~5년 주택 대호황을 맞아 건설사들이 분양에 전력을 다하고 있을 때 더딘 행보를 보이던 현대건설이 최근 주택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선 때늦은 ‘뒷북’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료 : 국토교통부 주택통계

국내 주택시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례 없는 대호황을 맞았다.

이전까지 국내 주택시장은 연간 30~40만 가구가 공급되는 시장이었는데, 2015년에 77만 가구, 2016년 73만 가구, 20017년 65만 가구가 공급되면서 2019년까지 5년 동안 300만 가구가 넘는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언론에서는 ‘주택 광풍’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 현대건설 ‘주택광풍’에도 GS건설의 1/4 규모 공급

대형 건설사들은 때마침 찾아온 ‘주택광풍’에 적극 대응하며 앞다퉈 분양에 나섰다. 이전까지 연간 1만여 가구를 내놨던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은 2~3만 가구로 분양물량을 2, 3배까지 끌어 올리며 역사상 처음 찾아온 호재를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이전에 주택공급 1,2위를 다투던 현대건설은 이 시기에 이들 건설사들에 밑도는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며 더딘 행보를 보였다.

시장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던 2015년, 대우건설이 3만4천 가구, 대림산업이 3만2천 가구, GS건설이 2만7천여 가구를 공급할 때, 현대건설은 2만3천 가구 공급에 그쳤다.

2017년에는 1만 가구도 안되는 5천여 가구를 공급해서 그 해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했던 GS건설의 4분의 1도 안되는 주택공급 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2018년 2만1천여 가구를 공급하면서 반짝 공급규모가 늘기도 했지만 2019년에는 다시 1만3천 가구를 공급해 다른 대형사보다 적은 실적을 기록했다.

자료 : 키움증권 및 각 사

■ 경쟁사 주택이익 수십 배 증가하는 동안 현대건설 체면치레만

자료 : 각 사 사업보고서

현대건설은 2015년과 2016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겼지만 2017년에는 9861억 원, 2018년에는 8400억 원, 2019년에는 8821억 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현대건설이 이러는 사이 그동안 주택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GS건설은 2018년 영업이익 1조649억 원을 기록했고, 대림산업은 2019년 1조1301억 원을 기록하며 1조클럽에 등극했다.

업계에서는 GS건설과 대림산업이 1조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로 2015~2017년 주택호황기에 분양물량을 크게 끌어 올린 것을 꼽는다.

이 당시 분양한 물량이 2~3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준공되면서 주택사업에서 큰 이익을 실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5년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의 주택사업 실적을 살펴보면 이러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주택호황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4년과 주택호황이 끝나가는 2018년 4년 동안 이들 건설사의 주택건축사업 매출 증가세를 비교해 보면, 현대건설은 이 기간 동안 42.5%가 증가한 반면, GS건설은 153.8%가 증가했고, 대림산업은 204.8%나 증가했다.

주택건축사업 이익 측면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난다. 현대건설의 주택건축사업 매출이익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00.1% 늘어난 반면, GS건설의 주택건축사업 영업이익은 732.7%, 8배가 증가했고 대림산업의 주택건축사업 영업이익은 무려 2919.8%, 30배가 증가했다.

대림산업은 주택시장이 하락기로 접어든 2019년에도 주택건축사업에서 영업이익 8275억 원을 실현하면서 1조클럽 등극에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렇게 다른 건설사들이 적극적인 주택사업을 통해 주택건축부문에서 8~30배나 이익을 키우는 동안 현대건설은 2배 증가에 그쳐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시장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현대건설은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어 다른 건설사들의 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2019년에 주택건축 실적이 미미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건설의 주택사업에 ‘뒷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자료 : 각 사 사업보고서

■ 현대건설 “해외건설 호조...굳이 국내 주택사업 적극적으로 할 필요 없었다”

현대건설은 주택호황기에 적극적으로 주택사업에 대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국내·해외의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사업구조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이에 당사는 지속적 부채비율 감소 및 유동비율 상승, 신용등급 업계 최상위 수준인 AA-등급으로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에는 해외사업 실적이 좋아 굳이 주택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외사업 실적이 좋다고 주택 대호황이라는 다시없을 사업기회를 등한시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오히려 현대건설이 해외건설에 집중하다 보니 국내 주택시장에 대한 준비나 여력이 부족해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당시 해외사업에 몰두해서 주택사업조직을 축소하고 부지도 미처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당시 대형건설사들이 강남권과 마포, 용산 등 주요시장에서 커다란 성과를 냈지만 현대건설은 이런 노른자 부지 확보에 뒤쳐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주택시장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던 현대건설도 2017년부터 해외사업마저 부진을 보이자 결국 국내 주택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다.

2018년 12월에는 건축사업본부 안에 있던 주택사업부를 주택사업본부로 승격시키는 등 주택조직을 확대했다. 또 올해 주택공급 목표를 2만1089로 2만 가구 넘게 설정하고 어느 건설사보다 많은 물량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구 고성동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투시도.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올해 3월 송도와 부평에 이어 4월 초에 대구 도원에 주택을 공급했다.

또 4월 중에 대구 동인과 대구 고성동 등 대구지역에서 잇달아 분양을 예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 중구까지 포함하면 최근 대구에서만 4건을 분양하는 등 대구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에서는 이렇게 올해 2만 가구 계획을 세우고 대구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건설에 우려의 시각을 보낸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주택시장이 이미 하락세로 접어 들어 호황의 ‘끝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서울 강남권이나 이른바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으로 불리는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큰 사업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올해 5 곳에서 분양을 실시한 GS건설의 경우, 수원영통, 성남, 개포, 과천, 청라에 물량을 내놔서 시장의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대우건설도 올해 4건의 분양 중 수원 매교를 포함시켰다.

이러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초 분양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힐스테이트 부평 등이 코로나19에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였으며, 작년 2조8천억 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올해 분양으로 이어져 분양가구수가 증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향후 한남3구역, 홍제3구역, 신반포 3주구 등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우위를 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택광풍의 시기, 수도권·지방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연일 쏟아지고 견본주택 앞에서 청약자들이 밤을 새우며 연간 60~70만 가구가 분양되던 때 주택사업에 소흘했던 현대건설이 과잉공급과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이미 시장규모가 50만 가구 아래로 내려 온 ‘호황 끝물’에 주택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주택시장에선 현대건설이 이미 사업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평가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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