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일요일이면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한 동물들의 재미난 일화를 시청하면서 일주일간 쌓여있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날려 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번 일요일(17일 방송분, 1040회)에 방영된 사육곰 실태에 스트레스 해소는커녕 오히려 짜증이 머리끝까지 차오르고 순간 치미는 분노에 입에서 쌍욕이 절로 나온다.

평생 열악한 철장 속에서 온갖 고통에 노출된 채 죽을 날만 기다리며 미쳐 가고 있는 사육곰의 실태. 맨정신으로 보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시청하던 가족이 격앙된 목소리를 낸다.

“사육곰들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지옥에서 죽어 간다” “진정성 없는 환경부의 인터뷰가 더 열받게 한다” “미친 현실이다”

평화로운 일요일. 가족끼리 <동물농장>을 보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공포와 분노의 시간이었다. 아직까지 손발과 심장이 떨리고 입 안이 마른다.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는가?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국민들에게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토가 나올 듯한 미친 현실에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특히, 이번에 방영된 환경부 직원의 정신상태는 어떤 이유에서든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다.

시청자 중 한 사람으로서, 모자이크 처리돼 방영된 농장주 인터뷰보다도 정부 관계자의 대책 없는 인터뷰가 시청자들의 정신건강을 더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고 본다. 공분 유발자다.

사육곰 실태에 대한 환경부 관계자의 대안이 “웅담 추출로 죽거나, 자연사 될 때까지”라니...

이런 정신나간 공무원이 무슨 권리로 수많은 사육곰의 생탈권을 쥐락펴락하는가?

이게 진정 환경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대책이란 말인가? 이게 진정 문재인 정부의 뜻이란 말인가?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사육곰 산업의 직접적이고 최종적 책임자는 결국 정부다.

평생 좁디좁은 ‘뜬 장’에서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산 채로 쓸개즙을 채취당하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축 당하는 사육곰의 정신나간 현실을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지금도 400마리에 달하는 곰들이 죽어서야 지옥 같은 그곳을 탈출할 수 있는 현실이 정부는 보이지 않는가?

이 개체들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자연소멸’ 취지의 발언이 나오다니, ‘동물복지’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에 정말 대실망이다.

필자는 요즘 문재인 정부에 걸었던 기대치가 훼손될 때마다 “내가 왜 촛불집회에 참석했던가? 이런 꼴을 보려고 그 추운 날 광화문에 갔었나?” 종종 이렇게 자해하듯 자문하곤 한다.

그간 ‘적폐 청산’을 외쳐왔던 문재인 정부, 집권한 지 벌써 4년이 넘었는데도 정말 적폐가 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의 적폐가 진정 뭔지 살피고 청산해야 하는 노력이 많이 부족하다. ‘미친 집값’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정부의 노력이 정말 무지 부족하다고 느낀다.

정부는 지금 반려동물 인구가 얼만지 잘 알지 않는가. 동물복지가 이젠 국민들 정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간과하지 말라.

아울러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 당신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나?

여·야를 떠나 정치인이라는 편향된 시각으로만 ‘이전투구’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민생 입법’은 유기한 채 말이다. 오히려 이런 당신들이 ‘적폐’라는 생각은 진정 해 보질 않는 것인가.

다행히 방송 마지막에 공장식 축산환경에 반대되는 개념인 ‘생추어리’가 몇 년 뒤 전남 구례군에 개원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바란다. ‘동물복지’는 더이상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국민 정서와 밀접한 사안이다. 만약 이날 <동물농장 1040회>를 보지 못한 관계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시청하길 권한다.

더불어, 정부는 식용견 문제를 비롯해 열악한 후진적 ‘동물복지’에 관한 고민과 해결책 모색에 그간 인색했다. 정부가 정말 얼마나 진정성 있는 대안을 내놓는지 계속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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