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윤종수 기자] 자동차의 이동성와 보행자 도로횡단 시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교통섬이 오히려 보행자에게 불안을 주고 차량의 과속을 유발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21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2월 전국 7207명을 대상으로 교통섬 횡단 시 차량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4.9%(6839명)가 위협을 느낀 적이 있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섬은 도심 교차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섬 모양의 시설로, 자동차의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처리나 보행자 도로횡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다.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차량이 교차로를 지나지 않고 우회전 할 수 있도록 분리해 차량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교통섬은 지하철 출입구나 가로수 등으로 인해 운전자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거나, 교통섬 주변에 안전시설이 미흡하게 설치돼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응답자 71.9%(5178명)가 교통섬을 제거해 차도 또는 보도를 확장하거나, 보행자를 위한 공간(휴식,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하자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보행자가 교통섬에서 위협을 느끼는 원인으로 지장물로 인한 운전자의 시야 미확보와 교통섬에서 차량의 높은 이동속도를 꼽았다.

실제로 공단은 디지털 운행기록장치(DTG)를 활용해 전국 6개 지역(수도권, 대전, 울산, 부산, 대구, 광주)의 12개 교차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교통섬이 설치되지 않은 교차로보다 교통섬이 설치된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의 주행속도는 평균 7.3%, 직진 차량은 평균 4.4%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교통섬 설치여부가 차량의 속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홍성민 한국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교차로의 부적절한 교통섬 제거는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 사고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직진차량의 통행속도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어 도시지역 보행자 안전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자의 시야에 방해가 되는 시설물이 설치됐거나 보행자의 안전이 우려되는 곳에 설치된 교통섬은 시설물 개선 또는 제거를 통해 보행자들의 교통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이제는 도로를 보행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라며 “이동성이 강조됐던 교통 환경에서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