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전혁수 기자] 4-13총선을 앞두고 누리과정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누리과정 특별회계'를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정책지원특별회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민주는 즉각 반박 논평을 내고 "예산문제는 조금도 해결하지 못하는 엉터리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중 하나였던 누리과정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예산문제로 여야간 갈등이 유발됐던 정책이다. 여기서 누리과정이 과연 합법적인 정책인가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누리과정과 관련된 법률은 크게 두가지다. 한가지는 '유아교육법', 다른 하나는 '영유아보육법'이다. 문제는 여기서 기인한다.

유아교육법은 교육기본법 제9조에 따라 유아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유아교육법 제2조에 따르면 '유치원'은 유아의 교육을 위해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 즉 유치원은 학교로 '교육부'의 소관이다.

반면 영유아보육법 제2조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영유아를 보육하는 기관을 말한다. 따라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과 보육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누리과정에 대한 예산부담을 지방교육청에만 지워왔다.

지금까지 정부는 지방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배정할 것을 요구했고, 법률적 충돌이 발생하자 시행령 제정을 통해 누리과정의 법적 근거를 신설했다.

하지만 시행령은 결국 법률 위에 설 수 없다.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사실상 지방교육청에서 정부의 시행령을 따르는 것 자체가 위법이었던 것이다.

2016년 초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른바 지방교육청의 '좌파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보도해, 교육감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내용을 정확히 들여다보면 어느 교육청도 자신들의 소관인 유치원에 대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했던 지방교육청은 없었고, 대부분의 교육청이 유치원에 대한 예산은 전액 편성했다.

여기서 추가로 알 수 있는 것은 제대로 누리과정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유보통합'이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유아교육과 보육이 통합되지 않았는데 법률을 어겨가며 무리하게 교육청에 예산편성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유보통합이 한순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유보통합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부터 있었지만 여전히 진전은 없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까지 유보통합을 이뤄내겠다고 했지만 '깜깜무소식'이다.

예산문제도 있다. 2016년 유치원을 포함한 어린이집까지 누리과정을 실시하기 위해 필요했던 예산은 약 2조1000억원이었던데 반해, 정부는 3000억원만을 지방교육청에 우회지원했을 뿐이다. 누리과정실시로 지방교육청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임에도 실질적으로 지원은 없었던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누리과정을 반드시 실행하겠다며 전폭적으로 경기도교육청을 지원했지만, 결국 전액을 편성하지는 못했다.

정부여당의 지방교육정책지원특별회계법을 제정 방침은, 지방에 교부하는 교부금의 사용범위를 지정함으로써 지방교육청이 누리과정에 의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게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특별법 우선의 원칙'을 적용해 '일반법'인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을 넘어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단 '보육대란은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정무적 판단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제정하겠다고 밝힌 법안은 교부금은 기존과 같이 지급하면서, 용도만 정해주는 법안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누리과정' 자체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정책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결국 문제는 원칙과 예산으로 귀결될 수 있다.

정부여당이 진정으로 누리과정을 실시하고 싶다면, 여야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법률 개정과 실질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선행되야 한다.

누리과정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약'을 지키고 말고의 '정치적 문제'가 아닌, 예산편성과 법적절차에 대한 '실질적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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