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청년 사업가 곤도 겐다이(近藤玄大, 28) 이쿠시(exiii) 최고경영자(CEO)가 3D프린터로 전동의수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전동의수는 2016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전동의수를 들고 있는 곤도 겐다이씨의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임영서 기자] 구두끈을 묶거나 피아노를 연주하고 농구를 하는 것 등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 중 하나다. 그러나 선천적인 장애로, 혹은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양팔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꿈꿀 수 없는 행복이기도 하다.

과거 전통적인 의수는 외관상으로만 장애를 가려주는 역할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전동의수의 개발로 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이 생기게 됐다. 그러나 실제로 전동의수를 착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는 바로 비싼 가격 때문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의 청년 사업가 곤도 겐다이(近藤玄大, 28) 이쿠시(exiii) 최고경영자(CEO)가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전동의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가격 혁명'이다. 그는 3D프린터를 이용해 전동 의수의 부품을 만들어 150만엔짜리 전동의수의 가격을 약 20만엔(약 200만원)까지 끌어 내렸다. "사용자가 스스로 3D프린터로 만들게 되면 가격이 더 내려간다"고 곤도는 말했다. 그는 오는 2016년 전동의수의 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게는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1989년부터 10년간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외팔 투수, 짐 애벗이다. 상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그는 4~7세 미국 뉴욕에서 생활했는데, 어느 날 아버지와 찾은 야구 경기장에서 외팔 투수 애벗을 만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 손이 조막손이었던 애벗이 한 팔로 야구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곤도는 '멋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곤도의 이러한 경험이 의수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후 그는 손을 잃은 사람들과 접촉할 일이 있어 첨단 기술을 이용한 해결 수단을 모색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동의수를 개발한 것은 2008년 도쿄대학의 연구실에서였다. "피아노를 치고 싶다"며 한 손이 없는 초등학생 여자 아이가 공학부의 정밀 기계 연구과를 찾았다. 그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 담당 교수가 곤도에게 준 연구 테마가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의수를 만드는 것"이었다.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의수 제작은 쉽지 않았다. 손가락을 1개씩 움직이는 장치는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손가락을 펴고 강약을 조절해 여러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는 복잡한 제어는 하지 못했다.

결국 졸업 때까지 만족할 만한 연구는 하지 못했다. "연구를 계속하면 피아노든 농구든 의수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만들 것"이라며 연구를 계속한 곤도는 2009년 4월에 석사 과정에 들어갔다.

석사 과정 수료가 가까워졌지만 피아노를 칠 정도로 혁신적인 의수를 만드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의수로 피아노를 치려면 아직 50년 정도 걸리는 것은 아닌가". 그것이 석사 과정을 마칠 당시의 결론이었다.

그는 2011년 소니에 입사했다. 근무부서는 신제품 연구 개발 부서였다. 입사 2년이 되던 해, 곤도의 연구 부서에 3D프린터가 도입됐다. 아무리 복잡한 형상이라도 3D프린터로 만들어졌다. 이에 곤도는 "뭔가 새로운 것이 가능하다"고 직감했다고 한다.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던 중 대학 시절에 포기했던 의수가 마음에 떠올랐다.

3D프린터라면 제품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삭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소니 입사 후에 알게 된 손이 없는 친구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 친구에게 전동 의수가 필요한지 물었을 때, 처음에는 "의수 따위는 없어도 된다"던 친구는 점차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는 못 먹는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바치기 어렵다"는 등 일상생활의 불편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를 듣고 "잠재적 수요는 있을 것이다"라고 재확인한 곤도는 포기했던 전동 의수를 3D프린터라는 새로운 툴을 사용해 개발하면 가격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휴일과 자는 시간을 아낀 연구 끝에 드디어 선진적인 디자인의 의수 'handiii '가 완성되었다. 센서로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원활하게 쥐었다 폈다하는 의수의 움직임에 많은 관람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이후 손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험 장착을 거쳐 창업에 이르게 됐다.

이렇게 이쿠시(exiii)사는 2014년 6월 설립됐다. 운영 자금은 미 구글의 콘테스트에서 획득한 2500만엔 등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달했다.

제품의 개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소형 경량의 최신판 "HACKberry"를 개발했다.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을 수 있는 동작이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예를 들면 신발 끈을 묶고 코트의 지퍼를 닫는 움직임도 가능하다.

HACKberry의 설계도는 오픈 소스로서 널리 공개했으며 3D프린터와 제어용 칩을 입수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 제작했다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청년 사업가 곤도씨는 의수의 기술 혁신을 세계 규모로 넓히고,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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