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겐 자랑스러운 할아버지, 후배에겐 은퇴 후에도 꾸준하게 노력한 선배로 기억되고파"

"은퇴 후 아파트 층간소음 사회적 문제 인식"
"10종의 샘플 준비, 실험실에서 불철주야 연구"
"개발 자금 조달 위해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SF매트’는 맨바닥 기준 중량충격음 40dB 이하"
"국내 유일의 1급 ‘방음매트’ 개발 성공"

 국내 유일의 1급 ‘방음매트’인 SF매트를 개발한 김재화 비엔이티 대표 
 국내 유일의 1급 ‘방음매트’인 SF매트를 개발한 김재화 비엔이티 대표 

[위클리오늘=감미사 기자] “손주에게는 자랑스러운 할아버지, 후배에게는 은퇴 후에도 꾸준하게 노력한 선배로서 고용창출과 사회적 이슈 해결에 힘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김재화 비엔이티 대표

층간소음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웃사촌이란 말은 고사하고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분쟁이 때론 이웃 간에 참극을 빚기도 한다. 지난 9월 전남 여수에서도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 층간소음으로 다투던 아랫집 30대 남성이 윗집 이웃을 살해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제 더는 층간소음 분쟁이 ‘이웃 간에 양해나 이해로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다.

이런 심각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은퇴 후에도 분주한 시간을 보내며 제2의 인생을 사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비엔이티(BNET) 김재화 대표다. 손주 사랑에 사업에 뛰어든 할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김재화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 ‘중량충격음 1급 매트’ 개발에 성공했다. 김 대표의 숨 가쁜 개발사를 직접 들어보자. [편집자 주]

Q. 개발 시작 배경은.
A. 은퇴 후 두 내외가 사는 아파트에 딸 가족이 놀러 온 어느 날, 집에 들어서 인사를 마치자마자 딸아이가 아래층에 인사를 해야 한다며 부랴부랴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이냐 물으니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할 것’ 같으니 미리 양해를 구한다는 것이다.

정년을 마치고 조용히 사는 우리에게 그간 층간소음은 별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막상 손주들이 내 집에 놀러와 마음대로 놀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매트를 개발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정년 이후 새로운 도전. 쉽지 않았을 텐데.
A. 손주들 생각에 피곤한지도 몰랐다. 사명감에 밤잠도 설쳤지만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애초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고생할 각오도 미리 했었다. 오로지 쌓아 온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젠 손주들이 내 집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하나에만 집중했다.

Q. 매트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A. 우선 시장에 출시 된 제품들을 분석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배포한 어린이 매트 관련 자료도 참고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새롭게 개발할 매트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현재 시장에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제품이 출시됐다. 그 중 7개 제품의 특성과 장점을 고려해 신제품 개발 방향을 잡았다.

Q. 제품 개발 시작 당시를 설명해 달라. 
A. 수많은 제품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 제품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량이 안전기준을 초과했다. 상당수의 제품은 충격음 저감 성능이 생각보다 미미했다. 어린이 매트의 경우엔 안전성 및 품질 성능을 비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보도 부족했다.

이런 상황은 개발과정에 다양한 숙제로 다가왔다. 시장 정보를 토대로 10종의 샘플을 준비해 간이실험실에서 밤낮없이 4개월간 연구에 몰입했다. 많은 기대를 했지만, 국가공인기관인 한국건설환경시험연구원(KCL)에 의뢰한 시제품은 2차 8종 테스트에서 원하는 값을 얻지 못했다.

이후 연립주택 실제 현장에서 3차 실험을 5회에 걸쳐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시 실패했다. 더 절망스러웠던 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을 때다.

다시 이론과 특성, 그리고 상호작용과 재료의 특성, 두께, 적층 순서 등을 검토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은퇴한 할아버지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결국 국내 최초 중량충격음 1급 매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Q. 성공적으로 제품 개발을 완료했는데 앞으로 계획은.
A. 중량충격음 1급 매트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싶다. 이젠 우리 손주들도 할아버지 아파트에서 아래층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고 흥분된다.

지금까진 충격 저감 매트로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개발했지만, 앞으론 건축 단계에서 적용 가능한 건축용 완충재를 개발하려 한다. 어찌 보면 매트는 생활용품이라 할 수 있다.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건축자재를 개발하기 위해 대학 및 연구기관과 힘을 모으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SOS1379 기술애로해결) 지원도 큰 힘이다. 디자인과 마케팅 부문도 신경 쓰고 있다. 총명하고 참신한 인재들의 참여도 기대하고 있다.

 작업중인 직원들과 김재화 대표
 작업중인 직원들과 김재화 대표

Q. 생산까지 과정을 설명하면.
A. 2018년 12월 층간소음 차음제(특수소재)로 특허를 받았다.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해 2019년 10월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12월에 층간소음 방지 매트(SF매트)를 첫 생산 출하했다. 2020년 6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국내판매를 개시했다. 여러 과정을 거쳐 올해 3월엔 ‘쇼설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Q. 출시한 SF매트의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A. ‘중량출격음만족도’ 조사에서 87%가 ‘매우 만족하다’는 응답을 했다. 더욱 중요한 결과는 아래층 주민 만족도 조사에서도 ‘매우 만족’이 60%, ‘만족’이 40%라는 경이로운 응답조사 결과를 받았다는 점이다. ‘지인에게 SF매트를 소개하겠느냐’는 질문엔 응답자의 80%가 ‘매우 그렇다’고 답해 주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중량충격음 저감 등급은 대부분 3등급 수준이다. 아이들이 뛰어다닐 때 생기는 중량충격음을 막기에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SF매트’는 맨바닥 기준 중량충격음을 40dB 이하로 낮춘 국내 유일의 1급 ‘방음매트’다.

작은 성공이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려던 할아버지의 고집이 만들어낸 쾌거”라고 말하곤 한다.

Q. 앞으로의 포부
A.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 한다. 손주에게는 자랑스러운 할아버지, 후배에게는 은퇴 후에도 꾸준하게 노력해 고용창출과 사회적 이슈 해결에 힘쓴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나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뤘다. 하지만 난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층간소음 해결과 젊은이에게 더 나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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