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출범 후 줄곧 무용론이 제기되던 가운데 최근 ‘아마추어’ 수식어까지 달게 된 공수처가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수처는 주요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필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조회한 것이다라는 원론적 입장이다.

물론 수사와 관련된 조회는 그 적법성이 인정되겠지만, 만약 수사와 무관한 기자에 대한 불법 조회였다면 이는 언론의 자유 침해뿐 아니라 일반 민간인의 사생활을 몰래 들여다본 중대 범죄다.

시민사회·인권위에서 지적해 온 '통신자료' 조회의 기본권 침해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유다.

보도 등에 따르면, 여러 언론사들이 자발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본 결과 공수처는 그간 다수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해왔다.

오늘까지 언론사 최소 11곳의 35명 이상 되는 기자들의 통신내역이 털렸다. 어떤 기자는 무려 4차례나 통신조회를 당한 상태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공수처가 A 언론사의 정치부 야당 출입 기자 B 씨의 자료까지 조회했다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쉽게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다. 황당하다.

형사적 혐의를 받고 있는 C 검사와 통화한 기자들의 기록을 조회했다고 해도 석연찮지만, 해당 검사와 통화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뻘짓을 공수처가 몰래 했다면 문제는 굉장히 커진다.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만약 B 기자와 C 검사가 통화한 적이 없었는데도 B 기자의 자료를 몰래 수집한 것이라면 국가기관이 일반 민간인을 상대로 저질은, 마치 과거 5공화국 전두환 정권의 ‘땡전 뉴스’ 때나 있었을 법한, 불법적인 언론사찰이자 민간인을 사찰한 중대 범죄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D 언론사는 자기네 영상기자 E 씨도 통신기록 조회를 두 차례나 당했다고 한다. 해당 기자는 수사부서 관계자는 물론, 주요 수사대상인 수원지검 등 관계자와도 통화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1월 공수처 출범할 당시 김진욱 공수처장은 뭐라고 했었나.

“헌법상 적법한 절차 원칙을 지키겠다. 인권 친화적인 수사를 하겠다. 여당 편도 아니고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들겠다”

국민인권을 우선시하겠다던 김 처장의 다짐은 결과적으로 빈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공수처는 원론적인 해명만 내놓고 있는데 이젠 그 한계를 넘었다. 출범 이후 안 그래도 공수처에 대한 혹평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번 문제로 또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공수처에 전한다.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설명하라.

그렇지 않으면 헌법수호 의무를 저버리고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이유로 존립 위기까지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라 F 언론사는 중앙지검도 기자 3명 대상으로 7차례, 경찰도 2명 상대로 각각 1회씩 통신자료 조회했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검찰에도 바란다.

국가기관인 공수처, 검찰 그리고 경찰. 이 모두가 헌법수호의 의무를 망각하고 위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관련 의혹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촉구한다.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아무일 아닌듯 넘어갈 수는 없는 중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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