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편집국장]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한전부지가 현대자동차 품으로 들어갔다. 당초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과 2위인 현대자동차가 한전부지를 놓고 경쟁 입찰을 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해도 좀처럼 보기 드문 빅 이벤트라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싱겁게 현대자동차의 압승으로 끝났다.

삼성에게 한전부지는 매력이 없었던 것일까. 한전부지는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2에 위치해 있다. 이는 새 도로명 주소다. 이전 주소는 강남구 삼성동 167번지다.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은 이곳을 삼성동이라고 부른다. 또 이 곳과 가장 가까운 전철역사는 2호선 삼성역이다. 삼성과 궁합이 너무나 잘 맞는 곳이다.

이유가 궁금해진다. 삼성도 한전부지에 관심이 있었다. 특히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은 한전부지에 큰 관심이 있었다. 이부진 사장은 이건회 회장이 건강했을 당시 지속적으로 한전부지 매입 요청을 했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건회 회장도 이부진 사장의 의견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건회 회장이 불시에 건강악화로 자리를 비우면서 이부진 사장의 플랜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 되자 한전부지 매입에 대한 삼성의 관심은 크게 낮아졌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사이에 미묘하고 복잡한 계산법이 생겨났다. 삼성그룹에서 한전부지를 매입할 능력은 삼성전자 이외는 전무하다. 매입을 위해선 삼성전자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는 애매한 입장에 처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이부진 사장을 돕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자칫 한전부지를 매입했을 경우 그 功이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이부진 사장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전부지 입찰 가격으로 4조4천억원 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전부지의 공시지가는 3조3천억원이다. 통상 공시지가는 시세가의 70% 안팎으로 나온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무리하지 않고 손해 보지 않겠다는 삼성의 의지다. 하지만 이면에는 되면 말고 안 되도 그만이라는 속내도 엿보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로 한전부지를 손에 넣었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한전부지 입찰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라고 했다. 기업들이 주요 사업에 관련된 입찰에 참여할 때 쉬쉬하는게 보통이다.

입찰에 참여한다는 사실 외부로 알려지면 여러모로 신경써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 입찰일 경우 상대 업체와 치열한 정보전을 펴야 한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은 상식을 깨고 입찰 참여를 기정사실화 했다.

현대차는 초비상이 걸렸다. 현대차는 그룹이 감내할 수 있는 한전부지 인수 가격을 책정해야 했다. 그리고 이 가격은 최고등급 보안으로 철저히 숨겨졌다. 현대자동차가 한전부지를 손에 넣기 위해 써낸 가격은 무려 10조5천500억원이다. 공시지가인 3조3천억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애초 누구와 경쟁해도 무조건 이기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배어난다.

일각에선 지나친 가격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당장 현대차에게 큰 무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전부지의 미래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이번 입찰을 놓고 먼 훗날 삼성은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한전부지 입찰에 나선 정몽구 회장의 행보를 보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일선에 있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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