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비무장 상태 민간인 74명 학살”
증인 “전쟁 참상 알려 세상에 경종 울리고 싶다”

베트남 한국군 학살 증언하는 피해자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 티탄 씨가 2019년 4월 3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를 방문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베트남 한국군 학살 증언하는 피해자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 티탄 씨가 2019년 4월 3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를 방문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베트남 전쟁에 파병됐던 당시 우리나라 해병대원들이 베트남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학살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파월 한국군으로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법정에서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청룡부대원이었던 류모씨(75)는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국군이 당시 다수의 어린이와 부녀자, 노인 등 민간인으로 보이는 현지 마을 사람들을 학살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후대들에게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증언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내가 보고 행동한 것들을 통해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은 베트남인 응우옌티탄(61·여)씨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이 살해당했다며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변론기일이었다.

이날 류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1968년 2월 베트남에서 주둔할 당시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2소대 대원들과 부대 인근 도로를 정찰하던 어느 날, 민가 근처에 도달했을 때 베트남인 여럿이 길을 막은 채 항의하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그 옆에 민간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시신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걸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적때기 위에 수많은 시신이 있었고, 그래서 뭔가 큰일이 있었구나 알게 됐다”며 “100구는 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70여 구라고 들었다”고 기억했다.

이후 부대로 복귀한 그는 학살을 벌인 다른 소대 대원들로부터 사건 전말을 전해 들었다고 회상하면서 “다른 소대 애들이 죽인 현장, 장면들을 무용담처럼 얘기하더라. 아무 죄의식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류씨는 2018년 한국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서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정황을 증언했고, 지난 7월 7일에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증언했다.

그는 국회 간담회에서 "중대원으로부터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를 쏘니까 아기가 총알의 반동 때문에 날아가더라'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수색작전 중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학살이 간부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는 “(현지 민가) 수색 중에 끌려 나온 어린이들, 부녀자들, 노인들. 이 사람들을 어디에 널려놓을 수 없으니 논바닥 한쪽에 모아뒀던 것”이라며 “(수색) 작전이 끝나서 중대원들이 ‘어떻게 할까요?’ 했더니 중대장이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더라”라고 전했다. 다만 중대장 지시를 받고 학살한 소대가 1소대인지, 3소대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원고 측 주장에 따르면, 해병대 청룡부대 제1대대 제1중대 소속 군인들은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서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 74명을 학살했다.

사건 당시 8세였던 원고는 복부에 총상을 입었고 가족들 역시 죽거나 다쳤다. '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의 피해자인 응우옌티탄씨는 지난 2015년부터 베트남 전쟁 당시 자행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을 공론화해오고 있다.

그는 2015년부터 한국에서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리고, 한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해오고 있다.

한편, 국방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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