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기표된 투표지 배부
신원 확인도, 참관인도 없는 투표
사전투표 않고 귀가한 확진자들, 사실상 본투표 못할 듯
“투표지 구경도 못했고, 본투표 불가 공지 없었다”
일부 지역 선관위 “누가 투표 않고 귀가했는지 기록 없어”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2022년 대한민국.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보기 힘든 초유의 사건이 대선에서 발생했다.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번 대선, 선관위의 멍청한 뻘짓 때문에 사실상 소중한 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 확진자와 자가격리 유권자들은 사전투표에서 신분증을 낸 뒤 줄을 서서 기다리다 ‘아프거나 추워서, 또는 선거 보조원의 대리 투표 방식에 불만이 있어서’ 등의 다양한 이유로 기표를 하기 전 그냥 귀가한 유권자가 여럿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는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지를 선거보조원에게 주도록 하고 선거인이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도록 했다. 선거를 관리해야 할 선관위가 ‘직접선거’와 '비밀선거' 원칙에 반하는 불법 행위를 스스로 자행했다.

“선거관리인을 어떻게 믿냐”며 “해당 기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겠다”는 유권자와 “선거보조원이 대리로 투표함에 넣겠다”고 고집하던 선관위 간 여러 곳에서 실랑이가 있었다.

선관위의 주먹구구식 행정을 뒤에서 바라보던 일부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지키기 위해 "본투표를 하겠다"며 사전투표를 포기한 채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는 유권자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또 벌였다. ‘쓰레기 봉투’와 ‘종이 쇼핑백’ 등을 투표지 회수에 사용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여·야는 한목소리로 멍청한 선관위를 국회로 불러 질타했다. 선관위는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일부 지역 선관위에서 ‘누가 투표하고, 누가 투표 않고 귀가했는지 기록이 없다’는 것. ‘울트라 철밥통’으로 불리는 선관위의 어설픈 선거관리 능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서울 강동구 선관위 관계자는 7일 “상일1동 확진자 사전투표소에서는 약 200여 명이 투표지를 발급받았는데, 일부 유권자가 항의·귀가한 상황에서 투표가 끝났을 때 7장이 남았다”며 “투표록에도 항의 소동이 있었다는 것만 적혔을 뿐, 누가 그냥 갔고, 누가 투표했는지는 기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 때 직접 투표용지를 수령하지 않고 귀가한 유권자는 3월9일 본투표에 대부분 참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드러났다.

이날 선관위 관계자는 “논란이 됐던 전북 전주 농촌진흥원 투표소처럼 봉투 외부에 이름을 적도록 했다면, 적어도 투표자 파악은 됐겠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며 “일괄 구제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본투표를 하겠다며 사전투표 용지를 받지도 않고 그냥 귀가한 유권자가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이들은 “투표지 구경도 못했고, 본투표 불가 공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본선거일에 투표장에 와서야 선관위의 직무유기로 투표를 못한다는 상황을 알게 되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기표를 위해 함께 받은 봉투에는 다른 후보에게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 있기도 했다. 서울, 부산 등 여러 곳에서 이 같은 일이 다수 발생했다. 대구 수성구에서도 기표된 투표용지가 발견돼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단순한 실수’라며 대수롭지 않은 입장이다. 선관위는 제정신이 아니다. 동의하기 어렵다.

문제는 또 있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신원 확인도, 참관인도 없는 투표소도 있었다. 선관위가 신원 파악에 허술했다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여러 명의 주민등록증을 일괄적으로 걷은 뒤 투표용지를 한 번에 나눠주거나, 마스크를 벗게 한 뒤 신분 확인을 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니..

선관위가 민주주의를 말아 먹고 있다. 황당하다.

이런 어설픈 선거관리 속에서 사전투표를 했다는 한 네티즌은 "확진자 투표 때 신원 인증을 안 한다는 말이 있어서 실수인 척 들어갔는데 확인 안 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신분증 확인도 안 하고, 보여달라고도 안 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대선 결과가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경우, 정신나간 선관위 때문에 이번 대선은 논란을 넘어 엉망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국내외 현안으로 협치를 해도 모자랄 판에 당락을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는 진영 간 소모전이 불붙을 우려가 다분하다.

선관위는 선거를 관리해야 할 국가기관으로서의 직무유기도 모자라 결과적으로는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를 방해한 꼴이 된 셈이다. ‘선거방해위원회’로 개명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선거는 민주주의 근간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방해한 관련자들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의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