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 “인허가 절차서 협의 없었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반대하는 티위 제도 원주민들. (사진=기후솔루션)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반대하는 티위 제도 원주민들. (사진=기후솔루션)

[위클리오늘=신유림 기자] SK이앤에스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이 이번엔 현지 소송에 휘말렸다.

앞서 SK이앤에스는 그린워싱 의혹과 호주 원주민의 가처분 신청 등 ESG 리스크로 논란이 일었다.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은 SK이앤에스가 현지 파트너사인 산토스와 함께 호주 바로사 가스전을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반의 저탄소 LNG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8일 호주 환경단체 노던 준주 환경센터(ECNT)에 따르면 사업지 인근 티위 제도 므누피 지역 원주민은 산토스를 상대로 전날 호주 규제기관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진행된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시추 허가 과정에서 호주 법에 보장된 원주민들과의 협의 절차가 없었다는 이유다.

므누피는 과거 한국 법원에 국내 공적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가처분 신청을 냈던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지킬라루우 지역으로부터 북동쪽으로 40km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에 따라 관련 규제기관인 호주 해안석유환경청(NOPSEMA)은 ‘해양 석유 및 온실가스 저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스전 사업이 티위 제도 원주민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의 절차를 거쳤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번 소송의 원고로 나선 원주민 대표 데니스 티파칼리파는 시추 계획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 절차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토스가 시추 계획에 대해 협의 절차를 거쳤다고 했지만 정작 가스전과 가장 가까운 북쪽 해안에 터를 잡고 살아온 우리 부족을 찾아와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주민들은 시추 과정에서 원유가 유출되면 해양 생태계가 오염되고 늘어난 선박으로 인해 바다거북, 듀공, 고래 등 해양동물들의 번식 패턴과 서식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티파칼리파는 “시추는 바다에서 진행되지만 우리는 바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안다”며 “헬기와 선박의 모든 소음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 프로펠러에 거북이들은 목숨이 위태롭고 패류도 갈려나갈 것”이라며 “해양생물들이 여기에 다시는 서식지를 꾸리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 중인 엘리나 레이킨 환경보호사무소(EDO) 변호사는 “티위 공동체에 이보다 더 큰 위험이 따를 순 없다“고 우려했다.

레이킨은 “시추가 진행되면 원주민들이 수천 년 동안 지켜온 식량원, 전통 관습, 문화, 지역까지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인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생명들이 원주민들에겐 모든 것을 의미하지만 시추 작업이 승인되기까지 원주민들의 우려를 표명할 기회가 없었고 원주민들은 협의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SK이앤에스의 가스전 사업에 호주 현지 원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짐에 따라 이번 사업의 ESG 리스크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3월 사업지 인근 원주민들이 주민협의 절차 미비를 이유로 한국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달 호주 현지에서 사법절차를 통해 다툴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는 유보 의견을 내며 사건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수출입은행 등 국내 공적 금융기관은 사업비 6억6000만달러(한화 약 8000억원) 투자를 승인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ESG 리스크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이번에는 호주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된 셈”이라며 “국내 공적 금융이 가스전 사업의 ESG 리스크를 모두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투자를 결정한 건 아닐까 우려되는 동시에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현지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또 다른 소송이나 규제 문제로 발목 잡힐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논란이 된 시추 허가 외에도 사업의 본격 개시까지 SK E&S 측에서 주장하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도입에 필요한 인허가를 포함해 다수의 인허가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번 소송은 호주 원주민들이 해양 가스전 사업에 대해 주민협의 절차의 미비를 이유로 제기한 첫 소송으로 법원의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소송의 의미에 대해 레이킨은 “연안에서 진행되는 가스 개발 사업과 관련해 원주민들과 어떻게 적절한 협의를 할지 이번 소송을 통해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소송이 “채굴회사들이 원주민들과 협의해야 할 의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SK이앤에스 관계자는 <위클리오늘>과의 통화에서 “산토스는 호주 정부 환경법에 의거해 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해왔으며 호주 안전환경관리청 등의 엄격한 승인절차를 걸쳐 FID 등을 수행해 왔다”며 “또 산토스사는 원주민 단체들과도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스전 및 파이프라인 설계안 등은 호주 당국의 엄격한 인허가까지 받은 사항으로 인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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