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측 분사회사 임원들에게 기자회견 못막으면 옷벗을 각오해라 지시"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오전 '희망없는 절망퇴직' 사례발표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위클리오늘=진용준 기자] 포스코의 아웃소싱 업체 직원들이 부당한 희망퇴직을 폭로할 예정이었으나, 사측의 회유와 압박으로 무산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아웃소싱 업체 경영진은 폭로를 막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관련 직원을 직접 데리고 간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들 업체들이 대부분 포스코의 특수 경비와 수처리, 철도 정비 등을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논란에 포스코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포스코 아웃소싱 업체 직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국회 본청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에서 열린 '희망 없는 절망퇴직' 사례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이날 사례발표회에는 포스코에서 분사된 포센과 롤앤롤, 포렌, 화인텍, 이지포텍, 포트웰, 코스원, 프롬스, 프롤텍, 포웰 등 11개 업체 직원 13명(포센 3명 그 밖의 업체 1명씩)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포스코가 방호와 철도정비 등 14개 부분을 아웃소싱 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속이고 희망퇴직을 받은 후 신설된 법인(아웃소싱)과 근로계약을 맺게 한 정황을 폭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업체 측의 방해로 포센 직원 2명만 행사장에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의 경영진들이 서울로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로 회유와 협박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포센과 롤앤롤, 포렌, 화인텍, 이지포텍, 포트웰의 경영진들은 서울까지 올라와 직원들을 숙소에서 불러내 회유와 압박해 사례발표회 참석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에는 11개 업체 직원들은 포항과 광양 등지에서 서울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프롤텍과 포웰은 포항에서 출발 전 회사의 회유와 압력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또 프롬스는 참석예정자를 임의로 타 지역으로 출장을 보냈다.

이에 사례발표 하루 전인 22일 저녁 남은 8개 업체 직원 10명만 서울로 올라와 영등포 당산역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

그러나 22일 저녁 롤앤롤과 포렌 직원은 서울로 올라온 회사의 경영진을 만난 이후 사라졌다. 이날 코스원은 해당 직원에게 밤새 전화로 회유와 협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사례발표회가 있는 23일 아침 코스원과 포트엘, 드림피아, 화인텍, 이지포텍 직원들마저 예정된 사례발표회 참석을 안 하고 서울을 떠났다.

최종 포센 직원 3명이 국회본관에 도착했지만, 기다리고 있던 포센 사장과 회사 간부에 의해 1명은 행사장 입장을 포기했다.

포스코 아웃소싱 업체 관계자는 "분사된 업체들의 사장 등 경영진들이 찾아와 직원들을 숙소에서 불러낸 후 직원들은 붙잡혀 지방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사회사는 포스코와 독립된 법인이지만, 회사의 경영인이 포스코와 계약에 있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포스코의 눈치를 안볼 수 없다"며 포스코측의 입김이 작용됐다고 전했다.

또 한 관계자는 "포스코측의 외주담당자가 분사회사 임원들에게 이번 기자회견을 못 막으면 옷 벗을 각오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포항과 광양 분사회사 사장단이 필사적으로 기자회견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사례발표가 열린다는 사실은 오늘 알았다. 저희가 행사를 미리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들을 막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아웃소싱업체는 지난 2004년~2005년 포스코가 인력구조개선을 위해 방호, 철도정비 등 14개 부분을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하면서 분사됐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분사한 회사 급여를 포스코 급여의 70% 수준을 보장하기로 약속했으나,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 근로자들은 포스코와 포센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청에 '임금지급 등의 소'를 제기했고, 1심에서 70%의 연봉을 보장한 것은 '기망'한 것으로 불법행위가 인정됐다.

그러나 2심에서는 원심이 뒤집혀 근로자들의 청구가 기각되면서,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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