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김한길이냐 아니냐? 김한길 대세론 내막

▲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든 김한길 의원(오른쪽)이 친노주류를 누르고 당대표에 당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나권일기자]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의 민주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김한길 최고위원이 당내 비주류와 중도층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벌써부터 정가에서는 5.4 민주당 전당대회는 사실상 ‘김한길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명길의 남자’이자 4선 경력의 중진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김한길(59)은 20여년 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떨쳤고, 방송인으로도 활약한 다재다능한 인재다. 김한길은 195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이승만 정권에 맞섰던 골수 야당인사이자 통일사회당 당수를 지낸 그의 아버지 김철이 당시 도쿄에 살았기 때문이다. 이후 김한길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중앙여고에서 잠시 교편을 잡으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81년 소설 <바람과 박제>가 문학사상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고, 이후 미국에서 미주 한국일보, 미주 중앙일보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1987년에는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를 소재로 신문기사를 썼고 곧바로 가수 조영남과 <화개장터>를 작사해 화제가 되었다. 1988년부터는 방송위원회 기획국 국장, 사무총장서리·기조실장 등으로 방송기관단체 일을 하기도 했고, 1991년 드디어 <여자의 남자>를 히트시키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소설을 쓰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을 진행하며 역량을 펼치던 그는 지금의 아내 최명길과 재혼한 뒤부터 방송계에서 ‘최명길의 남자’로 불리기 시작한다. 정치인의 피는 속일 수 없었던지 그는 1996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를 이끌던 김대중 총재에 의해 발탁돼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국민의 정부 출범 뒤에는 순발력과 기획력을 인정받아 김대중 청와대에서 정책기획수석으로 일했고, 정계와 방송계의 너른 인맥을 바탕으로 문화관광부장관까지 지냈다. 정치인으로서도 탄탄대로를 달리며 16,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2007년 대선 패배 충격이 컸던 그는 2008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가 실패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돌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 그리고 지난해 4.11일 총선 때 민주당 개혁을 내걸고 다시 정계복귀를 결심, 서울 광진갑에서 당선됐다. 김 의원은 이어 6월 개최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발빠르게 친노파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전체 8명의 후보 중 2위를 차지해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이후 김한길은 지속적으로 친노주류 세력과 각을 세우면서 당내 비주류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게 된다.
 
정치17년 만에 비주류 좌장으로
정치 입문 17년 만에 민주당 비주류 좌장의 위치에 오른 그는 지난 3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대표 선출을 위한 5·4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그의 출마선언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던 친노주류 세력의 2선 후퇴 여부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친노 주류계파의 이익과 이해를 당과 국민의 이익과 이해보다 앞세우는 정치는 끝장내야 한다. 당권을 패권화했던 지도부 기득권을 당원에게 내려놔야 한다”며 당내 주류인 친노계를 정조준해 공격했다. 그의 이 발언으로 전당대회는 친노주류VS 비주류연합의 세대결이 점쳐졌고, 친노측이 ‘반(反) 김한길’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순발력 좋은 그가 이런 기류를 그냥 보고만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는 출마선언 직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을 좌지우지 해온 소위 범주류라는 분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기득권을 유지하겠다, 김한길이 되는 것만은 막겠다, 이런 태도가 이런 입장이 국민들께 어떻게 보일까?”라고 말하며 “아마도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하는 이야기들을 하시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발언으로 당내 주류세력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고는 “김한길 하나 잡겠다고 민주당이라는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기염을 토했다. 김 의원은 이같은 당내 범주류의 연대 움직임을 ‘신 계파 패권주의’로 규정하면서 지난 전당대회의 ‘이해찬-박지원 담합의 재현’이라고 몰아붙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당선되면 야권 새판짜기 유력
 
두 번째는 이른바 ‘안철수 신당’ 등 야권재편 문제다. 김한길 의원은 “안철수 전 교수의 등장에 환호하고 기대하는 유권자 대부분은 한때 민주당을 지지하던 분들이다. 독하게 혁신한 새로운 민주당으로 그분들을 껴안아야 한다. 지지세력과 우호세력을 끊임없이 더해가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며 안 전 교수와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야권 정계개편과 관련해 “민주당 지지자와 진보개혁세력, 부동층과 중간세력까지 포괄하는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야권대통합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향후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과의 합당 추진이 점쳐지는 발언이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5.4 당대표 경선이 사실상 ‘김한길VS 비김한길’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4.24 재보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승리할 경우 안 후보와 협력을 주장한 김한길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당내에서 김한길의 ‘한계’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당내 정세균계의 대표주자인 강기정 의원은 “김한길 후보의 리더십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지금까지 형성돼온 리더십으로서 새로운 민주당을 이끌기에는 많이 재고해야 될 부분이 있다”며 김 의원을 혹평했다. 강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동안의 범주류가 김한길 후보로 교체되는 것을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패권적 발상”이라며 김 의원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를 한달여 앞둔 현재 김한길 의원이 가장 앞서 있다는 데는 토를 다는 이는 없다. 4선 의원의 중량감에다 청와대 수석과 문화관광부장관 경력, 배우자인 탤런트 최명길씨가 가진 대중 동원력 등 만만치 않은 아우라를 지닌 김한길 의원이 과연 그가 장담한대로 민주당 대표를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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