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억달러 외화표시 국채 이자 미납…서방 제재 영향
블룸버그 “러시아 경제 이미 최악…이번 디폴트는 상징적 의미”
G7,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 등 대러 제재 강화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뉴시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현태 기자] 러시아가 104년 만에 외화표시 국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이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7일(현지시간) “해외 채권자들에 대한 지불 경로를 폐쇄하는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외화 국가채무에 대한 디폴트 상태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1억달러(1300억원) 규모의 외화표시 국채 이자를 약정 시기인 지난달 27일까지 지급하지 못해 30일의 유예기간을 받았으나, 지난 26일 결국 이를 갚지 못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미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보내 상환 의무를 완료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서방 진영의 대러 금융 제재로 개별 투자자들은 이를 받지 못했다.

채권 보유자들이 정해진 기한 내에 국채 이자를 받지 못하면서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 당시인 1918년 이후 처음으로 디폴트 상황에 놓였다.

다만 이번 러시아 디폴트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적인 디폴트 선언이 아닌 서방의 제재로 인한 일방적 디폴트인 만큼 실질적인 피해보다 상징적인 의미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이미 러시아 경제와 시장에 가해진 피해를 고려한다면 이번 디폴트는 상징적인 것”이라며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몇 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축을 겪고 있는 러시아인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미국 투자회사 루미스 세일즈의 하산 말리크 선임 국가 분석가는 "여러 자산을 가진 정부가 외부 정부에 의해 디폴트를 강요받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역사상 중대한 분수령이 될 디폴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부터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 등 러시아에 대한 서방 진영의 제재는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G7은 함께 러시아에서 금 수입을 금지한다고 공표할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에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게 해주는 중요한 수출자원"이라고 밝혔다.

금은 에너지에 이어 러시아의 2위 수출자원으로 2020년 기준 러시아의 금 수출액은 전 세계 수출의 5%인 190억달러에 달한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대러 제재가 극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 경제가 내년 8∼1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이미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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