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정치인 면담보다 국민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서야 할 때

▲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2일 청와대와 세종청사 간 영상국무회의에서,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민심을 청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키 위해 TK지역 의원들과 단체장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공언했다.

박 대통령은 "저도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 각종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게 남은 소명"이라며 흉탄으로 얼룩진 가정사까지 언급해 어느 때보다 민심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의 설득을 구하는 방법이나 그 정도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TK지역 국회의원이나 단체장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더 나아가 안보의 중요성과 국가유란의 위기를 ‘국민을 상대로’ 대통령이 직접 설명할 필요가 상당해 보인다.

대한민국은 건국이래 민주적 절차에 입각해 국회의원을 주민대표로 선출해 오고 있으나, 어느 국회 할 것 없이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수준은 사실상 기대 이하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TK지역의 경우, 앞서 영남권 신공항 문제와 친박계 4.13 공천개입 논란 등으로 정치권에 대한 주민들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정치인 면담을 통한 ‘민심 청취’ 결정은 최선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라고 부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사진=뉴시스>

그리고 경제도 어렵지만 북한의 계속되는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등으로 국가 안보가 더 우선시 돼야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죽고 사는 문제가 더 급선무라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이견없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걸림돌은 ‘김정은의 정신나간 핵개발’도 ‘사드배치 문제’나 ‘뿔난 성주 주민’도 아니다.

문제는 정치적 목적으로 국론 분열을 책동하거나 미시적 안목으로 지역 이기주의(NIMBY, not in my backyard)를 조장하고 편승해 온 정치인이다.

국론 분열 진원지로서 대표 역할을 해 온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 대통령이 몇몇 정치인을 만나 줄세우고 설득한다고 그들로부터 국민들이 쉽게 설득되냐는 것이다.

그동안 대다수 정치인이 개인적 명리(名利)를 위한 공약(空約) 남발과 당리당략적 이전투구 정국을 보여왔다.

이에 뿔이 난 국민들이 더 이상 정치인의 주장이나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시쳇말로 ‘정치권이 개판[泥田鬪狗]’인데, 대통령이 몇몇 의원과 단체장들을 만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여당 내 일부 의원들마저 말이 안되는 발상이라고 비꼬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우리 나라가 대의정치를 표방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과 몇 사람이 만나서 대책회의를 하는 간접적 소통과 일방통행식 통치방식으로는 이번 사태의 개선이나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의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일부 주장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과 더불어 각 지자체 단체장도 주민과 소통이 부족하긴는 매일반이라는 지역 여론이다.

이에 지역구 의원이나 단체장이 실질적으로 지역 오피니언 리더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난과 함께 주민대표로서 지역의 여론 수렴이 안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의견 수렴이 안되니 민심을 중앙에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이런 국론분열 사태가 야기된 것 아니냐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사드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후 '사드배치 결사반대' 집회에 참석해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항의하며 사드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 주민들. <사진=뉴시스>

해서 국민들은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 지역의 각계 각층의 실질적인 오피니언 리더들과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게 옳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이번 결정을 많은 보도매체들이 여당 대표 선출과 관련지어 검증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를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그것만 팩트인 양 맥으로 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지역 정치인을 만나는 간접적 소통 방식은 오히려 시기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여당 대표 선출과의 개연성을 기정 사실화하는 추측성 보도 양산으로 당·청 간 갈등을 물론 사드배치 여론만 악화시킬 것이다.

물론 지역 정치인들을 만나는 것도 일리가 있는 한 가지 방법이긴 하다. 일각에선 ‘불통’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던 대통령이 직접 여러가지 의견을 청취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여당 대표 선출과 맞물려 ‘당대표 선출 배후에 박심이 있다’는 등의 소모적 정쟁이 벌어지면 결국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감히 靑에 몇 마디 전하자면, 지역 정치인들과의 대화보다는 지역의 실질적 오피리언 리더나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을 상대로 직접 여론을 수렴하고 설득해야 할 때이다. 이는 국가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할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여된 요긴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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