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인플레 진정돼도 장기 저성장 나타날 수 있어”
양적완화 등 경제부양책에 대해 “통화가치 절하로 이어질 것”
프린스턴대 교수 “GloSBies 발행 통해 신흥국 자본유출 해결해야”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 및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 및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현태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진정돼도 장기 저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2일 열린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 개회사에서 "이번 인플레이션이 진정됐을 때 장기 저성장·저물가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이전에 활용했던 정책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뒤이어 "만약 그렇게(저물가·저성장) 된다면 폴 크루그먼 교수가 선진국 중앙은행에 조언한 것처럼 한국이나 여타 신흥국도 무책임할 정도로 확실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약속해야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총재 발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한국 등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부 신흥국들은 구조적인 저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구조적 저성장이 나타난 신흥국의 경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주장한대로 양적완화 등 재정확장을 통한 경제 부양에 나선다면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자본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총재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도 신흥국 입장에서 재정이나 통화정책을 마냥 확장적으로 운용할 수 없었던 주요 제약요인”이라며 “선진국과 같은 비전통적 정책수단(양적완화 등) 활용은 자칫 통화가치 절하로 기대로 이어져 자본유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흥국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행동해야만 했다"며 ”자국의 저물가·저성장 국면에 대비한 신흥국만의 효과적인 비전통적 정책수단은 무엇인지 분명한 답을 찾기 쉽지 않으며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유출 등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신흥국·개도국의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채권 발행이 제시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맡은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이에 따라 신흥국의 자본유출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증대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신흥국·개도국의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글로벌 안전자산 채권(GloSBies)을 발행해 안전자산 공급을 다변화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안전자산 채권은 국제 특수목적기구(SPV)가 신흥국·개도국이 발행한 국채를 매입해 집합화하고, 상환 우선순위에 따라 선순위채, 후순위채로 각각 발행해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신흥국·개도국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분류시켜 향후 현재와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 발생 시 선진국으로의 자본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신흥국에도 자본이 분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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