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선거구획정기준 등에 관한 공청회'에서 박대규 헌법재판소 연구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7일 국회에서 선거구획정 기준 논의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여론 수렴에 나섰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최대-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현재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고 결정한 부분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인구편차의 위헌 가능성을 해소하면서도 농촌 지역을 배려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고, 비례대표제 확대 보완, 의원정수 확대 등의 의견들도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 의원정수, 선거제도 개편 등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내놓았다.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은 "표의 등가성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할 수밖에 없다는 헌재 판결 자체가 굉장히 성급하고, 정책적·정치적 고려가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헌재 결정 취지를 국회가 지켜야 한다"면서 "농촌 국회의원만 농촌 이익을 지킬 의원이라는 도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대표성 문제를 비례대표제로 보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300석에서 비례대표를 60석으로 결정하고 비례대표를 이용해 지역대표성 약화 문제를 해소하자"고 했고,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은 "지역대표성 문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보완하자"고 했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의원 정수를 확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박범계 의원은 "헌재 결정을 따르려면 지역구가 10여석 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구획정의 결과물로서 국회의원 정수 증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희 의원도 "선거구 재획정 뿐 아니라 선거제도와 의원정수를 함께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거들었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반값 국회의원'을 감수하더라도 의원 정수를 늘려서 제대로 민의를 대표하는 선거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역대표성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윤석근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선거구를 조정할 경우 도시지역보다 농촌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이라며 "위헌 가능성을 해소하면서도 농촌 지역을 배려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대규 헌법재판소 연구관은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함에 있어 인구의 등가성 못지 않게 행정구역의 등가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며 헌재 결정대로라면 지방 도시의 지역대표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행정구역, 지리적 인접성, 면적 등을 탄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고, 진장철 강원대 교수는 "농어산촌을 지키는 사람도 국민이고 수도권 비대화, 지방 공동화를 막아야 하므로 선거구획정에 면적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번 같은 논란이 되지 않으려면 선거구획정 기준 가운데 인구기준일, 선거구별 인구편차 허용 한계 등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관위 윤석근 실장은 "선거구 획정기준을 법률에서 정할 수 있다면 정치적 갈등이나 혼란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기준일을 언제로 할지와 선거구별 인구편차 허용 한계, 자치구·시·군 분할금지의 예외 허용 규정 등을 법률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도별 지역구의원 정수를 법률로 정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방법으로 ▲농촌지역 인구수 가중치 10∼30% 부여 후 시도별 의석 배분 ▲농촌지역 기본의석 배정 후 시도별 의석 배분을 거론했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 원장은 "공직선거법에 인구편차 허용한계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인구상하한선에 대한 법적 규정을 마련하면 국회가 헌재 판결에 따르지 않고 자율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거구획정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의원정수 문제는 의견이 갈렸다.

손혁재 원장은 "국민정서를 감안해야 하지만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윤종빈 교수는 "국회가 정쟁에만 몰두하고 본연의 업무인 입법 활동은 미약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에 의원정수 증가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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