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체험을 하고 있는 너희에게 난 언제나 좋은 것만을 준다는 것을!"

[위클리오늘신문사]

▲신을 닮았네-06. 난 너에게 좋은 것만 준단다.(일러스트=이하연)
▲신을 닮았네-06. 난 너에게 좋은 것만 준단다.(일러스트=이하연)

오래전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옵니다.

전 수많은 빛들 중에서 아주 작은 빛이었고, 그중에도 호기심이 가장 많은 빛이었습니다.

전 신께서 당부하는 것들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 스스로의 의지로 이 땅에 내려왔습니다.

단단히 각오는 했지만 이 세상의 체험은 생각한 것보다 너무나 아팠습니다.

신께선 분명히 제가 겪어야 할 모든 체험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층 창가에 앉아, 한가롭게 커피만 드시는 신이 왠지 무척 얄미워집니다.

얼른 가서 좀 따져야겠습니다.

 

"저기요."

"신님!"

 

앞으로는 그냥 신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왜 그러느냐!"

 

"혹시, 제가 아프다고 소리칠 때 제 소리를 듣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나요?"

"저의 기억엔 신의 음성을 들은 기억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서요."

 

저의 뾰로통한 질문에 신께서 들고 계신 커피 잔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말씀하십니다.

 

"말이란 건 말이지."

"최후의 수단이란다."

"말이란 그냥 표기일 뿐이지 언제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단다."

"그동안 나의 말을 곡해하는 자들을 많이 보지 않았느냐."

"그래서 말은 내가 좋아하는 방법이 아니란다."

 

심술이 난 저는 신에게 묻습니다.

 

"그럼 위기상황일 때,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죠?"

 

"흠!"

"나에게 섭섭한 게 있나 보구나!"

"자! 나의 말을 들어보렴."

"난 그동안 항상 너에게 말했단다."

"생각과 느낌으로, 그중에도 마음에 가장 묵직하고 강렬하게 남는 생각 그리고 느낌 그것이 나의 말이었지."

"그 외에 불필요한 생각이나 느낌은 다른 곳에서 온 거란다."

 

"그럼 제가 만약에 그걸 신의 생각대로 느낌대로 받지 않으면요."

"이 세상은 언제나 혼돈으로 가득하잖아요."

 

신께서 저에게 다시 말씀하십니다.

 

"그때는 다시 체험을 준단다."

"그 속에서 깨닫도록 말이지."

"사실 체험이야 말로, 나의 가장 강력한 말이란다."

"그러나 누구나 체험을 좋아하지는 않지."

"너 역시 예전엔 그러지 않았더냐!"

"다들 체험을 피하고만 싶어 하지."

"그러나 체험은 계속 반복된단다."

"그건 너희들이 이 땅에 내려오기 전 이미 나에게 약속을 한 것이기 때문이지."

"하늘나라에서의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하거든."

 

"그럼 그 체험으로도 알아듣지 못하면요?"

"세상엔 저 같은 고집쟁이들이 무척 많다고요."

"잘 아시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얼마나 무지하고 이기적이며 유혹에 약한지요."

 

"그래 알고 있단다."

"그래서 나도 너희가 끝내 나의 말을 듣지 않을 땐, 최후의 순간 나 역시 너희에게 말을 한단다."

"달이 잠든 깊은 밤 너희의 꿈을 통해서, 또는 지나가는 사람의 중얼거림 속에서, 책과 신문과 한 줄로 끝나는 광고 글에서조차도 난 너희들에게 말을 하지."

"난 언제나 나에게 소중한 존재들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단다."

"시간이 빠르거나 느림의 차이일 뿐, 이 땅에서 언젠가 떠나야 할 너희들은 결국엔 나의 말을 듣게 되어 있지."

"항상 잊지 말고 기억하렴!"

"이 땅에서 체험을 하고 있는 너희에게 난 언제나 좋은 것만을 준다는 것을!"

"그런데 오늘 나에게 준 커피는 조금 쓴 것 같구나."

"혹!"

"아직 나에게 감정이 남아있는 것이냐!"

 

"에이..."

"그럴 리가요....."

"히!"

▲이태완 작가
▲이태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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