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뭐가 중헌디?'
'월북' 프레임 누가 용접했나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2년 전 북한군에 의해 서해에서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이 상식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진상규명 요구에도 불구,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권의 격한 공방에 휘둘리고 있다.

이대준 씨는 2020년 9월21일 서해상에서 어업 지도선인 ‘무궁화 10호’를 타고 임무를 수행하다 실종됐다. 당시 북한군은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그에게 총격을 가한 뒤 이씨의 신체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

국민들이 처음 보도를 통해 아는 사실이 그러한데, 며칠 뒤 문재인 정부의 해경과 국방부는 180도 말을 바꿨다.

문재인 정부가 고인에 대해 슬슬 '월북' 프레임을 씌워 튼튼히 용접하더니 이제는 당리 당착에 빠진 위정자의 반국가적이고 반인륜적인 언사가 여과없이 전해진다.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반지성적 표현은 정말 국회 제1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막말이 맞는지, 국민의 생명을 대하는 그의 수준에 심히 적대감마저 치솟아 오른다.

앞서 지난 17일 우 위원장은 이 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서 희생됐고 항의했고 사과를 받았다. 그걸로 마무리된 사건 아니냐”며 “그분의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내뱉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경시하는 우 위원장은 도대체 어느 공화국의 국민 대표란 말인가?

방송인 김어준 씨도 사건 당시 "화형 아닌 화장이다"라는 주장이 다시 재조명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욕설이 혀끝에서 간질거린다.

지난 2008년 여름, 금강산 관광을 갔던 대한민국 서울 노원구에서 거주하는 평범한 주부였던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천인공로할 사건이 있었다.

이날 새벽 박 씨는 북한군 초병이 같은 민족의 등 뒤에서 쏜 총탄에 한 발은 가슴을, 한 발은 엉덩이를 관통해 숨졌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사실상 멸도(滅度)했다.

우리 대통령과 北 김정일 간 있었던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던 남북관계가 8년 만에 얼어붙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변곡점이 됐다.

‘박왕자 피살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도 중단됐다. 2016년에는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15년이 지났지만 북한은 변한 게 없다. 북한만 싸고도는 민주당의 태도도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한결같다.

요즘 여야의 치열한 공방 속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로남불'을 넘어 '北로남불'을 한다며, 월북이 아닌 증거를 가져오라는 건 중세 마녀사냥 때나 쓰는 반지성적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여권이 경제 위기 속에 정략적 공격만을 이어가고 있다며, 김정은이 이미 사과한 ‘서해 피살 사건’을 다시 쟁점화하는 건 ‘新색깔론’이라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진실 규명’이라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북한 이슈가 당리(黨利)에 어긋나면 무조건 ‘색깔론’이라며 민주당 인사들은 펄쩍 뛴다.

故 이대준씨 아내 권 씨는 지난 18일 "민주당은 증거 없이 월북을 주장한다"며 피살된 남편의 ‘월북’을 주장하려면 민주당은 증거를 대라고 피눈물을 훔쳤다.

이에 우 위원장은 이제와서 월북을 했던 안 했던 "월북 의사가 뭐가 중요한가"라며 유가족의 멍던 가슴을 또다시 후벼팠다.

우 위원장에게 묻는다. 그럼, 당신에겐 뭐가 중한디?

피살된 이씨의 아들은 오늘(20일) 우 위원장에게 보낸 손편지를 공개하며 “색깔론? 사과 받았다? 김정은이 용서 구했나? 가족 잃은 처참한 고통 아냐”며 우 위원장의 2차 가해를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사건 관련 정보를 유족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는 킨타나 유엔 인권보고관님과 법원 판사님이 신색깔론자인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특히 아들은 대통령기록물의 공개를 재차 촉구하며 대한민국 국회의원 우상호를 향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소속이 아님을 기억하시라고 명령했다.

이제 기득 권력이 돼버린 86세대 우 위원장. 대한민국의 보루인 ‘젊은 아들’의 한 맺힌 절규에 솔직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

늦지않게,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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