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11월19일 이두식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400억 원대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죄에 사용한 대포통장을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선민규 기자] 최근 금융사에서 내놓은 대포통장 근절방안이 각 은행, 영업점 별로 달라 신규계좌를 개설하려는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은 대포통장을 막겠다며 각 금융사가 신규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에게 ‘거래목적확인서’를 요청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은행이 거래목적이 불분명할 경우 계좌개설을 금지해 향후 신규 개설되는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겠다는 포석이다.

문제는 이같은 금감원의 권고사항이 각 은행과 지점별로 상이하게 적용돼 신규계좌를 개설하려는 금융소비자만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김 모씨는 “주거래은행이 있지만 신규계좌가 필요해 집근처에 있는 은행에서 계좌개설을 요청했지만 직업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하지만 인근 다른 은행에 가서는 똑같은 상황이지만 계좌를 개설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실제로 본지가 동일한 지역내 12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동일한 조건이더라도 은행마다 신규계좌 개설여부에 차이가 있었다.

아무런 증빙서류 없이도 신규계좌 개설이 가능한 금융사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었다. 거래목적이나 증빙서류가 없어도 신분증만으로 신규계좌 개설이 가능했다.

주민등록상 주거지 소재 금융사에서만 신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금융사는 외환· 국민·하나·우리·씨티·NH농협으로 조사됐다. 주거지가 아닌 타 소재 금융사에서는 거래목적이 불분명한 경우 계좌개설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증빙자료없이 신규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고 알린 금융사는 신한은행과 수협 두 곳이었다.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모든 신규계좌개설에 목적을 확인하고 불분명할 경우 개설을 거절했다.

이들 금융사와는 다른 내용의 안내를 하는 곳도 있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주거지 소재 지점에서는 신분증만으로 세금공제 혜택이 있는 입·출금 계좌개설이 가능하지만 타 소재 지점에서는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안내했다.

우체국은 증빙서류 없이는 계좌개설이 어렵지만, 우체국 택배수화물영수증을 발급받으면 택배요금을 결재할 수 있는 체크카드의 발급을 구실로 신규계좌를 개설해 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처럼 신규계좌개설에 각 금융사가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포통장 개설에)의심이 가는 내방고객의 계좌 개설을 창구직원의 판단으로 결정하라는 것이 금감원의 지침”이라며 “은행본사 차원에서도 매뉴얼화된 지침이 따로 없어서 같은 은행이더라도 영업점마다 (신규계좌개설 가능여부에)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큰 틀에서 지침은 이미 내려진 상태”라며 “은행재량에 맡겨야 할 세세한 문제에 지침까지 내릴 순 없다”고 답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전자금융사기를 빌미로 전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포통장에 관한 판단을 창구직원 개인의 주관에 맡기는 것이 잘못”이라며 “금융사 본사차원에서 전 영업점에 명확한 기준에 의한 동일 지침이 내려져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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