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업데이트로 가게 노출 방식 변화
기존 광고서비스, 평점 관리 업주들 ‘날벼락’
수수료 개편 위한 사전 작업…착한 수수료의 공공배달앱 ‘눈길’

“이젠 배달비도 받을 수가 없어요. 수수료도 벅찬데 이젠 배달비도 제가 부담해야 할 판이네요”

서울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배민이 기습적으로 실시한 업데이트로 주문 수가 급락했다고 토로했다.

‘제대로 만든 중화요리’를 표방하는 A씨의 중국집은 조리시간이 타 중국집에 비해 오래 걸리지만, 요리의 맛과 질이 뛰어나 좋은 평점과 주문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배달 시간이 적고 배달비가 적은 점포가 앱의 상위에 노출되게 되자, 배달시간이 늦고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고객들이 많이 찾았던 A씨의 가게 주문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이번 업데이트가 사전 공지 없이 이뤄져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었던 만큼, A씨의 답답함은 더욱 깊어졌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중인 9월 서울 명동의 가게들이 폐업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중인 9월 서울 명동의 가게들이 폐업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반철민 기자] 15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배민 앱 업데이트를 통해 검색 필터에 ‘배달 빠른 순’과 ‘배달 팁 낮은 순’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빠른 배달을 지원하는 음식점과 배달팁이 적은 음식점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개편된 ‘배달의 민족’ 앱 상단 음식점 리스트 [사진=배달의민족]
개편된 ‘배달의 민족’ 앱 상단 음식점 리스트 [사진=배달의민족]

문제는 이 때문에 음식의 맛이나 질보다 배달비가 적고 배달시간이 빠를수록 노출되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통상 배민의 배달비는 500m 이하로는 3000원 정도의 배달비가 발생하고, 1.5km까지는 3500원, 이후 거리에 따라 배달비가 일정 액수만큼 할증된다.

이때 배달비는 소비자와 점주가 함께 부담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할 때 결제하는 배달팁에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대행료가 합쳐져 배달대행업체에 전달되는 형태다.

따라서 배달팁이 적게 책정될수록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커지게 되는데, 이번 업데이트로 배달비를 줄여야 더 앱에서 상위에 노출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한 배민 가맹점주의 글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한 배민 가맹점주의 글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A씨는 “이번 업데이트로 배달비를 줄여야 고객들에게 더 노출되게 됐는데 부담이 만만찮다”며 “어느 정도 수익을 보전하려면 음식값을 올려야 되는데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 것 같아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또한 “오랜 시간 인지도를 쌓아 구축한 ‘찜 검색’ 같은 기능이 이번 업데이트로 효과가 떨어졌다”며 “앱 기능 개편에 대해 사전에 알려진 것이 없어 당황스러운데, 다음에도 이런 기습적인 개편으로 손해를 입을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우려했다.

◆업데이트는 배민 ‘맘대로’…끌려 다니는 점주들

문제는 식당의 입장에서 부담해야할 수수료가 만만찮을 뿐만 아니라 광고 형태나 영업방식이 정해져 있는데, 이번과 같은 기습적인 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배민은 점주에게 광고서비스로 오픈리스트라는 앱과 울트라콜이라는 두가지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오픈리스트는 배민 앱의 음식점 중 무작위로 3개의 음식점이 리스트 최상단 부문에 노출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때 수수료는 부가세 포함시 결제금액의 6.8%로, 주문 금액이 늘어날수록 일정하게 수수료가 커지는 형태다.

울트라콜 노출 방식 [사진=배달의민족]
울트라콜 노출 방식 [사진=배달의민족]

반면 울트라콜은 배달시간이 적은 지역으로 리스트 하단에 노출되는 기능인데, 이는 실제 가게 위치와 상관없이 음식점이 지정한 위치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가게가 노출되도록 하는 기능이다.

울트라콜 기능은 월 8만8000원의 정액제 방식을 유지 중이지만, 복수가입이 가능해 통상 한 업체가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요식업자들이 광고비로 매월 수십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이번 같은 기습적인 업데이트로 노출되는 방식이 변화할 경우 대처할 수 없어 그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업데이트 전 배민 앱상 음식점 리스트 정렬방식은 ‘기본 순’이 기본값이었으며, 이때 점주가 가입한 광고 방식에 따라 해당 음식점이 노출되는 방식이었다.

반면 이번 업데이트로 인해 ‘배달 빠른 순’과 ‘배달팁 낮은 순’이 ‘기본순’보다 앞서 정렬되게 돼 기존의 서비스 광고효과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배민 가맹점주들의 댓글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배민 가맹점주들의 댓글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실제로 서울지역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B씨는 “울트라콜을 사용하고 있는데, 앱 개편 후 주문이 크게 줄어든 것이 체감되고 있다”며 “광고비는 이미 지불했는데 물릴 수도 없어 당황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한 “기존에 쿠키 서비스나 이벤트 등으로 쌓아 올린 평점들이 업데이트 한방에 허사가 된 것 같다”며 “언제든지 갑작스런 업데이트로 피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수수료 개편 위한 사전 작업?…착한 수수료의 공공배달앱 ‘눈길’

이번 개편에 대해 요식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수수료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며 배달 서비스 이용이 급증했지만, 수수료 정액제인 울트라콜을 이용하는 점주가 많아 배민의 수수료 수익이 온전히 증가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배민 측은 지난해 4월 1일부터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 두 방식 대신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

오픈서비스는 수수료를 6.8%에서 5.8%로 낮추는 대신 노출 점포 수를 무제한으로 바꿔 무작위로 노출되는 형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월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월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노출 방식의 불확실성과 부담하는 수수료 증가를 이유로 기존 점주들의 반발을 샀으며, 여기에 독과점 논란까지 불거진 배민 측은 소상공인은 물론 정치권에게까지 뭇매를 맞았다.

당시 소상공인엽합회는 “이번 요금정책 개편은 사실상 수수료를 폭등시킨 것으로,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상황인데,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런 배민의 행보에 대해 강하게 지탄하기도 했다.

이 도지사는 “기득권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의 약자를 보호해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라며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밝혔다.

이에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5월 1일을 기점으로 수수료 체계를 울트라콜·오픈리스트 체제로 복귀시켰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으며, 독과점 논란으로 배민과 요기요의 M&A에도 악영향을 준 상태다.

실제로 지난 4월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기업결합 심사 도중에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고 논란이 커지면서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수수료 개편의 효과까지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배민을 비롯한 배달앱들의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자 그 대안으로 ‘배달특급’과 같은 공공 배달앱이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 지역의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사진=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 지역의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사진=경기도주식회사]

‘배달 특급’은 이재명 도지사의 경기도형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출시된 경기도 지역의 공공배달앱으로, 민간 배달앱 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화성시의 한 중식당은 지난해 12월 간 총 1100여 개의 주문을 통해 약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때 수수료는 30만 원에 불과해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출시 한 달 만에 총 가입 회원 11만 명, 거래액 약 30억 원을 기록했으며, 배달특급의 운영사인 경기도주식회사는 올해 말까지 총 27개 지자체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승윤 건국대학교 교수는 “배달특급의 이번 성과는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를 위해 상생을 표방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시장의 긍정적인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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