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은 원칙을 갖고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할 터”
“전국에서 몰려든 갖가지 사연에 가슴 먹먹...보답하려는 맘에 실수도 더러 있어”
“앞으론 소화 가능한 물량으로 조정해 고객 불만 해소하려...언제나 감사한 맘뿐”

해남 해풍쑥떡 '삼산떡방앗간' 조귀남 대표가 22일 삼산떡방앗간에서 위클리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해남 해풍쑥떡 '삼산떡방앗간' 조귀남 대표가 22일 삼산떡방앗간에서 위클리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위클리오늘=전재은 기자] 한국재능기부봉사단이 ‘대한민국 살리기’ 캠페인 일환으로 ㈜석세스미디어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부몰(givemall)’에 1호점으로 입점한 후 SBS ‘생활의 달인’까지 소개되며 전국을 호령하는 떡방앗간이 있다.

이곳은 섬을 제외하곤 한반도 본토의 맨 끝자락에 있는 해남군에 똬리를 틀고 수십 년째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풍 쑥떡을 만들고 있는 ‘삼산떡방앗간’이다.

겨울엔 따뜻한 해풍으로 드문드문 내리는 눈도 쌓일 겨를이 없는 땅끝마을에서 전국에서 폭주하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는 쑥떡 장인 조귀남·유승옥 부부를 본지가 만났다.

Q 방송 이후 주문이 넘쳐났다는데

매일 수 백통의 주문이 밀려든다. 자정부터 저녁 8시까지 매일 일하고 있다. 매출보다는 멀리서 주문한 고객에게 보답하고 싶은 맘에 쪽잠을 자며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처음엔 가족끼리 일했지만, 포장 등 부가업무 처리를 위해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Q 처음 알려지게 된 계기는

한국재능기부봉사단이 운영하는 기부몰에 처음 방앗간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해풍을 맞고 자라는 쑥을 직접 채취해 떡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소개할 수 있었다. 사실 쑥떡은 전국 어느 방앗간이나 쉽게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해풍을 직접 맞은 쑥을 직접 채취해 떡을 만드는 곳은 거의 없다 보니 기부몰에 소개된 영상자료를 본 방송국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요즘 ‘달인’이라고 사람들이 부르지만, 달인이 뭐 별거 있겠는가. 반칙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고 자기 일을 한다면 모두가 달인 아니겠는가.

Q 고객들의 사연도 갖가지라는데

한 고객은 서울에서 직접 찾아오셨다. 쑥떡이 뭐라고 해남까지 왔나 싶었다. 어릴 때 먹었던 그 쑥떡을 찾아, 추억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온 그 고객이 눈에 선하다.

한번은 암으로 투병 중인 시아버지를 위해 직접 손편지까지 쓴 효부도 있었다. 제일 안타까운 경우는 수술한 아버지를 위해 쑥떡을 주문했지만, 배달 전에 아버지가 작고했다며 복받쳐 울던 한 여성 고객이다. 그 목소리는 지금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사실 방송 후 수만 건의 주문이 갑자기 밀려들어 난감했다. 길게는 주문 후 배송까지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상황을 사전에 설명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지금도 안타깝고 미안한 맘이 든다.

또 얼마 전 가게를 직접 찾아와 주문하고 대금까지 주고 간 노부부 때문에 맘에 걸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보내줄 주소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혹시라도 기사를 본다면 다시 한번 연락 주기 바란다.

Q 주문 폭주로 고객 불만도 있었을 텐데

삼산떡방앗간은 작은 가게다. 그저 우리의 원칙을 가지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건강에 좋은 맛 난 떡을 만드는 낙으로 살았다. 어느 날 갑자기 매일 수백 통의 전화가 밀려 들었으니 우리의 대처가 고객 입장에선 부족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어떤 고객은 “100번 전화를 걸어 드디어 연결됐다. 로또에 맞은 것 같다”며 좋아했지만, 우리 입장에선 미안한 마음뿐이다. 또 기존에는 가족의 손길만으로 떡을 만들고 배송까지 처리했지만, 물량이 갑자기 폭증하다 보니 포장 등을 인근에서 일손을 구해서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규격화되지 않은 방식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이 있었다.

하루에도 수백 박스 단위로 출고하다 보니 때론 택배 업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여러모로 고객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매출 욕심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먼 땅끝마을까지 주문한 갖가지 사연의 고객 주문을 모두 처리하고 싶은 욕심에서 생긴 흠결이었다. 이제는 물량도 하루 소화 가능한 정도로 맞춰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조귀남 대표가 해풍쑥을 손질하고 있다.
조귀남 대표가 해풍쑥을 손질하고 있다.

Q 해풍 쑥떡은 일 년 중 언제까지 주문할 수 있나?

우리는 바닷가 인근 3000평 밭에서 쑥을 재배한다. 우리가 재배하는 쑥은 해풍을 맞아 향이 진하고 잎이 두껍다. 이런 쑥을 봄부터 초여름까지 채취한다. 손질 과정을 거쳐 영하 50도에 냉동 보관한다. 우리는 이 재료로 1년 365일 쑥떡을 만들고 있다. 언제든 주문 가능하다는 뜻이다. 떡에 들어 있는 줄기를 “개털이 아니냐”며 억지를 부리는 고객도 더러 있다. 이는 오해다. 진짜 쑥 재료를 쓰기 때문에 줄기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은 단호박설기떡, 자색고구마설기떡, 모시송편을 주문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Q 독자에게 마지막 한마디

욕심내지 않고 원칙을 지키고 반칙하지 않고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을 나는 장인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하지만 나도 그런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 몇 달간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아낌없는 충고나 조언을 발판삼아 하루하루 개선하겠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한편, 해남 해풍쑥떡은 한국재능기부봉사단이 운영하는 기부몰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해당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제품가격의 10%까지 기부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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