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면세점 특허 갱신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의 국회처리가 무산되며 면세점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면세점 특허 연장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의해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내년 예산 등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올해 관세법 개정안이 물 건너 간 것이다.

단순히 처리 시한의 연장이 아니라 면세점 특허권 연장에 '최순실 사단'의 입김이 작용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돼 자칫 개정안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28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현행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은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를 연기하기로 했다.

야권 측에서 관세법 개정안 처리보다 박 대통령의 탄핵 결의 등 남은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 첩첩산중이어서 올해 관세법 개정안 처리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회 구조가 여소야대인데다가 여당 마저 친박과 비박 진영으로 분당될 위기에 놓인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기한 연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래 면세점 특허권은 10년 단위로 자동 갱신됐다가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특허기간이 5년으로 단축되고, 5년 단위로 재입찰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개정안은 지난해 처음 적용돼 면세점 특허를 재입찰한 결과 장장 27년을 영업한 롯데면세점과 23년을 운영한 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이 특허권을 잃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후 5년 시한부 특허기간으론 면세점 사업자들이 경영 안정성 확보가 어렵고 장기 투자에 나설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업계에서는 공론화됐다. 정부는 결국 올초 면세점 특허 갱신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지 않고 정상적 상황이라면 이 개정안은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됐어야 했던 건이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로 발발하고,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과 재입찰 과정에서 최순실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황은 180도 변하고 말았다.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 사단이 국정 전반을 유리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앞으로 국정조사 특위와 특검에서 면세점 특허연장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집중 점검할 것이 확실시돼 사태가 어디로 어떻게 튈 지 모를 일이 된 것이다.

관련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특허권이 5년으로 묶여있을 경우 업체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끝내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기존 안대로 유지될 경우 '5년 시한부 특허'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정재완 한남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현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불안정,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꺼리는 점"이라며 "경제 활성화, 고용 확대 측면에서 봐도 이는 큰 손해"라고 밝혔다.

안승호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은 "특허기간을 5년으로 줄인 것은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라며 "면세점 본원적, 공익적 목적인 해외 관광객 유치 능력의 제고와 과점·이익 환수 문제 등이 무슨 관련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은 "면세점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세법 개정안은 국회 처리에 제동이 걸렸지만, 관세청은 검찰수사와 별개로 '보세 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라 다음달 중순 시내 면세점 입찰 심사를 예정대로 강행할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은 해당 업체들은 검찰 의혹대로 로비를 했다면 작년에 탈락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차분히 입찰에 대비하고 있다. SK와 롯데측은 "입찰을 준비하며 조용히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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