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시작부터 금융당국과 갈등 구도 만드는 것이 ‘부담’

 
[위클리오늘=부종일 기자]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금융당국의 사외이사 사퇴 압박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KB금융의 숙원사업인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문제를 사외이사 사퇴와 결부시키면서 윤 내정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윤 내정자가 금융당국의 주문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자신을 밀어준 이사회에 ‘총구’를 돌린다는 점과 함께 관치금융의 코드를 맞추는 꼴이 될 것이란 지적이 우세하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 여부를 논의한다. 금융당국이 요구한 사외이사 사퇴 등이 이뤄지지 않아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연구원과 한국국제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한국금융의 과제와 미래’ 세미나 기조 연설에서 “KB금융 사태 책임의 상당 부분은 이사진과 사외이사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KB금융 사태에서 느낀 것은 사외이사 제도에 전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며 “사외이사들이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사외이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29일 이사회 직후 거취와 관련한 물음에 “사퇴는 무슨 사퇴냐”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9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이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사외이사들이 자연스럽게 교체될 수 있음에도 금융당국의 사퇴 종용에 코드를 맞춘다면 역설적이게도 ‘관치 코드’를 따르는 민간 출신 최고경영자(CEO)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노조에서도 윤 내정자가 내정된 날 “KB금융이 관치와 외압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고 경축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내정자의 ‘관치 코드’ 맞추기는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지난달 29일 이사회 직후 “이사회 직속으로 지배구조 개선 TF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KB금융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 LIG손보 인수 건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면서 “윤 내정자가 이사회의 힘을 통해 선임이 됐지만 시작부터 금융당국과 갈등 구도를 만드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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