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한인 '비트박서(Beatboxer)' 이성윤 씨가 주류사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콜래버레이션 뉴욕9'과 할렘의 아폴로극장에서 열린 '아폴로 아마추어 나이트 그랜드 피날레'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지난 3월에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15 그랜드 비트박스 배틀에 미국 대표로 출전, 8강까지 올랐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임영서 기자] 수많은 유명 뮤지션들의 산실인 뉴욕 할렘의 아폴로 극장. 안경 쓴 평범한 외모의 아시안 청년이 무대에 등장했다. 심드렁한 표정의 관객들은 그가 마이크를 잡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2014년 11월26일, 뉴저지 출신의 한인 청년 이성윤(25)씨가 2014 아폴로 아마추어 나이트 그랜드 피날레 행사에서 대상을 차지해 1만달러의 상금을 획득했다. 1500명의 관객들은 이성윤씨의 비트박스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로 열광했다. 심사위원들도 최고점으로 화답했다. 미 동부 1호 한인 비트박서의 화려한 탄생이었다.

비트박스(Beatbox)는 사람의 입으로 전자음과 디제잉(DJing)의 소리를 모사하는 힙합의 한 분야이다. 목의 울림을 이용하는 소리 등 다양한 종류의 비트박스 동영상들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많이 소개되는 가운데 심리학도 출신 한인 '비트박서(Beatboxer)' 이성윤씨가 미 주류사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8월 뉴욕대 스커볼 퍼포밍아트센터에서 열린 '콜래버레이션 뉴욕 9'에서 우승해 비트박서로 처음 이름을 알린 그는 유서깊은 아폴로 씨어터 무대를 통해 주류 음악계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15 그랜드 비트박스 배틀에 미국 대표로 출전했다. 3분간 두 명씩 맞대결 배틀을 하고 추가로 3분간 관객들 앞에서 비트박스를 연주하는 방식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세계 최고의 비트박서들이 출전한 경연장에서 그는 8강까지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광수 노수형씨의 1남2녀 중 막내인 이성윤씨는 두 살 때 미국에 이민왔다. 뉴저지 레오니아에서 성장한 그는 뉴저지의 명문대 럿거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2012년 졸업했다. 전공 분야와 무관한 프로페셔널 비트박서로 나서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가 비트박스를 접하게 된 것은 중학교에 다니던 2003년의 일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비트박스 비디오를 보게 됐는데 저런 음악도 있구나 하고서 깜짝 놀랐어요. 그때부터 비디오로 구해서 보며 연습을 했어요."

당시만 해도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전이라 자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단다. 틈나는대로 꾸준히 연습을 한 그는 다양한 소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꾼이 됐다. 전문 비트박서로 나서고 싶었지만 취미 이상으로 생각지 않은 부모님을 설득하기가 어려웠다.

대학을 다니면서 예사롭지 않은 재능을 인정하게 된 가족은 결국 그의 비트박스 열정을 이해하고 지금은 전폭적인 지지자가 됐다. 대학 졸업 후 그는 맨해튼의 공연장에서 비트박스 연주를 하고 로스앤젤레스 등 여타 도시에서도 무대에 서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한인사회의 행사장에 나와 비트박스를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비트박스에 대해 생소하지만 그의 연주를 일단 들으면 "너무나 신기하다. 저절로 흥이 난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는 "비트박스를 접하면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필링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비트박스다. 기본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좀더 전문적인 연주를 하고 싶다면 피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세계 최고의 비트박서로 평가되는 케니 모하메드와 라저 웰 등 흑인 래퍼들이 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출신 한인 테리 임(26)도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뮤지션이다. 테리 임은 2010년과 2011년 캐나다 비트박스 대회에서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고 2012년 ‘캐나다 갓 탤런트’ 결승에 오르며 이름을 날렸다.

올해 안에 공식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이성윤씨는 홈페이지를 통해 연주 샘플링과 자신의 소식을 소개하고 있다. "얼마 전 KBS-TV '불후의 명곡'에서 비트박스 연주하는 것을 들었다"는 그는 "한국에도 상당한 수준의 비트박서들이 있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멋진 비트박스 공연을 하고 싶다"는 소망도 펼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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