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EU 제재에 우크라 경유하는 석유 공급 중단
러시아산 석유, 세계 전체 석유 수요의 10% 차지
블룸버그 “러시아발 가스·석유 혼란으로 인플레 가중될 것”

▲ 헝가리 석유기업 관계자가 드루즈바 송유관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헝가리 석유기업 관계자가 드루즈바 송유관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현태 기자] 러시아가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 유럽 3개국에 대한 석유 공급을 중단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트란스네프트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로 향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석유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뒤이어 “다만, 별개의 송유관으로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경유해 폴란드와 독일로 가는 석유는 여전히 공급 중”이라고 덧붙였다.

트란스네프트는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인해 우크라이나 측 석유 전송업체인 우크르트란스나프타에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게 된 점을 석유 공급 중단 이유로 꼽았다.

트란스네프트가 우크르트란스나프타에 석유 전송 서비스에 대한 대금을 지난달 22일 선납했으나 EU의 7차 제재 패키지에 따라 대금이 반환되면서 결과적으로 대금 결제가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완전 선불 조건으로 석유를 전송해주는 우크르트란스나프타가 대금을 받지 못해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석유 공급을 중단했다.

트란스네프트는 "현재 EU 은행들은 거래를 독립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어 국가 공인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의를 제기했고, 대체 지불 옵션도 마련 중"이라고 주장했다.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EU의 제재 기간도 길어지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0만 배럴 상당으로 세계 전체 석유 수요의 10%를 차지하며, 이번에 공급이 중단된 드루즈바 송유관은 하루 약 25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를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에 공급한다.

아울러 러시아는 지난달 11일 EU 제재를 근거로 독일과 연결된 최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 확보를 막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를 추진하자 석유 수출 자체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스에 이어 석유에서도 유사한 혼란이 벌어지며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더 심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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