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문사 발행인·대표이사
위클리오늘신문사 발행인·대표이사

自然本來淸 자연본래청
方丈秋天淨 방장추천정
今西鄕吏癡 금서향리치
猶民畏汚染 유민외오염

자연은 본래 청정하니
가을 빛깔 지리산 또한 그러한데
금서 고을 관리가 우둔하여
오히려 주민들만 환경오염 근심하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지리산 품에 안긴 덕산에서 태어나 진주와 서울서 유·청년기를 보내고 도시서 생활하다 16년 전 아예 산 좋고 물 좋은 고향, 산청(山淸)으로 이주했다.

직장 때문에 매주 월요일마다 상경해 혼자 서울서 지내고 주말엔 산청으로 내려와 가족과 생활하고 있다. 주중에 지친 심신(心身)에게 주말이면 활력을 다시 채워주는 산청은 보약 같은 곳이다.

이래저래 40여 년 간 서울 생활에 지쳐 권태기였던 최근 10여 년. 그래도 그나마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산청이 주는 맑고 신선한 에너지가 주요했다.

최대 국립공원 지리산이 안고 있는 산청(山淸)은 수질과 공기질이 매우 좋기로 유명하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의 그것들과 비교하면 청정 그 자체다.

굳이 환경 데이터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산청에선 눈이 맑아지고 코가 뻥 뚫린다. 몸이 편안해지고 활력이 되살아난다.

하지만 요즘 산청군 주민들과 금서농공단지 입주 기업들은 산청군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산청의 맑은 공기를 지키기 위해 또는 그들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반군(反郡) 펼침막(placard)을 내걸고 계속 집회를 개최하는 등 군(郡) 행정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산청군이 해당 농공단지에 ‘산업용 펠릿(pellet) 공장’ 입주를 허가하면서 비롯됐다.

통상 ‘목재 펠릿’은 유해 물질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목재를 압축하고 성형하여 만든 것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펠릿은 일반 가정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번에 산청군이 허가한 공장은 ‘산업용 펠릿’ 제조 공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이 생산하게 될 펠릿은 발전소 등 산업시설에 납품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허가된 공장의 ‘산업용 펠릿’ 원재료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과 입주 기업들을 향한 산청군의 해명과 노력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펠릿 공장을 둘러싼 풍문에 따르면, 해당 재료의 85%가량이 수입 목재이며 그 일부는 가열해서는 안 되는 산업폐기물에 준하는 폐목재로서 거의 쓰레기 수준이라는 것.

구체적으로는 수입한 MDF(톱밥과 같은 나무 가루 등을 강력하게 압착해 만든 판자. 주로 가구나 책상 따위를 만들 때 나무 대신 이용하는 판재) 등으로 펠릿을 만든다는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 펠릿 재료에 대한 논란과 추측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산청군은 주민들에게 설명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풍문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

제조과정은 보통 재료를 건조하고 분쇄·가열·압축하는 과정 등을 거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산먼지 등이 발생하고 또 ‘질소산화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소산화물은 물과 반응하여 질산을 만드는데 이는 산성비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질산은 극지방 성층권에서 구름의 입자가 되기도 하는데 극지방의 오존층을 파괴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공기 중에 있는 질소산화물 중 가장 주요한 형태는 일산화질소와 이산화질소이며 이 둘을 합쳐서 NOx로 표현하기도 한다.

과학계에 따르면, 일산화질소와 이산화질소는 대류권에 있는 오존의 형성과 파괴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소돼 발생하는 것은 주로 일산화질소인데, 이것이 대기 중에 방출되면 산화돼 이산화질소가 된다.

또한 의학계에서는 “이산화질소는 인체에 유해하며 폐기종(肺氣腫)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폐가 탄력성을 잃고, 폐포격벽(肺胞隔壁)이 파괴돼 말초의 기강(氣腔)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어 있는 상태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생빈도가 높아진다. 숨이 차고 특히 들숨은 비교적 수월할 수 있으나 숨을 내쉴 때는 공기를 충분히 배출하지 못해 폐가 과팽창하고 병세가 심해진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폐기종은 폐포격벽의 파괴를 수반하는 기능 저하로 인해 그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다”고 덧붙이고 있다.

쉽게 말해, 펠릿 제조과정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때문에 만약 폐와 기관지 계통이 망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치료 방법이 딱히 없어 건강하게 회복되기 어렵다.

산청군은 해당 공장이 농공단지 입주 조건을 충족해 허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산업용 펠릿’을 생산할 업체도 “원자재는 공장 내부 보관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비산)먼지 등은 배출시설을 이용해 외부유출 없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 야적이 필요하다면 추가 건물을 증축해 내부에 보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재료 건조와 파쇄, 가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장기간 확산되거나 또는 재료 건조 과정에서 날리는 비산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뿌리는 물이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물론 펠릿 제조와 폐·기관지 질환과의 인과관계가 직접적으로 증명되기 어렵다손 치더라도 장기간 비산먼지와 질소산화물에 노출되면 양자 간 개연성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군(反郡) 정서는 더욱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번에 입주할 업체가 제출한 환경영향 검토서에 따르면 ‘질소화합물’ 배출이 연간 11톤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 사이에서 떠도는 풍문처럼, 제작 시 폼알데하이드가 많이 포함된 접착제를 사용하는 목질판상제품 MDF 등 폐목재까지 해당 공장의 ‘산업용 펠릿’ 재료로 사용된다면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듯하다.

문제는 또 있다.

산청군은 설명회·공청회 등 주민과의 소통을 무시하고 주민들 동의도 없이 환경오염 유발시설을 일주일 안에 허가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석연찮은 허가 과정에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해당 업체가 지난 7월 9일 입주 허가를 신청하자 산청군은 같은 달 16일 허가를 승인했다. 이에 허가를 둘러싼 ‘카드라 통신’에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이번 허가는 담당과장 전결사항이었지만 “이재근 군수가 뒤에서 허가를 지시했다” “아니, 그렇지 않다”라는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담당자와 공장 간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라는 등 글로써 옮기기 힘든 추측성 풍문까지 난무하는 실정이다.

특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일부 주민들은 "허가를 둘러싼 담당 공무원(과장)은 어떤 형태로든 징계해야 한다"며 "산청군이 이번 허가를 취소하지 않으면 이재근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청군 금서농공단지 내 '동명식품'(남쪽, 사진 아래 측). 산청군이 지난 7월 '동명식품'과 담장 하나를 경계로 북쪽에  위치한 부지에 '산업용 펠릿 공장' 입주를 허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네이버 지도>

이번 허가 때문에 최대 피해 업체로 지목된 ‘동명식품’은 새로 들어설 ‘산업용 펠릿 공장’과 담장 하나 사이로 바로 붙어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외부 공기를 이용해 국수를 건조해야 하는 ‘동명식품’으로선 바로 옆 ‘산업용 펠릿 공장’에서 비산먼지와 질소산화물 등이 발생하면 생산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 국수의 15%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명식품’은 ‘오뚜기’와의 추후 OEM 계약에 차질이 예상돼 인근 지자체로의 이전계획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목에서 예전 진주시와 갈등을 빚던 ‘대동기업’이 진주를 떠나 현풍으로 이전할 때 진주시민들이 눈물짓던 모습이 순간 오버랩됐다.

산청군은 장기간 방치되다시피한 물류창고를 단지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기회로 삼고자 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동명식품’이 산청군의 졸속 행정 때문에 만약 다른 지자체로 떠난다면 산청군은 환경오염 유발시설 유치하려고 알짜 토종기업을 내치는 우를 범해 주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라는 산청군은 주민들에게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보도 등에 따르면, 해당 부지에 허용된 업종은 통신장비 제조업과 기타제품 제조업 등 3개다. 펠릿 공장은 목재 및 나무제품 제조업으로 허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애초에 입주 허가가 나올 수 없는 업종이라는 것. 산청군은 주민들에게 납득 가능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도 만에 하나, 산청군이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의 예외 규정을 적용해 ‘산업용 펠릿 공장’ 입주를 꼭 고집한다면 기존 업체, 즉 ‘동명식품’의 식품제조에 지장을 줘선 안 된다는 규정도 살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청군은 군민을 대표하는 군의회가 산청군의 일방통행에 대한 우려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군민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김수한 의원(금서면)은 6일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역 발전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장유치는 필요하지만, 금서농공단지 펠릿공장 유치는 산청군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방향, 주변여건, 군민 의식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있다”며 생활환경에 반(反)한 결정을 한 산청군을 질타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다른 지자체로 이전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동명식품’ 박재동 회장이 해당 펠릿 공장 부지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소식통 등에 따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이재근 군수도 허가취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자칫하면 청정한 산청이 언제든 오염된 山圊이 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아무쪼록 주민들 뜻대로 원만히 해결돼 고향 산청이 계속 山淸이기를 계속 지켜보겠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