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간수사 발표…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6명 입건

▲ 26일 오전 경기 수원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지난달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사고 당시 현장 CCTV 화면이 공개됐다. 노란색 화살표가 사고 당시 사망한 STI 소속 박모씨. 사진=뉴시스

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불산 누출사고와 관련, 경찰이 삼성과 협력업체인 STI서비스 관계자 등 모두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기지방경찰청·화성동부경찰서 수사전담반은 26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현재까지 삼성 측 3명, STI서비스 측 3명 등 모두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불산누출의 최초 원인은 ‘밸브 이음쇠 부분의 노후화와 볼트 부식’으로 추정했으며 1차 누출 이후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과정에서 2차 누출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불산가스 누출 발생 당시 화성사업장에는 현장 경보음조차 울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27일 오후 2시11분 첫 발견
 
경찰 조사결과 불산 누출은 지난달 27일 오후 2시11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1라인 중앙화학물질 공급시스템(CCSS)에서 협력업체인 STI서비스 근무자 정모(43)씨가 처음 발견했다.
이에 STI서비스 측은 불산누출 부분에 내산봉투를 받쳐두는 임시조치를 한 뒤 1시간여 만인 같은 날 오후 3시8분 불산누출 사실을 삼성 측에 알렸다.
이후 누출사실이 파악된 뒤 10시간이 지난 다음날 28일 0시13분 11라인 파트장인 STI서비스 박모(34·사망)씨 등 3명이 누출 부위인 밸브 교체작업에 나서 오전 3시21분 1차 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교체 이후에도 불산이 계속 누출되자 같은 날 오전 4시36분 박씨 등 4명은 추가 보수작업을 벌여 오전 6시31분 작업을 마무리했다.
1시간여 뒤 박씨는 목과 가슴에 통증을 호소, 동탄성심병원을 거쳐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옮겨졌으나 치료 중 사망했고 나머지 작업자들인 서모(57)씨 등 4명은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 CCTV에 불산가스 누출장면 찍혀…경보음 안울려
 
경찰이 확보한 사고 당일 CCTV에는 불산가스가 뿌옇게 누출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CCTV에서 지난달 28일 오전 4시4분부터 문제의 불산탱크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되는 모습이 명확히 찍힌 것을 확인했다”며 “이후 1시간40여분이 지난 같은 날 오전 5시46분부터 불산가스가 옅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이 공개한 1분26초 분량의 CCTV 영상에는 작업자들 사이에서 뿌옇게 불산가스가 누출되자 작업자들이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CCTV에는 STI서비스 작업자들이 같은 날 오전 5시52분부터 총 9대(대형 2대, 소형 7대)의 배풍기를 이용해 이 중 8대를 가동한 뒤 같은 날 오후 5시59분 이동시킨 모습도 찍혔다. 이 와중에도 사업장 불산 누출을 알리는 경보음은 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화학물질이 유출될 경우 경보음이 울리도록 돼 있는데 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경보장치의 고장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6명 입건
 
경찰은 이번 불산사고의 1차적 원인을 11라인 CCSS 내 불산탱크 밸브의 이음쇠 부분(고무패킹) 노후화와 볼트 부식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결과 첫 불산누출은 고무패킹의 노후화로 발생했지만 작업과정에서 2차 누출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불산 누출량과 2차 피해 발생여부,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의 사항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과 아직 공조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입건된 이들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무 최모(54)씨, 부장, 팀장 등 삼성 측 안전관리책임자 3명과 사업장 내 불산탱크 등을 관리하는 협력업체 STI서비스 전무 최모(50)씨, 부장, 직원 등 4명이다.
여기에는 불산 누출현장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STI서비스 파트장 박씨도 포함돼 실질적인 입건 대상자는 6명이다.
이들은 평상시 사업장 내에서 사고예방을 위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고, 사고 당일 STI서비스 작업자들이 불산을 다루는 과정에서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안전장구를 제대로 착용하도록 관리감독하지 않은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사장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했다”며 “아직 수사가 마무리된 것이 아닌 관계로 추가 조사와 법률검토를 통해 입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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