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촬영 방식과 그 후진 발상에 경악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 치솟은 집값과 대출 제한에 전세는 고사하고 월세살이로 내몰린 시민들.

수입은 줄거나 제자리걸음인데 끝없이 오르는 물가와 금리… 어느 하나 즐거운 것 없는 요즘.

드라마 시청으로나마 자그마한 위안을 받던 국민은 최근 큰 분노에 휩싸였다.

KBS가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촬영에 동원된 말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죽음에 이르게 했을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선후보들은 KBS의 후진적 제작 기법과 발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동물복지’에 대해 어떤 공약을 할 수 있는지 공개적으로 여쭤봅니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시청자의 TV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말을 죽음에 이르게 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영상을 촬영했다. 몹시 분노한다.

이번 사건은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본 시청자가 KBS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이 시청자는 "여기 나오는 말들은 어떻게 관리가 되는 건지 뼈가 다 드러나 보이고 앙상하다. 이성계 낙마 장면에서도 말이 땅에 완전히 꽂히는 모습이다. 말을 강압적으로 조정하지 않고서 저 자세가 나올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 제기 후 드러난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다.

KBS는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중 오직 작품 제작에만 미친 듯, 말 못하는 동물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다리에 로프를 묶고 달리게 했다. 제작진으로 보이는 건장한 10여 명이 잡은 로프에 말은 강제로 심하게 고꾸라졌고 결국 사고 일주일 만에 죽고 말았다.

법률용어 중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 Recklessness)'가 있다.

이는 특정한 행동을 함으로써 어떠한 결과가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을 때, 그 결과가 발생해도 상관없다는 심리로 그 행동을 하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은 드라마 제작진이 후진 촬영 기법으로 촬영에 동원된 말을 '미필적 고의'로 죽음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건의 전모가 알려진 후, 시청자들의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KBS가 이번에 보여 준 것은 약자인 동물을 촬영 도구로만 여겨 시청자들이 겪게 될 분노와 공포는 전혀 생각지 않고 스스럼없이 자행한 ‘만행’”이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 유명 중견 여배우 고씨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 영상을 캡처해 올리면서 동물학대를 언급하고 나섰다.

일반 누리꾼들도 “수신료 따박따박 받아가더니 동물학대했다” “감독 연출이 정신 나갔네. 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지. 진짜 미개하네” “겨우 저 장면 때문에 말을 희생시키는 게 개탄스럽다”며 수신료 거부 운동을 펼치자는 말까지 나오는 등 공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사고 당시 촬영 스태프 그 누구도 말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고 몸체가 뒤집히며 땅에 처박힌 말은 한참 동안 홀로 쓰러져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제가 커지자 뒷북치듯 내놓은 KBS의 해명이 더 가관이다.

KBS는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KBS의 무책임한 해명에 울분과 분노가 치민다.

KBS는 "말이 죽었다"라고만 하지말고, '말이 정확히 언제 죽었는지, 외견상 부상이 없었다는 말이 어떻게 죽게 됐는지, 문제가 되자 부상당한 말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냥 안락사 당한 건 아닌지, KBS 관계자가 말의 사체를 직접 확인했는지 등' 말의 죽음과 관련된 사안도 덧붙여 해명해야 한다.

또, 사고를 당했던 말이 정말로 스스로 일어나고 귀가조치했다면 KBS는 진실규명을 위해 당시 해당 장면을 여과없이 공개해야 한다. 

필자는 제작진의 후진적 촬영 기법은 입에 담을 필요를 못 느끼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말처럼 그들에게도 똑같이 당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강제로 당하는 입장은 얼마나 공포스럽고 두려웠을지 스스로 느껴보라고.

결국 쏟아지는 비판의 십자포화에 KBS가 머리를 숙였다.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KBS의 사과 후에도 “태종 이방원 폐지하라” “동물학대 처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등 제작진의 동물학대와 KBS를 성토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동물학대를 저질은 관련자에 대한 제재는 한마디 했어야 했다.  KBS 사과는 이슈를 덮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매우 유감이다.

이번 사고로 매우 놀라고 분노한 시청자로서  KBS에 전한다.

KBS는 '동물복지'에 대한 후진적 발상과 그릇된 문제인식에 대한 무한책임의 자세로 드라마를 즉각 종영하고 해당 제작진에 대해서도 시청자가 수긍할만한 조치를 강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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